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社, 투자 확대·수율 높여 美 침투
미국이 2032년까지 전기차 신차 판매량 비중을 기존의 10배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로 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북미 사업 확장에 사활을 걸었다. K배터리 3사는 일단 이를 호재로 인식하고 기회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K배터리 3사가 북미 투자 가속화, 수율 끌어올리기, 제품 다양화 등의 전략을 통해 북미 시장 장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미국 정부가 조만간 전기차 신차 판매 비중 강화를 선언할 경우 이에 따른 배터리 물량이 한층 늘어날 것으로 보고 전략 재점검에 나서고 있다.
먼저 배터리업계는 물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 전반에 더욱 속도를 낼 예정이다. 현재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해 미국에 투자할수록 이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혜택이 큰 상황이라 현지 건설비 상승에도 불구하고 북미 투자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최근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이익에 AMPC를 얹어 1003억원의 수혜를 본 만큼 나머지 업체에도 자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AMPC는 미국이 IRA를 통해 북미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면 배터리 셀에 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에는 kwh당 10달러의 세액공제를 주는 제도다.
업계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의 2023~2025년 AMPC 혜택이 9조~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제는 예상치가 '10조원+α'로 높아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AMPC로 높일 수 있는 영업이익 효과가 2분기 1492억원, 3분기 2238억원, 4분기 2901억원 등 약 8000억원으로 예상된다. 연간으로 보면 AMPC로 인한 연간 영업이익 효과가 2024년 2조6000억원, 2025년 5조6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AMPC를 반영할 경우 LG에너지솔루션의 2025년 총 영업이익이 8조5000억원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는 보조금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내 배터리 3사는 북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공장의 조기 안정화를 꼽고 있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은 해외에 공장을 지어본 경험이 있어 양산에 유리하다"면서도 "공장 건설 초기에 수율이 50% 수준밖에 안 됐던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라고 했다. 배터리업계에서 수율은 생산품 중 불량이 없는 합격품(양품) 비율을 의미한다. 통상 업계에서는 수율이 90%는 나와야 공장 가동이 본궤도에 올랐다고 본다.
SK온은 신뢰 제고를 위해 품질인증센터를 구축하고 있다. SK온의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은 SK온 미국법인에 3500억여 원을 출자했다. 지금까지 90~95%에 달하는 수율을 유지해온 것으로 유명한 삼성SDI도 미국에서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스텔란티스·GM과의 합작 공장에서 조기에 수율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공급 물량을 늘릴 경우 신(新)기기 반입이 이어질 텐데 설비 효율 역시 80% 이상 끌어올려야 경제적으로 이익"이라며 "문제는 업력이 있어도 공장 안정화가 쉽지 않은데, 안정화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면 완성차 업체와 배터리 업체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3사는 포트폴리오 다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이면 연간 17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LFP 배터리는 3사 모두 출시를 공식화한 상황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에 짓는 ESS용 LFP 배터리를 시작으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장 진출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SK온도 마찬가지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SK온의 경우 미국에서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과의 합작 공장과 새로운 형태의 배터리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SK온은 현재 북미에서 파우치형 배터리만 생산하는데, 원통형과 각형에 대한 수요가 늘어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재 기자 / 송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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