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 고통을 독특한 색감 회화로

페르난다 갈바오 개인전
내달 13일까지 파운드리서울

10대에 암투병을 했던 브라질 신성 작가 페르난다 갈바오. 파운드리서울

15세 때 활막육종이라는 연조직 암(Soft Tissue Sarcoma) 진단을 받고, 17세 때는 폐까지 전이됐다. 암울한 항암 치료 와중에도 이 소녀는 조직검사용 시약에 암세포가 반응하며 내뿜는 인공적인 분홍색에 매료됐다. 현미경으로만 보이는 세포 조직과 인체 내부가 광활한 우주 공간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브라질 상파울루 출신 유망 작가 페르난다 갈바오(29) 개인전 '오이스터 드림(Oyster Dream)'이 한남동 파운드리 서울에서 5월 13일까지 열린다.

대형 신작 회화 위주로 19점을 선보이는데, 작가의 출발점이 된 영상설치 작품 '일렉트릭 드림(Electric Dream·2019)'이 눈길을 잡아끈다. 거대한 분홍색 모래 산 위에 대형 모니터가 온통 형광 분홍빛을 쏘아댄다. 이 영상에서는 메마른 계곡에서 토실토실한 토끼가 열심히 풀을 뜯어 먹다가 주변 산이 움직여 갑작스러운 화산 분화로 끝나는가 싶더니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작가는 친구의 반려 토끼를 촬영하고 크로마키 등 화면 합성 기술로 디스토피아인지 유토피아인지 모호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세포학과 조직학에서 비롯된 관심으로 생물학 교과서의 초음파 등 의학영상장비로 촬영한 인체 사진에 붉은색이나 분홍색, 검정 물감이나 연필로 그렸다. 더 나아가 미래적인 분홍색을 품은 대형 회화를 마치 태피스트리처럼 펼쳤다.

대표작 '오스트라 튤리파(Ostra Tulipa·2022)'는 심해 깊은 곳 튤립 같은 굴과 해파리가 꿈처럼 움직이는 풍경이자 세포나 인체 장기 등 미시적 세계와 연결된다. 작가의 실제 경험과 상상이 뒤섞인 혼종의 생태계다.

[이한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