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대공망 붕괴직전"…러 막강 전투기 대대적 공격 가능성
미국 국방부의 기밀 문서가 대거 유출된 가운데 우크라이나 대공방공망이 사실상 붕괴직전에 내몰린 사실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방어망이 붕괴해버리면 압도적 공군력을 가진 러시아 쪽으로 전쟁의 흐름이 급격하게 쏠릴 우려가 커진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유출된 미 정부 기밀문건에 따르면 미 정보당국은 우크라이나군이 보유 중인 구소련제 대공미사일 S-300, 부크 대공미사일 등의 탄약 비축량이 각각 다음 달 3일, 4월 중순께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전망했다. 두 대공방어망 시스템은 우크라이나군 중장거리 대공방어망의 89%를 담당하고 있다.
이같은 분석은 유출된 보고서 발간일인 2월28일 당시의 탄약 소비량을 기준으로 한 평가다. 탄약 소비량이 더욱 늘었다면 고갈 예상 날짜는 더욱 앞당겨질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의 대공방어망은 주로 최전방 부대를 방어하도록 배치돼 있다. 러시아 공군기나 미사일 공격도 주로 최전방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약이 고갈되면서 최전방 부대를 방어하던 대공방어망은 다음 달 23일 "완전히 함락"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미 정보당국은 평가했다. 이런 경우 우크라이나 영토 안쪽 대공망까지 방어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2022년 러시아 침공 이후 대공방어망은 우크라이나 국토방어의 핵심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침공 초기에 러시아 전투기들이 핵심 목표물을 타격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영토 깊숙한 곳까지 날아왔다가 대공방어망을 뚫지 못하고 추락하거나 기수를 돌린 바 있다. 그 결과 지금까지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서 제공권을 확보하지 못했다.
러시아는 전투기 900대, 폭격기 120대 등으로 세계에서 손꼽는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크라이나전에서는 그 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대공방어망을 제압하지 못한 상태에서 비행 임무에 나섰다가 아까운 전투기만 잃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유출 문서의 평가대로 조만간 우크라이나의 대공방어망이 붕괴하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군의 '안전'을 확신한다면 공군력을 대거 투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대공방어망이 무너지면서 지상군, 특히 포병 부대가 즉각적 위험에 노출되고, 포병 기능이 약화하면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장악 지역을 확대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NYT는 "(퍼즐) 젠가와 같다. 조각 하나를 꺼내면 나머지 구조도 취약해진다"고 비유했다.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최근 MSNBC 인터뷰에서 "러시아군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러시아 공군만은 그렇지 않다"며 러시아 공군의 위력을 경계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탄약 부족 상황을 부인하지 않지만, 서방의 지원으로 충분한 전력을 보충했다는 입장이다. 공군 대변인은 NYT에 보낸 문자에서 "서방 지원으로 새로운 방어체계가 전달돼 이미 사용된 무기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지원 물량이 관건이다. 우크라이나 공군 대변인은 "문제는 숫자다. 그들을 완전히 대체하려면, 무기가 상당수 들어와야 한다"며 전폭적인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이번 문건 유출에 대한 대응으로 우크라이나군도 군사 계획을 일부 수정하는 방식으로 대처했다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측 인사가 CNN에 밝히기도 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어떤 대처를 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기밀 문서 유출로, 미국이 젤렌스키 대통령까지 도청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건에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의 러시아 본토를 무인기로 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젤렌스키 측 인사는 CNN에 미국의 도감청 자체는 놀랄만한 일이 아니지만, 문건이 유출된 사실이 매우 불만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김광태기자 kt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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