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 해외여행으로 몰렸다 … 명품 판매 주춤
작년 30%대서 올 한자릿수 뚝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중고명품 거래 늘어난 영향
면세점·해외 구매로 분산도
고물가·고금리로 인한 소비 위축으로 백화점 실적 견인차 역할을 했던 명품 시장 성장세가 주춤하고 있다. 엔데믹 전환으로 해외여행이 크게 늘면서 명품 구매 수요가 분산되고 경기 침체 영향으로 명품 리셀 시장도 한풀 꺾이면서 주요 백화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3사의 올 1분기 명품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한 자릿수 성장하는 데 그쳤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1분기 대비 7%, 신세계백화점은 7.8%, 현대백화점은 9.1% 늘어났다. 그나마 봄·여름(SS시즌) 신규 물량이 대규모 입고되고 본격적인 웨딩 시즌이 시작되는 3월에 두 자릿수 성장률을 회복한 결과다. 앞서 백화점 3사의 올 1~2월 명품 매출은 각각 5%, 5.3%, 5.8% 늘어나며 모두 성장률이 5%대에 그쳤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백화점 3사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완벽하게 꺾여버린 모양새다. 2022년 1분기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 37.2%, 30.6% 급증했다.
명품 성장세가 주춤한 것은 경기 침체로 고가품 소비 자체가 타격을 받은 영향이 컸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보복소비의 여파로 명품 소비가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도 있었다. 여기에 해외여행 재개로 명품 소비를 할 수 있는 채널이 다양해졌다. 해외 매장 직접 구매나 면세점 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비 여력이 분산됐다는 얘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명품 카테고리는 해외여행 재개 등으로 구매 채널이 다양화된 영향 등으로 연초 성장률이 다소 낮아졌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엔데믹 수요로 최근 명품 소비가 다시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가방류나 시계·주얼리 등 예물용 상품을 위주로 제한된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업체들의 과도한 가격 인상으로 소비자 부담이 커지면서 중고 명품 거래가 대체재로 활성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샤넬은 지난해 국내에서 가격 인상을 4차례 단행한 데 이어 지난달 2일에도 대표 제품인 클래식 플랩백 스몰을 1237만원에서 1311만원으로 5.9% 인상하는 등 주요 인기 제품 가격을 올렸다. 2021년 6차례 가격을 올렸던 프라다는 지난해에도 4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일각에서는 판매 물량 자체가 줄어든 것도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팬데믹 기간에는 유럽과 미국 주요 백화점이 셧다운되면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들이 한국에 물량을 몰아줬지만,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주요 명품 브랜드 물량을 해외로 다시 돌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명품 성장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꺾였다. 롯데와 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1분기 성장률이 30%대였지만 4분기 들어 10% 전후로 떨어졌다. 명품 매출 부진은 백화점 실적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올해 1분기 누적 매출은 별도 기준 462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 1분기 성장률(10.9%) 대비 반 토막 이하로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현재 부진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비심리가 여전히 부진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한국은행이 발표한 3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물가 상승 둔화와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등으로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음에도 92에 그치며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CCSI는 현재 생활 형편, 가계수입 전망, 소비지출 전망 등 6개 주요 지수를 표준화해 합성한 것으로 100보다 크면 평균보다 낙관적,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일각에서는 한국 명품 시장이 하반기에는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경기에 소비가 좌우되지 않는 VIP 고객 매출이 백화점 전체 매출의 최대 40%를 차지할 정도로 VIP 고객층 수요가 탄탄하다는 이유에서다. 명품 구매 경험이 있는 20~40대가 늘었고 명품 브랜드에 관심을 갖는 10·20대 잠재 고객이 많아 성장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번 늘어난 명품 수요는 어지간해서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경기 침체기에는 새 명품이 아닌 중고 명품을 구매하는 사람이 늘기 때문에 명품 수요가 줄어드는 것처럼 착시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노현 기자 /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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