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가는 선거제 개편… 의원마다 의견 달라 험로

임재섭 2023. 4. 10.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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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김영주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의원들이 10일 내년 총선 룰을 결정하기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의를 열고 나흘간의 토론에 돌입했다. 하지만 여야 의원들의 입장이 달라 이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원위 개최는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파견 연장 동의안'에 대한 토론 이후 20년 만이다.

전원위에서 선거제 개편을 토론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이다. 의석수 비율대로 100명의 의원 중 더불어민주당 54명, 국민의힘 38명, 비교섭단체 8명이 토론에 참여한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이번 토론회를 앞두고 "승자독식에 따른 갈등과 분열의 정치를 넘어 대화와 타협의 정치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협치의 제도화를 이뤄내자"면서 "숙의·집중·신속을 운영원칙으로 삼아 집중해서 깊이 토론하고, 4월 안에는 결론을 내리자"고 말했다.

이날은 비례대표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기로 했으나,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됐다.

이용호 국민의힘 의원은 도농복합 선거구제 도입을 제안했다. 이 의원은 "제도를 조금 보완하면 농어촌 지역 대표성 감소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되, 헌재가 인정하는 인구 편차 2:1의 범위 내에서 농어촌 지역에 가중치를 둬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장섭 민주당 의원은 "의원 정수 축소는 더 적은 인원이 더 많은 권력을 나눠 갖는 정치 개악"이라며 "1명의 정치인이 지역 대표성을 한 지역을 책임지는 소선구제와 달리 중대선거구제 하에서는 정치인의 책임 소재가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어떤 철학도 비전도 없이 지지율 폭락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서 무책임하게 내던져진 여당 대표의 의원 정원 축소 발언이 전원위 논의 자체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비례대표제도 폐지를 주장했다. 비례대표제를 폐지하고 지역구를 300석으로 하면 의원정수를 유지하면서 중대선거구제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중대 선거구제를 도입하면 군소 정당이 난립하면 정국이 불안할 것이라고 하지만 소선구제 하에서도 정국이 안정한 적이 없다"면서 "중대선거구제도가 완벽한 제도는 아니지만 과감하게 방향을 틀어보는 게 순리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전해철 민주당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면서 "비례 의석수와 비중을 현재 의석수 내에서라도 충분한 수준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 의원은 최소 3:1 비율인 75석까지 비례대표의 확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원점'인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룰로 복귀하자고 말했다. 전 의원은 "지난 총선 때 자행된 꼼수 위성정당 논란은 우리 모두가 부끄러워해야 할 과오"라면서 "다당제를 지향한다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상은 문재인 정부의 숙원이던 검경수사권 조정법과 공수처법 철회를 위해 군소정당 표를 얻는 대신 군소정당에 선거법을 내준 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여야 의원 개개인들이 전부 다른 의견을 내면서 정치권에서는 이견을 좁히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승자독식' 정도에 공감대가 있을 뿐, 세부사항으로 들어가면 이견이 생기는 영역이 많고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부분이 많아 김 의장이 제안한 '4월 데드라인'이 지켜지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300명인 국회의원 정수를 10% 감축하는 것이 왜 안 된다는 것인지, 민주당의 주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홍성걸 국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통화에서 "선거제도는 국민의 뜻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는데, 중대선거구제나 비례대표제 처럼 최근 논의되는 내용들은 복잡하고 직관적이지 않아 유권자들의 정치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린다"면서 "예를 들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한다는데, 선거가 지역구도를 타파하라고 있는 것이냐"라고 반문했다.

홍 교수는 "각자 명분이야 있겠지만 자신들이 어떻게 재선될까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은 만큼, 개혁이 순탄하게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임재섭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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