제자와 11차례 성적 접촉한 여교사...재판장 “피해자가 먼저 호감 표시했다고 무죄냐”

제자 남고생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前 여교사 측 "피해 아동은 성적 자기 결정권 행사할 만한 상태. 증인 신청해 인격 형성·발달 정도 직접 살펴봐야" 혐의 부인
재판장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도 모르겠다. 피해 아동 부르면 2차 가해 되지 않겠느냐" 지적
이어 "31세 남자가 17세 여자를 동일하게 했다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겠느냐, 피고인이 진정으로 자기 의사 표현 잘하면 성적을 충분히 성숙했다고 생각하느냐" 질책도

 
근무 당시 자신에게 호감을 표한 제자인 남고생과 11차례 성적 관계를 가진 전직 여교사가 재판에 넘겨져 첫공판이 진행됐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이종길)는 지난 7일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의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32)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중순부터 고교생인 피해자 B(17)군과 자신의 차에서 성관계를 가진 바 있다. 같은해 6월22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성관계를 맺거나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건은 A씨의 남편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드러났다. A씨를 기간제 교사로 채용했던 고교는 이 같은 문제가 불거지자 계약을 해지했다.

A씨 측은 법정에서 성적 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이에 재판장은 “교사로서 교육 다 받지 않았느냐”며 “18세 미만 아동 청소년은 보호해야 한다”고 교사로서의 행실을 꾸짖었다.

이날 법정에서 A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사실관계는 인정하지만 피해 아동은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만한 상태에 있었다”며 “법리적으로 다툰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에서 피해 아동을 증인 신청하지 않는다면 저희가 오히려 신청해 피해 아동의 인격 형성과 발달 정도 등을 직접 살펴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청소년보호법도 있고 아동복지법도 있지 않으냐”라며 “왜 18세로 정해놨겠느냐”고 반문했다.

아울러 “법이라는 것이 18세 미만을 보호하게 돼 있는 것이며 피고인이 봤을 때는 피해자가 성적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일지 모르겠지만, 법원이나 국가기관은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며 “피고인이 진정으로 반성하는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엄청나게 반성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피해 아동을 부르면 2차 가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며 “만약 31세 남자가 17세 여자를 (이번 사건과) 동일하게 했다면 법적으로 문제 되지 않겠느냐”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사랑이다’, ‘피해자가 먼저 호감 표시했다’ 등으로 죄가 없다고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재판장인 이종길 부장판사는 피고인 A씨에게 피해 아동의 ‘성적 가치관 완전 형성 여부’를 직접 묻기도 했다.

A씨는 “일반적인 대화라든지 어떤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굉장히 성숙한 학생이었다”며 “본인 의사도 확실히 이야기할 수 있는 정도의 상태였다”고 답했다.

이 부장판사는 “본인이 교사를 희망했고 교사로서 교육 다 받지 않았느냐”며 “이런 부분 혹시 교육받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더불어 “자기 의사 표현 잘하면 성적으로 충분히 다 성숙했다고 생각하셨느냐”며 “그렇게 생각할 수 없지 않겠느냐”고 추궁했다.

계속해서 “아직 가치관이 형성단계에 있다는 것이 우리나라 현행법”이라며 “18세 미만 아동 청소년은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혜 온라인 뉴스 기자 peh06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