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화폐가 기존 외환거래 시스템 대체 … 내년 거래규모 9조달러 달할것"
중앙은행 86%가 CBDC 연구
복잡한 외환 시스템 안거치고
국가 간 디지털화폐로 거래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가 핵심
"2024년에는 전 세계 인구 중 절반 이상이 연간 9조달러 이상의 가치가 있는 거래에 디지털화폐를 사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중앙은행의 86%가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가 가진 잠재력을 적극 연구하는 이유다."
가상화폐 해외 송금 플랫폼 리플의 제임스 월리스 중앙은행 협력담당 부사장이 머지않은 미래에 CBDC가 물리 세계와 디지털 세계는 물론 공공과 민간을 아우르는 경제 시스템에서 화폐로 통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플은 부탄, 팔라우 등 각국 중앙은행과 협업해 CBDC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월리스 부사장은 "아르헨티나부터 잠비아 등 올해 1월 기준 34개국에서 연구, 시범 프로젝트, 기술 실험 등을 통해 CBDC의 이점을 탐구하고 있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결제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국경 간 결제의 마찰 해결, 결제 위험 감소 같은 목표를 달성하는 데 결정적 요인을 알아내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CBDC를 미래 화폐 경제 시스템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핵심 요인으로 '상호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꼽았다. 상호운용성이란 A국 중앙은행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를 B국에 전송할 때 별도의 복잡한 외환 시스템을 거치지 않아도 B국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로 바뀌어 전자지갑에 입금되는 개념이다.
월리스 부사장은 "국제 결제 프로토콜의 조율과 국제 표준 프로토콜 채택을 통해 구현될 다양한 화폐 간 상호운용성이 결국 성공적인 CBDC 설계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이는 발행국 내 소매 결제뿐 아니라 국경 간 결제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라이버시 이슈 역시 해결해야 할 문제다. 실제 각국 중앙은행의 디지털화폐 도입 움직임을 두고 시민들은 CBDC가 개인정보에 미칠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네덜란드 중앙은행이 디지털 유로를 위한 실험의 장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입장을 보이자 지난달 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수백 명이 '금융당국이 디지털 유로를 통해 개인의 소비를 감시할 수 있다'며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월리스 부사장은 "화폐는 경제를 둘러싼 국가와 시민 간 사회적 계약의 핵심이고, CBDC가 잠재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광범위한 대중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며 "CBDC가 제공하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사용자의 프라이버시를 보장할 수 있는 올바른 방법을 찾고 관련 사안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프라이버시를 침해하지 않는 CBDC 솔루션을 구축하는 일이 앞으로 CBDC 도입에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며 "모든 데이터를 매번 공유해야 하는 필요성을 없애면서도 제공된 신원 정보를 검증할 수 있는, 신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월리스 부사장은 CBDC가 각국의 통화 주권을 위협하거나 기축통화로서 달러 지위를 흔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진단했다.
그는 "CBDC 도입을 검토 중인 각국 중앙은행은 CBDC가 통화와 금융 안정성에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한다'는 대원칙을 공유하고 있고, CBDC의 통화 정책 영향은 이를 어떻게 설계하는지에 달려 있다"며 "기축통화로서의 지위 역시 궁극적으로 사용되는 화폐의 형태보다도 국가 경제와 세계 시장에서 화폐 발행 국가의 역할과 관련돼 있기 때문에 CBDC가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각국이 CBDC 도입과 가상자산 규제에 박차를 가하는 만큼 한국은행 역시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고 있다. 한은은 올해 1월 CBDC 전담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디지털화폐 연구부를 신설했다. 지난해에는 총 10개월 동안 진행된 CBDC 모의실험도 마쳤다. 모의실험 1단계에서는 지갑 개설, 교환, 송금, 결제 등 CBDC 유통에 필요한 기본 기능을, 2단계에서는 국가 간 송금, 법 집행, 통화 정책, 규제 준수 등 확장된 기능을 개발해 실험했다.
월리스 부사장은 "CBDC 도입 단계에서는 중앙은행이 해결하고자 하는 명확한 문제가 있어야 하고, 다양한 정책 목표 간 상충 관계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준호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 이상 못 참겠다”...한국인도 이제는 등 돌린다는데 - 매일경제
- 매년 늘어나는 아파트 하자분쟁...GS건설 최다 불명예 - 매일경제
- “마셨더니 화장실 달려갔다”…불만폭주 스타벅스 ‘신메뉴’ 뭐길래 - 매일경제
- “전세보증보험 거절됐습니다”…빌라 시장 초토화된 이유 [매부리 레터] - 매일경제
- 이러다 연쇄 부도날라…악성 미분양 ‘시한폭탄’ 째깍째깍 - 매일경제
- 테슬라 메가팩 신설에 2차 전지 관련주 또 폭등 - 매일경제
- “4천원 안냈다가 40만원 벌금”...해외여행 갔다 봉변 당할 뻔 - 매일경제
- 삼성전자가 감산했는데...SK하이닉스가 더 높이 치솟는 이유 - 매일경제
- 자금 급한 대구 새마을금고…연 5%대 정기예금 특판 - 매일경제
- ‘157km 쾅!’ 프로 첫 홀드와 맞바꾼 생애 첫 홈런…김서현 “날아가는 공, 바라보게 돼” - MK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