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주하는 전광훈 … 與, 결국 '손절' 선언
국민의힘 주류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10일 '선 긋기'에 나섰다. 총선을 앞두고 중도 진영으로의 세 확산이 절실한데 극우 성향 인사와 교류를 이어가는 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결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전 목사가 최근 강성 발언을 이어가자 더욱 '거리 두기'가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에 참석한 장예찬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 목사를 겨냥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언행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어 "우리 국민의힘은 전광훈 씨처럼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극단적 언행을 하는 인물의 영향을 받는 정당이 아니다"며 "마치 국민의힘에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왜곡하는 발언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강조했다.
장 최고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가 깊은 청년 정치인이다. 용산 대통령실과 가교 역할을 하는 상징성도 지녀 이날 그의 발언은 대통령실 또는 친윤계와 어느 정도 공감 분위기에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상임고문인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당적 전수조사를 통한 전 목사 세력 축출) 그거라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목사는 여권 지도부의 경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성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그는 "(정치인들은) 종교인 감시가 없으면 자기 통제가 불가능하다"며 "(정치인이) 미국처럼 종교인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 같은 전 목사 발언으로 인해 논란이 일자 사랑제일교회는 이날 오후 뒤늦게 "'정치인은 종교인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는 발언은 '종교 지도자로서 조언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제주4·3사건에 대해서도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 역사를 지구로 거꾸로 돌리는 것 같은 행위를 했다"며 "어찌하여 제주4·3사건을 제주항쟁이라고 하고, 여순반란사건도 항쟁이라고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제주4·3의 본질은 '남로당이 일으킨 반란'이라는 취지다. 그러면서 "다음 돌아오는 총선에서 (국민의힘) 200석 서포트를 하는 게 한국 교회의 목표"라고 밝혔다. '21대 총선 공천 과정에 전 목사가 개입했다'는 황교안 전 대표에 대해서는 "연세가 들더니 치매가 온 것 같다"고 비난했다.
한때는 전 목사가 국민의힘 지지율을 지지하는 우군이었지만 이제는 부담스러운 존재가 된 셈이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은 전 목사에 대한 당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냐는 매일경제의 질문에 대해 "얘기할 때가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사실상 전 목사에 대한 '손절'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철규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 목사와 당은 아무 관계가 없다. 다른 당대표인데 전 목사 발언이 국민의힘에 자꾸 연결돼 있다. 우리가 평가할 부분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지도부도 결국 '무시'하는 것 외엔 딱히 방법이 없다는 고민이다.
실질적으로 당원 전수조사나 전 목사 탈당 조치 등이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목사는 자신이 만든 자유통일당 소속이지 국민의힘 소속은 아니기 때문이다. 홍 시장은 당적 조사를 통해 전 목사 세력 축출을 주장했지만 추천인란에는 당소속 인사가 있을 경우 기재하는 게 보통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추천인에 전광훈을 못 쓰기 때문에 추천인으로 전 목사 세력 여부를 판단하는 자체가 힘들다"고 말했다.
[김희래 기자 / 이지용 기자 /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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