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견제에 주춤한 중국 반도체 … 韓, 기술격차 더 벌릴 기회

이영욱 기자(leeyw@mk.co.kr) 2023. 4. 1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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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학술원 '차세대 반도체 기술과 미래' 특별강연
美中 소재·기술 갈등구도 심화
국내기업, 美 칩스법 활용하고
IDM·파운드리서 살길 찾아야
구글 등 기업 자체 칩 개발나서
韓 반도체 산업변화 대응해야
반도체 인재 '현장경험' 중요
전동석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석민구 컬럼비아대 전기공학과 교수, 신창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왼쪽부터)가 지난 7일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차세대 반도체 기술과 미래' 강연에서 토론하고 있다. 최종현학술원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것이며 이 구도 속에서 한국에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반도체 등 첨단기술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도 국가 차원에서 세부 전략을 마련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최종현학술원이 온라인으로 생중계한 과학혁신 특별강연 '차세대 반도체 기술과 미래'에 참석해 주제발표에 나선 석민구 컬럼비아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최근 반도체 업계 트렌드로 '칩과 소프트웨어의 수직 통합'을 꼽았다. 석 교수는 "10년 전 스마트폰 중앙처리장치인 AP를 스스로 만들기 시작한 애플은 자신들이 칩 생산을 모두 제어하면서 공급망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며 "구글, 아마존, 테슬라 모두 자체 칩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데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려면 칩을 설계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창환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구도를 언급하며 "첨단소재, 원재료 등을 중심으로 중국을 제재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며 "중국도 이에 맞서 자국 내 희귀 광물 채굴을 통제해 반도체 공급망 흔들기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고분자공학부 교수는 미국과 중국의 움직임을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우리나라가) 중국과 디커플링을 예상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대기업을 위한 대책뿐 아니라 대기업을 중심으로 형성된 다양한 중소기업의 클러스터도 고려해야 한다"며 "신규 시장인 동남아시아, 인도, 유럽 등 여러 지역으로 팹(제조 공장)을 재배치하는 전략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장기적 관점에서 한국이 종합반도체회사(IDM), 팹리스, 파운드리 중 어느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지 묻는 질문에 석 교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파운드리에 집중 투자하면서도 IDM 투자를 줄이지 않은 것을 보면 파운드리와 IDM 둘 다 가져가겠다는 전략"이라며 "다만 팹리스는 한국이 불모지인데 IDM과 파운드리를 바탕으로 어떻게든 자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국 칩스법으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국 기업들의 발목이 잡힐 것으로 내다봤다. 이어 한국이 이 같은 상황을 잘 활용한다면 한국을 따라잡으려는 중국과의 기술 격차를 벌릴 호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권 교수는 "반도체 기술의 핵심은 반도체 선폭을 줄이는 것인데, 미국이 관련 장비 등에 대해 중국 수입을 금지하는 상황에서는 중국의 기술 개발이 멈출 수밖에 없다"며 "미국이 대중국 제재를 계속 가져가는 한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우위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외적 요인에 따른 반사효과에만 기대고 있을 수는 없다. 권 교수는 정부가 반도체 기업을 좀 더 세밀하게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메모리 반도체 일변도의 지원보다 생태계 전반의 다양성, 지속가능성, 자립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조금 더 입체적으로 중장기적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산업계의 큰 고민 중 하나인 반도체 인재 양성에 관해선 참석자 모두 (학생들에게) 산업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권 교수는 "이론을 공부한 교수 외에도 현장 경험이 충분한 엔지니어가 교원으로 들어와 학생을 공동 지도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산학 과제를 통해 대학원 과정을 거친 학생들이 바로 현장에서 활용 가능한 인력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도 "(학생) 스스로 반도체 집적 공정을 해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마지막으로 토론 참석자들은 미·중 간 대결구도가 강화되면서 반도체 산업계에도 각자도생 문화가 나타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도 자생적인 연구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신 교수는 "국제적인 반도체 연구개발(R&D) 협력은 기초 영역과 공통의 R&D가 서로 분업을 이루며 진행돼 왔는데, 최근 칩스법을 발표한 미국은 미국 주도로 다 하겠다고 했다"면서 "대만도 일본과 손잡고 고립된 형태의 연구에 나선 만큼 한국도 한국만의 컨소시엄을 만드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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