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25조로 덩치 커진 토종 PEF, 기업 구조조정 메기 되길
토종 사모투자펀드(PEF)가 대기업의 비주력 사업부나 계열사를 인수해 기업가치를 크게 키웠다고 한다. 매일경제와 베인앤드컴퍼니가 최근 5년간 PEF가 대기업에서 인수한 뒤에 재매각한 8곳을 분석한 결과 기업가치가 평균 147%나 증가했다. 원래 SK이노베이션의 사업부였던 넥스플렉스는 PEF인 스카이레이크에 인수된 후 매출액이 2년 새 두 배가 됐다. 그 덕분에 기업가치가 5.3배로 뛰었다. 두산공작기계 역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후 체질 개선에 성공해 기업가치가 1.85배가 됐다. PEF가 기업을 구조조정해 알짜 회사로 탈바꿈시키는 데 실력을 발휘한 것이다.
지금까지 기업 구조조정은 정부나 은행이 주도했으나 부작용이 컸던 게 사실이다. 정치권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낙하산 인사들이 기업 경영을 맡곤 했다. 은행은 기업 혁신보다는 채권 회수에 집착했다. 반면 PEF는 투자자들의 수익 극대화가 최우선이다. 기업가치를 올리는 데 올인한다. 해당 사업을 잘 아는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경영을 맡기고 시장에서 성공할 사업에 집중한다. 정치권의 영향에서도 자유롭다. 정부나 은행 주도의 구조조정보다 시장 친화적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기업 중 18.6%가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 한계기업이라고 한다. 은행 대출 연장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은 과감하게 구조조정해야 한다. 이들에 투입되는 자원을 성장 분야로 돌려야만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다. PEF는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기업을 인수해 성장기업으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 PEF 약정 금액이 지난해 말 기준 125조원으로 5년 새 두 배로 불어났다고 하는데, 이 돈을 실탄으로 PEF가 기업 구조조정에 메기 역할을 한다면 한국 경제가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러려면 PEF에 대한 '먹튀' 오해를 버려야 한다. PEF는 기업을 살려낸 뒤에 매각해서 수익을 남기는 게 본업이다. 기업을 팔았다는 이유로 '먹튀'라고 비판하는 건 PEF에 사업을 말라는 소리다. 그 수익은 기업을 살려내 얻은 정당한 대가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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