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5조로 덩치 커진 토종 PEF, 기업 구조조정 메기 되길

2023. 4. 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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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 사모투자펀드(PEF)가 대기업의 비주력 사업부나 계열사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크게 키웠다고 한다. 매일경제와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5년간 PEF가 대기업에서 인수한 뒤에 재매각한 8곳을 분석한 결과 기업가치가 평균 147%나 증가했다. 원래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였던 넥스플렉스는 PEF인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된 후 매출액이 2년 새 두 배가 됐다. 그 덕분에 기업가치가 5.3배로 뛰었다. 두산공작기계 역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체질 개선에 성공해 기업가치가 1.85배가 됐다. PEF가 기업을 구조조정해 알짜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데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나 은행이 주도했으나 부작용이 컸던 게 사실이다.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낙하산 인사들이 기업 경영을 맡곤 했다. 은행은 기업 혁신보다는 채권 회수에 집착했다. 반면 PEF는 투자자들의 수익 극대화가 최우선이다.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올인한다. 해당 사업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을 맡기고 시장에서 성공할 사업에 집중한다. 정치권의 영향에서도 자유롭다. 정부나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보다 시장 친화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18.6%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라고 한다. 은행 대출 연장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이들에 투입되는 자원을 성장 분야로 돌려야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PEF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을 인수해 성장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PEF 약정 금액이 지난해 말 기준 125조원으로 5년 새 두 배로 불어났다고 하는데, 이 돈을 실탄으로 PEF가 기업 구조조정에 메기 역할을 한다면 한국 경제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러려면 PEF에 대한 '먹튀' 오해를 버려야 한다. PEF는 기업을 살려낸 뒤에 매각해서 수익을 남기는 게 본업이다. 기업을 팔았다는 이유로 '먹튀'라고 비판하는 건 PEF에 사업을 말라는 소리다. 그 수익은 기업을 살려내 얻은 정당한 대가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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