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 ESG실천 방송사에 수신료 추가 지불 의향 있어
여권 필두로 '수신료 분리징수' 미는 가운데 공영방송 ESG 세미나 개최
"ESG시대, 공영방송 역할 확장해야… 수신료 필요 없다는 건 시대착오"
"공영방송은 환경감시, 사회캠페인 기능… 기후위기 등 할 일 많아져"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KBS, EBS 등 공영방송 재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수신료 분리징수안'이 여권을 필두로 대두되는 가운데 이 같은 공영방송 무용론은 '시대착오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기후위기 심각성, 사회 지속가능성 확보와 같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ESG 경영 등 공영방송 역할을 오히려 확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EBS 후원, 한국여성커뮤니케이션학회 주최로 '우리사회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공영방송의 ESG 실천방안 모색' 세미나가 지난 8일 서울 경희대학교에서 열렸다. 우형진 한양대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가 발제를 맡았고 김선미 고려대 교수, 법무법인 세종 이지은 선임연구원, 콘텐츠진흥원 이혜미 선임연구원, MBC 정수영 전문연구위원, EBS 신삼수 박사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우형진 한양대 교수는 지난달 공개된 'IPCC 6차보고서'를 예로 기후위기 심각성을 강조하며 공영방송 역할이 증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형진 교수는 “미디어 산업에서의 공적 섹터는 공영방송”이라며 “공영방송은 환경 감시 기능을 가지고 있고 또 우리 사회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합의했다면 그 방향으로 사회를 이끄는 캠페인 기능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영방송 설립 목적을 보면 현재 대두되는 ESG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우 교수는 “공영방송은 이미 공적 책무 차원에서 ESG 활동 일부를 수행하고 있다”고 했다. 일례로 KBS의 2023년 방송 기본 방향 중 하나는 '기후경제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겠다'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KBS 등 공영방송이 '좌편향'돼 국민 신뢰를 잃었다며 '수신료 분리징수'를 주장하고 있다. 지금처럼 전기세 통합징수가 아닌, 수요자에 한해 수신료를 걷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수신료가 분리징수되면 KBS나 EBS 재정에 큰 타격이 예상돼 일각에선 '공영방송 길들이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관련 기사 : KBS수신료 분리징수 여론전 띄우는 국민의힘]
[관련 기사 : 대통령실 앞에 선 언론노조 “수신료 국민제안, 여론조작극”]
우형진 교수는 “공영방송 역할이 무용하다거나 TV 수신료를 없애야 한다 등의 부정적 논의는 시대착오적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공영방송의 역할은 과거에 비해 더 줄어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확대돼야 한다. 공익 증대뿐 아니라 (사회의)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공영방송의 ESG 경영은 아직 한국에서 낯선 개념이다. 다른 분야 기업들에 비해 공영방송이 ESG 측면에서 앞서고 있지는 못하다. 우형진 교수는 공영방송의 ESG가 미진한 이유로 △ 경영진의 인식 부족 △ 예산·전문성 부족 △ 장기적 프레임워크 부재 △ ESG 주체의 동기부여 부재 등을 꼽았다. 우 교수는 “각 부서에 'ESG 관련 일들을 해봐'하는 식이 아닌 탑다운 방식으로 ESG 관련 최고 의사결정 위원회가 경영 방침을 세워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년층과 달리 한국의 2030세대는 방송사(EBS)의 ESG 실천에 긍정적으로 평가할수록 수신료를 더 지불하겠다고 밝혔다. 방송사가 ESG를 잘 실천할수록 수신료 설득 방도가 생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우형진 교수가 밝힌 개인 연구 통계에 따르면, 가장 강한 인과를 보였던 항목은 기후변화였고, 노동 및 인권, 공정거래, 지역사회 봉사 등의 항목에서 ESG 시청자 평가와 수신료 지불의사가 양의 관계를 가졌다. 우 교수는 “젊은 층은 환경 등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라고 생각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라며 “EBS가 하는 역할이 우리 모두에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줄 때 TV 수신료 등 재원 관련 문제가 순차적으로 풀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EBS 소속 신삼수 박사는 “매년 BBC에서 내는 연차보고서를 보면 탄소 저감 노력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등 ESG 관련 내용이 상당 포함돼 있다”며 “BBC는 1922년에 방송을 시작해서 100년을 넘겼다. 미디어계의 지속 가능성 해답은 BBC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ESG가 일시적 유행이 아닌 방송사에 내재화돼서 꾸준히 설명하고 시험자와 함께 호흡하는 등 사회 공익적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조직돼야 한다는 신호를 담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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