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효성 기자의 마스터스 라이브] LIV파 격침한 '람보'… 그린재킷 입고 세계 1위 포효
"나의 우승은 '스페인 골프 영웅' 세베 바예스테로스를 위한 것이다. 그가 나의 우승을 도운 것 같다. 경기를 할 때에도 수많은 팬들이 '세베! 세베! 세베를 위해 우승해주세요'라며 나에게 힘을 실어줬다."
10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람보' 욘 람(스페인)은 그린 재킷을 입고 '우상' 바예스테로스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전했다.
람은 "오늘은 그의 생일인 4월 9일이다. 또 그가 마스터스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지 40주년이 되는 날이자 부활절"이라며 "이처럼 특별한 의미가 있는 역사적인 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래서 더욱 우승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선수로는 네 번째이자 2017년 세르히오 가르시아 이후 6년 만에 마스터스 챔피언에 오른 람. 특히 최종일 'LIV 골프 소속' 브룩스 켑카(미국)와 치열한 접전 끝에 최종일 4라운드에서 3타를 줄이며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하며 정상에 올랐다.
우승의 순간 크게 포효한 람은 2011년 5월 뇌종양으로 타계한 바예스테로스를 기리듯 하늘을 바라보며 승리를 만끽했다. "10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눈물을 쏟았을 것 같다"고 돌아본 람은 "그의 역사는 내가 플레이를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부모님이 바예스테로스가 1997 라이더컵 주장으로 유럽의 승리를 이끈 순간 골프 매력에 빠졌고 내가 골프를 할 수 있게 됐다. 그가 없었다면 지금 이곳에 있지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1라운드 1번홀에서 치명적인 '4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한 상황에서도 바예스테로스가 그를 도왔다. 람은 "바예스테로스도 마스터스에서 4퍼트 실수를 했었다. 당시 그가 '놓치고 놓치고 또 놓쳤고 넣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을 떠올리며 '71홀이 남았다'고 되뇌었다"고 돌아봤다.
그의 우상의 생일에 이뤄낸 값진 우승. 람은 4라운드 경기를 시작할 때까지 켑카에게 2타 뒤진 2위였다. 하지만 54홀 경기를 하는 LIV 골프 소속인 켑카가 4라운드 시작과 함께 보기를 쏟아내며 4번홀에서 결국 동타가 됐고 6번홀에서는 역전에 성공했다. 이후 켑카가 9번과 12번홀에서 계속 타수를 잃어 3타 차까지 벌어지는 등 람의 독주 체제가 이어졌고 큰 위기 없이 경기는 마무리됐다.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의 보너스는 풍성했다. 2021년 US 오픈 이후 두 번째 메이저 대회 우승이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통산 11승을 기록하게 된 람은 이번 대회 우승상금으로 324만달러(약 42억7000만원)를 챙겼다. 또 지난달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에서 기권한 뒤 세계 랭킹 1위에서 내려왔던 람은 한 달 만에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마스터스와 US 오픈을 모두 제패한 최초의 유럽 선수라는 기록도 세웠다.
강풍과 추워진 날씨, 그리고 비가 오며 계속 중단됐던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은 람. 비결은 '파이터 정신'과 '자신에 대한 신뢰'였다.
람은 "나는 내 자신과 내 게임 방식을 절대적으로 믿는다. 이번 대회는 상황이 너무 어려워서 내 일에만 집중해야 했다. 내가 통제할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그것뿐이었다"면서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침착했다. 사실 긴장했지만 침착해 보이도록 노력했고 그 결과 경기 내내 편안한 가운데 계획을 세운 대로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난 이곳에서 세계 최고의 선수들을 이기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강렬하게 경기하고 결단력이 있어야 했다. 이런 모습 때문에 파이터 같다는 말을 한 것 같다"며 "사실 난 공격적인 것을 좋아한다. 이번 대회 후반부에서 볼 수 있듯이 3타 차로 앞서면 4타 차로 만들려고 한다. 그것이 단 하나의 목표였다"고 힘주어 말했다.
[오거스타 조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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