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원전 중단, 값비싼 실험

박만원 기자(wonny@mk.co.kr) 2023. 4. 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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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계수명 40년이 된 고리2호기 운전이 결국 8일 오후부터 중단됐다. 3년 전쯤 정부가 미리 '계속운전' 절차를 개시했다면 수명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탈원전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에선 말도 꺼내지 못할 일이었다. 가뜩이나 고유가와 무역적자로 신음 중인데 원전마저 줄어 에너지 수입 비용이 더 늘게 됐다.

탈원전 논리의 핵심은 환경과 안전성이었다. 하지만 태양광 사업 관련 비리가 최근 들어 수사 대상에 오르고, 화석연료 대체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전 정부가 순수하게 환경을 생각해 탈원전을 밀어붙였는지 의심하게 만든다. 안전성 문제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더 큰 개념의 에너지 안보 이슈에 희석되고 있다. 탈원전의 원조 격인 독일은 뒤늦게 러시아산 가스 비중을 낮추느라 원전 중단 시점을 늦췄고, 중립국 노선을 포기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선언한 스웨덴은 원전 축소에서 확대 노선으로 돌아섰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겪은 일본조차 최근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 사고 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원전 재가동 찬성 의견이 반대 여론을 큰 폭으로 앞섰다. 이들 사례는 에너지 안보를 위협하는 탈원전의 실상을 여실히 보여준다. 에너지 소비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전년 대비 500% 넘게 급등하는 상황에서 원전마저 없었더라면 경제가 버텨낼 수 있었을까.

폐기물 처리 등 원전이 풀어야 할 과제가 있더라도 '태양광만큼 안전한 원전' '원전만큼 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는 기존 원전을 주요 전력원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 정부가 고리2호기 재가동을 추진한다지만 2년 넘는 가동 중단을 피할 수 없다. 이 기간 화력발전으로 대체하려면 1조원 넘는 비용이 발생할 전망이다. 탈원전 실험의 값비싼 비용이다.

앞으로 2030년까지 설계수명에 도달하는 원전은 10기에 달한다. 그때마다 이런 소동을 반복해선 안된다.

[박만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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