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도청 몰랐나 ‘입 다문 국정원’···전문가들은 “감시 기술 개발 필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국가안보실 고위 인사들의 대화를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자 국내 방첩 및 국가기밀 보안 유지 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정보원 책임론도 제기된다.
국회 정보위원회 소속 일부 의원실은 CIA의 도청 사실을 사전에 인지했는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국정원에 질의했다. 이번 도청 사건과 관련해 국정원의 책임을 따지겠다는 것이다.
국정원법 제4조에 따르면 국정원은 국가안보와 국익에 반하는 외국의 활동을 확인, 견제, 차단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국정원은 정부 고위 인사들에 대한 CIA의 도청을 예방하지 못했고, 도청 사실이 드러난 이후에는 CIA의 도청 방법, 사전 인지 여부 등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CIA가 어떤 방식으로, 누구를 도청했는지 파악하지 못하면 같은 일이 또 벌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CIA가 다양한 ‘신호 정보 보고’(시긴트)를 국제 첩보전에 활용한다고 말한다. 이번 도청을 두고도 용산 미군기지 인근 도감청 프로그램 설치, 벽 진동 측정, 전파 도청, 이메일·메신저 해킹 등 여러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상진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장은 10일 “미국은 박정희 정부 시절 미 대사관에 레이저 기기를 설치해 청와대 창문 떨림으로 대화를 감지하기도 했다”며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나서는 ‘비화폰’(통화자의 말이 암호로 전환되는 휴대전화)에 악성코드를 심어서 도청하는 방법도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시간이 흐를수록 도청 방법이 고도화, 다양화되고 있다”면서 “도청 기술 개발을 통해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권헌영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시민 감시와 통제를 최소화하는 범위 내에서 국정원의 보안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윤기은 기자 energye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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