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맹 불신 키운 美불법감청, 사과·재발방지 약속 받아야
미국 정보기관이 우리 정부를 도청한 정황이 드러났다. 온라인상에 유출된 불법감청 기밀문서의 진위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만에 하나 이게 사실로 드러나면 동맹의 신뢰를 깨트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엄중한 대응에 나서야 할 것이다. 미국 언론이 보도한 기밀문건에는 우리 국가안보실 고위 관리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쓰일 탄약을 미국에 공급할지를 놓고 나눈 은밀한 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문건에 '신호 정보(SIGINT·Signals Intelligence)'라는 표식이 찍혀 있다는데, 'SIGINT(시긴트)'는 통신 감청 등을 통해 확보한 정보를 일컫는 첩보용어라고 한다. 사실 미 정부가 적성국, 동맹국 가릴 것 없이 광범위한 도감청을 하다 들통난 게 한두 번이 아니다. 2013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휴대폰을 10년간 도청한 사실이 드러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사과를 한 바 있다.
이번 도청 의혹도 사실이라면 70주년을 맞은 한미동맹에 대한 예의가 아닐뿐더러 명백한 주권 침해다. 오는 26일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 의미도 퇴색될 수밖에 없다. 동맹의 균열이 더 커지기 전에 미 정부가 발 빠른 진상 규명을 통해 진솔한 해명을 해야 할 것이다. 정확한 사실 확인이 될 때까진 우리도 감정적인 대응은 삼가야 한다. 대통령실이 "상황 파악이 끝나면 필요시 미국에 합당한 조치를 요청할 것"이라고 했는데 옳은 방향이다. 도청이 사실로 밝혀지면 아무리 우리의 맹방이더라도 따질 건 따져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이참에 대통령실과 국방부·합참에 대한 도감청 방어태세를 재점검하고 강화할 조치도 필요하다. 야당도 국익에 반하는 왜곡 선동을 자제해야 한다. 안보실이 뚫린 게 대통령실 이전 탓이라며 정치 공세에 나서는 건 볼썽사납다. 무엇보다 갈수록 점증하는 북핵 위협부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대응까지 지금 한미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대통령 국빈방문까지 앞두고 있다. 상호 신뢰 없이는 지속가능한 동맹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동맹이라는 걸 미국이 증명해야 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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