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중동본부 사우디로 이전 검토…"협상 진행 중"

두바이·바레인→사우디 리야드 이전 검토
中-사우디 '밀월' 강화…"美에 미운털 박힐라" 부담도

[홍콩=이데일리 김겨레 기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중동 본부를 사우디아라비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와 바레인에 중동 본부를 두고 있는 화웨이가 사우디아라비아(사우디) 수도 리야드로 중동본부 이전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근 사우디가 2024년부터 중동 다른 국가에 지역 본부가 있거나 자국에 지역 본부가 없는 외국기업과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다만 화웨이는 중동 본부를 이전에 대해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블룸버그는 “화웨이가 사우디 내 입지 강화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본부 이전 논의는 사우디가 중국과의 외교 및 비즈니스 관계 강화와 함께 중동 비즈니스 허브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사우디 정부는 두바이에 쏠린 중동의 외국인 자본과 노동력을 자국으로 이동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자국 내 지역 본사를 둔 기업에 최대 50년간 세금을 면제하거나 감면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세우기도 했다.

화웨이가 사우디로 중동본부 이전을 검토하는 것은 중국이 사우디에서 영향력을 높여가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사우디는 최근 중국의 중재로 이란과 국교 정상화에 합의했다. 지난해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사우디 방문으로 양국이 500억달러(약 66조원) 규모의 협정을 맺는 등 경제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다만 미국의 집중 제재를 받고 있는 화웨이로선 최근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사우디로 중동본부를 이전하는 결정을 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오랜 우방이었지만 조 바이든 대통령의 원유 증산 요청에도 최근 사우디 주도로 주요 산유국들이 기습 감산을 결정하는 등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화웨이가 사우디와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미국과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김겨레 (re9709@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