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2호기 수명 연장 “경제성 객관적 검증 필요”
지난 8일 고리2호기가 수명 연장을 위해 약 2년간 가동정지에 들어갔다. 원래대로라면 폐로 절차에 들어가야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원전최강국 정책에 의해 안전성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 없이 40년 설계수명이 다 된 원전을 10년 더 가동하기 위한 절차를 강행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수원은 지난달 30일 규제 기관인 원안위에 고리2호기 계속운전(수명 연장)을 위한 운영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서를 제출했고, 같은 해 12월 ‘계속운전 방사선 환경영향 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의견 수렴을 완료했다. 한수원은 심사 과정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대응해 안전성 확보를 전제로 2025년 6월 재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국제신문 2023년 4월 5일).
그런데 과연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은 어느 정도 경제성이 있을까? 한수원이 내놓은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의 이익은 10년간 약 1600억 원이라고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양금희(국민의힘) 의원이 한수원으로부터 제출받아 2022년 4월에 공개한 ‘고리2호기 계속운전 경제성평가’ 자료를 보면, 한수원은 고리2호기의 수명을 10년 연장하는 것이 폐쇄하는 것보다 1619억 원 이익이라고 평가했다. 경제성 평가는 계속운전을 위한 안전성 심사와 설비 보강 기간을 고려해 실제 연장 가동 기간을 약 6.67년(80개월), 이용률을 과거 10년 실적 평균인 78.6%, 판매단가를 최신 연료비와 과거 5개년 실적을 반영한 65.08원/㎾h으로 잡아 이뤄졌다. 1619억 원은 가동 기간 월평균 20억 남짓한 수준이다(한겨레신문, 2022년 4월 21일).
노후원전의 경제성평가는 안전성을 따지기 전에 원전 수명 연장의 가장 주요한 요소이자 판단 기준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제성평가에 대해 한수원의 일방적인 주장만 있을 뿐 객관적 검증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수원은 아예 용역보고서 자체를 공개하지 않고 언론에 일방적 보도자료만 내보냈을 뿐이다. 야당 국회의원에게조차 한두 장짜리 메모를 그것도 형식적으로 제공했을 뿐이고 시민단체의 끈임 없는 정보공개 요구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의 경제성평가는 국회에서조차 객관적 검증을 할 자료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며 오로지 언론을 통해 ‘10년간 1600억원 이익’만 강조하고 있다. 공기업인 한수원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그런데 언론에 나온 것만으로도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의 경제성평가가 부실하다는 것을 읽을 수 있다. 고리2호기 10년 수명 연장에 1619억 원 이익이라? 한수원이 2021년에 계속운전 허가신청을 하지 않았기에 현행법상 고리2호기의 최대 운전 가능 기간은 10년 아닌 6년8개월(80개월)이다. 수명 연장이 경제성을 가지려면 최소 67.2개월 이상 가동해야 한다. 거기에 설비투자 등 계속운전비용은 총 3068억 원이 든다. 고리2호 ‘이용률’과 ‘판매단가’는 각각 10년 실적 평균(78.6%)과 최신연료비 및 5개년 실적 단가(65.08원/㎾h)로 설정해 계산했다는 것이다.
원전의 경제성의 변수는 이용률과 판매단가이다. 이용률과 판매단가가 높을수록 경제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고리2호기 경제성평가의 문제점은 이러하다.
첫째 계속운전 기간 이용률은 10년 실적 평균을 채택한 반면, 판매단가 산정은 5년 자료(2016~2020년)를 채택한 사실은 자료가 대등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고리2호기의 10년 이용률 평균은 78.6%이지만 최근 5년간(2017~2021년) 이용률 평균은 71.5%이기에 자료 차이에 따라 7% 이상 이용율의 차이가 난다는 사실이다. 월성1호기의 경우 경주 지진 이후 이용률이 40%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다. 또한 고리2호기는 2022년 6월 정비 후 화재사고로 약 1개월간 가동중지된 적이 있다. 따라서 이용율 78.6%에 10년간 1600억 원 이익이라면 이용율이 70~65%일 경우는 바로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은 적자로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것은 수명 연장을 위해 유리한 자료만을 취했다는 의혹을 불식시키기 어려울 것이다. 노후원전의 경우 언제 어떤 고장·사고가 나서 정지될지 모르기에 연식이 오래가면 이용율은 갈수록 낮아질 수밖에 없다.
계속운전 기간 이용률을 10년간 평균자료를 채택했다면 판매단가도 10년간 평균자료를 채택해야 하는데 판매단가는 최근 5년 평균치를 쓰고 있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한수원이 밝힌 판매단가는 2023년 65원 정도로 잡고 있는데 2021년 판매단가는 56.2원이었다. 원자력 정산 단가와 무관하게 2023년 기준 판매단가를 적용함으로써 이익을 과잉 산정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한수원의 판매단가는 2011~13년 39원대이던 것이 2016년 67.9원으로 정점 찍은 뒤 2018년 62.1원, 2020년 59.6원, 2021년 56.2원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10년 평균으로 잡으면 약 49원으로 2023년 65원 설정과는 무려 16원이나 차이가 날 정도로 판매단가를 높게 잡은 것이 된다. 평균치를 적용해도 61.7원인데 물가상승률이 이미 반영돼 있음에도 물가상승률 명분으로 2023년 기준 판매단가를 65.1원으로 계산한 것은 경제성이 흑자가 나도록 과잉산정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판매단가가 5원만 차이나더라도 이익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기에 더 이상 차이나면 경제성이 없어지게 된다. 한수원의 고리2호기 수명 연장 경제성 평가는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 시뮬레이션을 먼저하고 흑자가 날 수 있도록 지침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의혹이 제기될 수준으로 데이터를 비상식적으로 처리한 면이 보인다.
고리2호기의 경우 80개월 운전을 기본으로 하고 있는데 노후원전의 잦은 고장 발생이나 다른 이유로 가동이 6개월에서 1년만 늦어져도 적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따라서 이에 대해서는 야당은 물론 고리원전이 입지한 부산시 차원에서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의 경제성평가에 대해 공개적인 검증을 하자고 나서야 하는데도 시조차 이러한 데 대한 인식이 전혀 없는 게 문제다.
실제로 2017년 영구정지에 들어간 고리1호기의 경우 2007년 수명재연장 때 한수원은 계속운전으로 2368억 원의 순이익이 발생할 것이라 추산했다. 그런데 2015년 국회예산처는 수명 연장 뒤 사후처리비용 상승과 이용률 저하 등으로 3397억원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한겨레신문, 2022년 4월 21일). 즉 당시 고리1호기의 수명재연장 이익을 10년간 지금 고리2호기 수명 연장보다 약 1.5배 높은 2368억 원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2015년에 국회예산처가 계산해보니 가동한다면 실제로는 3397억 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
둘째로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고리2호기 수명 연장과 관련해 안전대책비용을 터무니없이 작게 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수원은 고리2호기 수명 연장에 3068억 원을 안전비용으로 잡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중 지역지원금 1300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 설비개선비용은 170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는 바로 고리2호기의 안전성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폐로된 고리1호기 2차 계속운전 설비교체 비용이 2014년 기준으로 약 3000억 원이었고 월성1호기 계속운전 설비교체비용이 2014년 기준으로 5561억 원이었던 것과 비교해도 10년 전의 이들 원전의 안전비용에도 훨씬 못 미친다. 이는 안전비용에 1700억 원 이상을 추가하면 고리2호기는 사실상 적자로 돌아서기에 가능한 한 안전비용을 적게 투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읽힌다.
더욱이 최근 일본 원전의 안전대책비용의 추이를 보면 놀랍다. 일본은 후쿠시마사고대책으로만 27개 원전에 대해 2022년 1월 기준으로 5.7조엔(약 60조 원)의 비용을 집행했다. 원전 1기당 약 2000억 엔(약 2조 원)을 지출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우리나라는 후쿠시마사고 안전대책으로 24개 원전에 대해 1조1000억 원의 비용을 잡아놓고, 2021년 말 기준으로 고작 4488억 원만을 집행했을 뿐이다. 한국은 기당 일본의 100분의 1인 약 200억 원만 집행한 것이다”고 밝혔다(열린뉴스통신, 2022년 7월 13일).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의 경우 원전의 안전대책비가, 전력 11사의 합계만 최소 5.2조 엔에 이르는 것이 아사히신문 조사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일본의 경우 새로운 규제기준이 시행된 지 7년이 됐는데 테러대책시설의 비용을 중심으로 안전대책비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아직 비용 계상을 하지 않은 원전도 많아 안전대책비 총액은 향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 안전대책비에는 지진해일 화재 등에 대한 대비와 중대사고대책 비용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전원별 발전비용으로 원전을 최저가로 한 일본 정부의 평가 전제가 흔들리고 있다. 일본에서 재가동 심사 신청한 원전은 총 27기인데 2020년 7월 현재 총액은 최소 5조2376억 엔으로 2013년의 5배가 넘는다는 것이다. 새 기준으로 설치해야 하는 대부분의 비용이 테러대책시설 비용이라고 한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심사 등을 통해서 설계나 공사의 재검토가 필요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테러대책시설은 항공기 충돌 등의 테러공격을 받아도 원격으로 원자로를 제어하기 위한 것인데 안전대책비용이 밝혀진 8개 원전만 1조2100억 엔에 이른다. 규슈전력 센다이1·2호기(가고시마현) 등은 설치 기한 내에 완성이 늦어 기준 부적합으로 2020년 3월 이후 원전의 운전정지에 몰리게 됐다(아사히신문, 2020년 8월 9일).
요즘 우크라이나-러시아전쟁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전에 대한 공격 가능성이 커 다른 나라는 이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있는데 과연 한반도에서 전시 준전시 테러에 대한 대책이 들어가 있는가? 그에 따른 비용은 얼마나 잡고 있나? 고리2호기는 격납용기가 라이너(얇은 철판)로 돼 있어 다른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고리2호기의 경우 노후원전으로 당시 설계상 제대로 설계되지 않은 것이라고 보는데 이런 노후원전을 이런 상황에서 주민동의도 받지 않고 수명 연장을 이렇게 일방적으로 해도 되는가? 이에 대한 책임을 누가 져야 할 것인가?
고리원전단지의 쓰나미 방지대책으로 방벽을 당초 7.5m에서 10m로 올려 쌓았으나 2018년 감사원이 ‘고리원전의 10m 해안방벽이 미흡해 침수우려가 있다’는 지적을 한 바 있다. 감사원은 “원자로시설부지의 기상조건은 100년 빈도의 태풍을 적용해 분석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100년 빈도의 태풍 기준으로 ‘항만 및 어항 설계 기준’의 계산식에 따라 해수위를 산출한 결과 해일의 해발 최대높이가 9.509~17.352m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는 현재 설치된 10m와는 약 7m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한수원은 원안위의 공기 독촉 등을 사유로 원전 부지 5.8~9.5m보다 낮은 7.5~8m 높이에 있는 고리2발전소 냉각수 취수펌프시설을 해안방벽 바깥에 둔 채 해안방벽을 설치했을 뿐만 아니라, 별도의 침수예방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면서 “그 결과 지진 및 폭풍해일 등 극한 재해 발생 시 고리2발전소 냉각수 취수펌프시설이 침수되어 원자력발전소 냉각수가 적정하게 공급될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감사 결과에 한수원은 “국내 원전 부지에 대하여도 그 높이의 적정성을 재검토하는 한편 고리원전의 냉각수 취수펌프 시설에 대하여는 외곽의 기존 방파제를 높이는 방법 등의 침수예방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원자력신문, 2018년 7월 9일). 이러한 고리원전단지의 방벽 추가건설계획과 고리2호기 안전대책비용을 연계한다면 고리2호기 수명 연장 경제성평가에는 어떻게 반영되어야 할까?
정말 문제는 현재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문제가 발생할 것을 상정해 대안을 마련하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데 안전대책비용도 지금 미리 설정하지 않고 수명 연장한 뒤 상황을 봐가며 그때그때 위험요소를 보완하겠다는 작금의 한수원식 대처로는 고리원전 수명 연장 비용은 사실상 수명 연장 후에 훨씬 늘어날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국민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물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원전관련 비용 예측의 부정확함은 신고리5·6호기 건설비용에서도 드러난다. 애초 기당 4조 원 정도로 잡았으나 현재 5조 이상이 소요되고 있다고 한다. 이 경우 경제성은 많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한수원 이사회에서는 200억 원 미만 규모의 사업은 상정하지 않는 게 원칙으로 알려져 있다. 10년 간 매년 160억 원이라는 공기업 한수원의 이익 보장을 위해 800만 부울경 주민이 10년 이상 불안에 떨고 살아야만 할까?
이런 점에서 부산시의 입장이 매우 중요한데도 지금 부산시는 사실상 고리2호기 수명 연장에 수수방관 자세를 보인다. 시는 이제라도 시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위해 사업개발자인 한수원에 입장을 당당하게 내놓아야 한다. 적어도 고리2호기 수명 연장의 경제성 분석에 대한 자료를 정식으로 한수원에 요구하고, 안전성과 관련된 사항을 검토해 이를 바탕으로 시가 나서 객관적 검증에 나서야 한다. 고리2호기 수명 연장과 함께 이런 점을 명확히 한수원과 원안위에 물어야 할 것이다. 방사선환경영향평가에 중대사고가 제대로 반영되어 있는지? 전시 테러대책 비용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중대사고 발생 시 동시대피계획이 있는지? 아직도 중대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확률론적 안정성에 바탕에 둔 ‘원전안전 신화’를 그대로 신봉해선 안 된다.
미국 쇼어햄원전의 경우 1970년 대 착공해 6조 원을 들여 1980년대에 완공했지만 쇼어햄 카운티 10만명 주민의 동시대피계획을 제시하지 못해 시의회와 시민의 반대로 체르노빌사고 이후 1989년에 1달러로 롱아일랜드주에 매각하고 폐로 절차를 밟았다. 쇼어햄원전의 사례는 안전성 확보가 되지 않으면 경제성도 없다는 말이다. 고리2호기의 수명 연장이 경제성이 있다고 말만 하지말고 정말 경제성이 있는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경제성뿐만 아니라 원전의 안전성 자체도 담보할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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