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행위에 그친 탄녹위 의견수렴···국회, 시민단체 “탄소중립기본계획 전면 재수립해야”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가 ‘요식 행위’란 비판 속에 의견 수렴을 마치고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는 탄녹위가 기본계획을 ‘졸속 통과’시킨다며 반발했다.
탄녹위는 10일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달 21일 발표한 기본계획을 심의・의결했다. 오는 11일 오전에 국무회의에서 의결이 되면 탄녹위는 이날 오후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기후특위)에 처음으로 기본계획 관련 보고를 한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탄녹위가 국회 보고 없이 기본계획을 확정하는 게 ‘국회 패싱(배제)’이라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지난 4일 대정부 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에게 “국회 심의를 거치고 의견을 반영한 후 기본계획을 처리하는 게 어떻냐”고 물었고, 한 총리는 “검토해보겠다”라고 답했다. 장 의원은 “정부가 내일(11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기본계획을 의결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개입 여지를 원천 봉쇄하는 꼼수”라며 “국회 보고와 심의 과정을 요식 행위로 여긴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도 탄소중립위원회 소속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실질적인 기본계획을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 차례 공청회를 열고 간담회 몇 차례 진행하더니 제시된 의견을 제대로 검토할 겨를도 없이 정부안을 졸속 심의하려 한다”라며 “국민 의견 수렴 과정을 면피용 요식행위로 여기고, 청년과 노동・시민단체를 들러리로 전락시키는 파렴치한 행태”라고 주장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기후정의동맹,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시민사회단체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자와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들을 배제하고 위협하는 기본계획을 의결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계 인사들은 기본계획 수립 과정부터 노동계가 배제됐다고 입을 모았다. 탄소중립기본법은 탄녹위원을 위촉할 때 아동, 청년, 여성, 노동자, 농어민, 중소상공인, 시민사회단체 등 다양한 사회계층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거나 의견을 들은 후 각 대표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현 탄녹위에 노동자, 농어민, 청년 등을 대표할 수 있는 위원은 없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탄녹위는 시작부터 노동계가 배제됐고, 탄소중립 이행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실현한다는 탄소중립기본법의 원칙을 전혀 지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부의 건물 부문 온실가스 감축 정책인 ‘그린 리모델링’이 취약계층을 보호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이재임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윤석열 정부는 노후 임대주택 그린 리모델링을 위한 예산 5조7000억원을 삭감했다”라며 “민간 주도로 제로 에너지 건축을 확대하겠다는 말만 반복하며 건설사와 소유주의 이익만 보장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기본계획이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차기 정부로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보림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는 “기본 계획에 담긴 현 정부 임기 내 온실가스 감축 수준은 연 2% 수준에 불과해 이대로라면 1.5도는커녕 2도 목표도 달성할 수 없다”라며 “가까운 미래로 온실가스 감축 책임을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루면 우리는 겹겹이 쌓여가는 감축 부담과 통제 불가능한 위험을 계속 넘겨받고 있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기본계획안을 폐기하고 최일선 당사자들이 주체가 된 정의로운 기본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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