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탕의 선함에 스타일도 갖춰야 성숙한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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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옹야' 편에 "문질빈빈(文質彬彬)"이란 말이 나온다. 논어>
바탕(質)과 무늬(文)가 잘 조화를 이룬 상태를 말한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바탕이 무늬를 앞서면 거칠어지고 아집에 빠질 수 있다. 무늬가 바탕을 앞서면 겉만 번지르해져서 진실성을 잃기 쉽다. 바탕과 무늬가 잘 조화를 이루고 난 뒤라야 성숙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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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옹야’ 편에 “문질빈빈(文質彬彬)”이란 말이 나온다. 바탕(質)과 무늬(文)가 잘 조화를 이룬 상태를 말한다. 공자가 생각한 이상적인 인간형을 표현하고 있다. 비평의 영역에서는 내용과 형식의 통일을 추구한다는 용어다.
“子曰 質勝文則野, 文勝質則史. 文質彬彬, 然後君子.”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질(質)이 문(文)을 이기면 야(野)하고, 문이 질을 이기면 사(史)하다. 문과 질이 잘 어울어진 뒤에야 군자라고 할 수 있다.
<논어> ‘옹야’
‘질’은 기질, 성질이란 말에서 보듯이 사람의 바탕을 말한다. ‘질’은 거칠고 투박하지만 생명력의 원천이다. 질박한 생명력은 인간의 의지로 길러져서 성숙하고 세련되어간다. 세련되는 정도가 겉으로 드러나는 것이 ‘문’이다. 문(文)이란 한자는 옷감에 새긴 무늬를 가리키는 ‘문(紋)’자에서도 보이듯이 ‘꾸민다’는 뜻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말 ‘무늬’도 자원(字源)이 같을 것이다. 공자가 말한 ‘문’은 당시 지식인이 갖춰야 할 지식과 교양의 총체적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야(野)는 시골사람(野人)으로, ‘다듬어지지 않아 거칠고 투박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사(史)는 관청에서 문서를 담당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데, 내용 전달보다 문서 형식을 꾸미는 데 더 치중하는 경향, 또는 그런 사람을 비유했다. 빈빈(彬彬)은 ‘어떤 뛰어나고 빛나는 두 가지 상태가 서로 반반을 이룬 모습’이다.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바탕이 무늬를 앞서면 거칠어지고 아집에 빠질 수 있다. 무늬가 바탕을 앞서면 겉만 번지르해져서 진실성을 잃기 쉽다. 바탕과 무늬가 잘 조화를 이루고 난 뒤라야 성숙한 인간이라고 할 수 있다.’
본뜻은 좋은데 표현을 지나치게 아끼거나 서툴면 행동이 거칠어진다. 행동이 거칠면 격이 떨어진다. 본바탕은 좋은데 행동이 과격해 남들에게 경시당하는 사람을 종종 볼 수 있다. 문(文)은 일종의 스타일이다. 자기만의 스타일을 ‘디자인’하기 위해 실무능력 외에 교양과 재예를 닦는 것이 필요하다.
문과 질의 조화가 이상적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공자 자신은 스타일이 좋은 사람보다 질박한 인간형을 좋아했다. ‘말을 잘 꾸미고 얼굴색을 자주 바꾸는 사람’을 멀리하라고 했다(<논어> ‘학이’ 편). 겉모습의 아름다움보다는 바탕의 선함을 중시했다.
그럼에도 공자는 두 가지가 균형을 이룬 뒤라야 군자가 될 수 있다고 가르쳤다. 공자의 제자 자공은 외교관으로 출세한 사람이다. 어떤 사람이 그를 “사람은 바탕이 중요한데 자공은 무늬만 앞선 사람”이라고 비난하자, 자공은 “털을 다 뽑아버리면 호랑이 가죽과 개가죽이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고 반문했다(<논어> ‘안연’ 편).
도덕만을 외치고 기술이나 재예를 천시했던 후기 조선시대는 문질빈빈과는 거리가 멀었다. 근세 이후 상업과 기술, 각종 문물제도가 다각도로 발전했던 일본에서는 오규 소라이 같은 저명한 유학자가 도덕을 근본으로, 예악(기술과 문화)를 말단으로 여긴 주자학적 해석을 “한쪽으로 치우쳤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인우 리쓰메이칸대학 시라카와시즈카기념동양문자문화연구소 객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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