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에서] 한동훈 장관님,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학원이나 학교 앞에서 먹을 것을 나눠주는 건 절대 받으면 안 된다."
살인, 강도, 강간 등 흉악 범죄 뉴스가 매일 쏟아져 나오는 사회부지만 남의 이야기인 줄 알고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설마 우리 가족에게 이런 일들이 일어나겠나. 그냥 우리가 조심하면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일들이었다.
하지만 최근 사교육 1번지라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에서 일어난 '마약 음료수' 사건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듣자마자 카카오톡으로 중학생 딸아이에게 경고부터 날렸다. 이날도 학원을 드나들 아이 앞에 언제든 범죄자들이 마약을 배달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수십 년 동안 마약은 우리들에게 남의 일이었다. 유명 연예인들이나 철없는 재벌가 후손들이 손대는, 구할 수도 없고 사기에도 비싼 특별한(?) 것들로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누구나 쉽게 다닐 수 있는 학원가에서 아이들은 공짜로 마약을 음료수인 줄 알고 마시게 됐다. 얼마 전에는 한 여중생이 SNS를 통해 마약을 구입해 투약하다 실신하는 일이 벌어졌고, 마약 배달에 10대가 가담했다는 뉴스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그뿐인가. 전두환의 손자가 마약을 투약하는 모습이 유튜브 영상으로 중계될 정도로 우리 아이들 도처에 마약은 이미 도사리고 있다. 안타깝게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해 10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뒤에 벌어진 일들이다.
젊은이들 주변에서 마약의 위협은 실제 숫자로도 나타난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7년 105명이던 학생 마약사범은 5년 만인 2022년에는 543명으로 다섯 배가 넘게 늘었다.
최근에 만났던 한 경찰 고위 간부는 "솔직히 그 많은 소포들을 다 뒤져볼 수도 없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마약이 번지는 것을 막을 길이 없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투약, 단순 소지 등이 징역 6월~3년 정도에 불과한 마약 관련 형량을 훨씬 무겁게 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모두 잡을 수 없다면 잡은 이들이라도 제대로 처벌해 경계로 삼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난해 이태원 사태를 겪으며 불안하고 분노했던 국민이 이제는 마약에 떨고 있다.
한 장관님, 대한민국이 마약 청정국이 맞는지요. 우리 아이들을 지켜주세요.
[박준형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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