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알퍼의 영국통신] 영국도 피하지 못한 저출산의 늪
육아 피하는 청춘 이해되지만
출생률 급락 막을 방법 없을까
요즘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 눈에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사는 것 같다. 내가 학교와 공원 그리고 가족 단위가 살기 적당한 집들로 가득한 시골 마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일종의 버블이다.
버블 밖으로 나가 바쁜 도시를 보면 매우 다른 상황이 펼쳐진다. 사람들은 대부분 원룸아파트에서 혼자 또는 고양이와 함께 생활한다. 미드(미국 드라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에피소드처럼 사람들은 새로운 사랑을 찾아다닌다. 고로 런던의 가장 트렌디한 지역에서 유모차를 밀고 다니는 엄마를 마주칠 확률은 극히 드물다.
1991년 BBC에서는 '2.4 칠드런'이라는 시트콤을 방영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지극히 평범하고 일반적인 모습의 가족이 등장했다. 짐작할 수 있겠지만 2.4는 당시의 출생률이었다.
현재 영국의 출생률은 1.6명으로 곤두박질쳤다. 전문가들은 체외수정 시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인들에게는 어색하지 않겠지만 영국인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현실이다.
12년 넘게 한국에 살면서 출생률에 대한 뉴스를 셀 수 없을 만큼 들었다. 작년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에서 태어난 아기들이 고작 24만9000명이라고 한다. 5156만명의 인구가 살고 있는 나라에서 가임여성 한 명당 출산율은 0.7명이 겨우 넘는 세계 최저 수준이다. 만약 출생률이 계속 떨어지거나 그대로 유지될 경우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결국 한국은 사라질 것이다. 물론 영국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이제 영국인들과 언론은 정부를 향해 출산장려 정책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의 결과가 그랬듯이 인구수를 바꾸려는 정부의 노력은 대개 비참한 결과로 끝난다. 출산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에서 얼마 정도 재정적 지원을 할 수 있겠지만 이것이 아기를 가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는 못할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새벽에 일어나 기저귀를 갈고 우는 아이들을 달래 본 사람으로서 나는 요즘 젊은이들의 선택을 백분 이해한다.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평생 내가 주인공으로 살 수 있다. 젊은이들은 육아가 경제적인 부담뿐만 아니라 정신적·육체적 극한 노동이라는 것을 잘 안다. 자녀가 생기는 순간부터 부모 삶의 중심축은 그들이다.
이런 의미에서 코로나19는 일종의 분수령이 되었다.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단절되면서 사람들은 마음속의 주인공 증후군을 키워나가며 결혼해 자녀를 갖는 사회적 통념에 맞는 삶이 과연 더 가치 있는지에 대해 자문하게 되었다.
자녀가 주는 기쁨은 지구상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다. 하지만 양국의 젊은이들이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다. 사실 그것이 더 일반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일지도 모른다. 그저 그런 깨달음의 결과가 언젠가 영국과 한국을 존재하지 않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것이 슬플 뿐이다.
[팀 알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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