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남북 통신선 일방적 차단···인권·개성공단 ‘아킬레스건’ 자극됐나

박광연·유새슬 기자 2023. 4. 10.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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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평양 국제공항에서 실시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발사를 전화로 승인하고 있다. 조선중앙TV|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7일에 이어 10일에도 남북공동연락사무소와 기계실 등 통신연락선 통화에 모두 불응했다. 동·서해 군 통신선 통화도 나흘째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는 북측이 일방적으로 통신을 차단한 상황으로 평가했다. 남측의 북한인권보고서 공개 등으로 불만이 누적된 북한이 통신연락선 단절을 시작으로 강도 높은 대남 공세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일부·국방부에 따르면 북한은 연락사무소와 기계실 통신시험선 등 남북 통신연락선 채널을 통한 정례적인 업무개시(오전 9시)·업무마감(오후 5시) 통화에 모두 불응했다. 이날 오전 9시와 오후 4시 동·서해 군 통신선에서의 통화도 이뤄지지 않았다.

평일만 가동되는 연락사무소와 기계실 통신시험선이 지난 7일에 이어 이날도 통화가 불발된 것이다. 동·서해 군 통신선은 주말을 포함해 지난 7일부터 이날까지 나흘째 통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남측이 건 전화를 북측이 받지 않은 것이다.

정부는 북측의 기술적 문제보다는 의도적 중단에 방점을 찍고 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단 북측의 일방적 차단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북측이 모든 통신연락선에서 일제히 연락을 받지 않는 상황이 이러한 판단 근거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북측 조치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발표한다. 구 대변인은 “현재까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공식적인 입장 표명에 긴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북한은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통신연락선을 차단하고 복원하기를 반복해왔다. 구 대변인은 “2021년 10월4일 (통신연락선) 복원 이후 이번처럼 모든 군 통신선이나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하루 이상 통신이 완전 중단된 경우는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통일부 연락대표가 2021년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 설치된 남북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북측의 연락 차단은 최근 남측에 쌓인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부터 본격 전개된 한·미 대규모 연합훈련, 지난달 30일 남한 정부의 역대 첫 북한인권보고서 발표와 지난 4일(현지시간)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채택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 북한인권 실태 홍보를 강조한 지난 5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응 심리전” 발언, 지난 7일 윤석열 정부 첫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공동성명 발표 등이 북한 당국의 심기를 자극했다는 것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최근 북한이 가장 싫어하는 아킬레스건들을 (남측이) 건드렸다”며 “북한이 이에 자극 받은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지난 6일 개성공단 무단 가동을 중단하라고 연락사무소 채널을 통해 보낸 통지문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남북 통신연락선 단절을 시작으로 대남 공세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계속 진행하고 있는 대남용 전술핵 고도화 움직임과 별개로 강도 높은 도발적 행동에 돌입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홍 실장은 “통신연락선 단절은 (대남) 대응 조치를 위한 사전 예고성 행동”이라며 “북한군 총참모부가 나서 휴전선 일대에서 포 사격을 하거나 군함·경비정 등으로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등 남북 9·19 군사합의를 전면 파기하는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 1월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한 만큼 향후 남북의 군사적 긴장은 더욱 고조될 수 있다.

과거와 달리 북한 당국은 공식매체를 통해 통신연락선 단절에 대한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1월1일 남한을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으로 규정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홍 실장은 “지금은 북한이 통신을 끊는다고 사전 경고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남한을 적으로 대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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