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사상전에서 패배한 대한민국
문재인 정부 시기 국군 정신교육 교재를 집필한 A교수는 '이상한 일'을 당했다. 반복해 열린 공청회에서 북한에 비판적인 내용을 지우라는 요구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A교수는 "'시민'을 자처하는 정체 모를 사람들이 '남북 관계가 개선되고 있으니 북한 정권이 싫어할 내용을 빼자'고 주장했다"며 "현역 장교들까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은 병사들에게 교육하기 힘들다'면서 거들었다"고 회고했다. 교재는 결국 종북세력의 위험성, 북한의 6·25 남침 등의 내용이 대폭 축소된 채 발간됐다.
'이상한 일'은 민간에서 더 노골적으로 일어났다. 국가보안법 폐지,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의 대남선전 논리를 답습하던 민주노총은 지난해 8월 아예 북한 노동당 산하 단체가 보낸 연대사를 홈페이지에 내걸었다. 최근 국가정보원과 경찰은 민주노총 간부들이 북한 공작원에게 지령을 받아 활동한 혐의를 포착하고 지난달 27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촛불 청구서'를 들이밀던 대한민국 제2노총이 북한의 꼭두각시로 활동하고 있던 것이다.
역사학자 아널드 토인비는 "국가의 멸망은 외부가 아닌 내부의 분열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국가의 위기는 안일한 안보의식, 내부의 적의 책동으로 초래된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런 '이상한 일'들은 국민의 안보관을 은밀하게 무너뜨린다. 지난 3일 일부 정치인은 4·3 사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4·3 항쟁'이라는 용어를 썼다. 무엇에 대한 '항쟁'이라는 뜻일까. 4·3 사건은 남로당 공산주의자들이 경찰지서 12곳을 습격해 일으킨 폭동을 군경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다수의 무고한 민간인이 희생된 사건이다. 4·3 사건을 '항쟁'이라고 칭하면 주어는 공산주의자들이 되고, 미군정과 대한민국 정부는 '항쟁'의 대상이 된다. 말장난으로 대적관에 혼란을 주는 북한식 '용어혼란전술'이다.
북한과 달리 사상의 자유가 보장되는 대한민국은 사상전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을 수밖에 없다. 종북세력은 이런 취약점을 이용해 분열과 혼란을 조장해왔다. 무너진 안보관을 바로잡기 위해 '이상한 일'들을 경계하는 '비정상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김형주 오피니언부 kim.hyungju@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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