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를 만드는 기업들](18) 위성 실리는 공간 내부 초미세먼지도 잡아낸다
지난해 6월 우주 문을 연 한국형발사체 ‘누리호’는 1~3단으로 구성된 발사체다. 1단부터 3단까지 차례로 분리 및 점화되며 위성을 우주에 올려놓는다. 위성이 들어 있는 3단 페어링 부위는 청정 공기 환경을 유지해야 한다. 초미세먼지를 99.975% 여과하는 H14등급 헤파필터 이상의 필터 사용이 필요한 환경이다. 온도와 습도의 미세한 변화가 위성 기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상상을 초월하는 화염과 굉음을 내뿜는 발사체의 최종 목표는 우주 공간으로 위성 등 탑재체를 안전하게 실어나르는 것이다. 오는 5~6월 3차 발사를 앞둔 누리호는 지상관측 임무를 수행하는 '차세대 소형위성 2호' 등 실용 위성이 실린다.
실용 위성이 실리는 공간의 청정 공기 환경을 유지하는 누리호 공조시스템 기술을 책임지는 누리호 개발 참여기업 '에너베스트'를 지난 6일 찾았다. 에너베스트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발사체의 최종적으로 실어나르는 위성 등 탑재체의 성능과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기업이다.
대전 대덕구 소재 본사에서 만난 장충효 에너베스트 대표는 “누리호 3차 발사 준비로 직원들이 누리호가 발사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 가 있다”며 “긴장감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공기 속 입자들이 위성 고장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도체 공장급의 클린룸 환경이 필요하다”며 “에너베스트는 발사 서비스 제공이 주 목적인 누리호에 청정 공기와 요구 환경을 제공해 위성이 제 작동을 할 수 있게끔 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조시스템은 위성이 누리호에 선적되는 순간부터 작동된다. 위성 선적은 나로우주센터 내 발사대와 약 1.8km 떨어진 조립동에서 이뤄진다. 에너베스트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함께 ‘이동형 온도제어 유닛(MTU)’ 개발에 참여했다.
MTU는 132제곱미터(㎡·40평) 아파트 10개호에 냉난방이 가능한 유량을 가진 공조장치다. 누리호를 발사대까지 이송시키는 장비에 실어 사용한다. 장 대표는 “나로호 발사 때는 해외 업체 제품을 사용했다”며 “설계 도면이 없는 상태에서 외국 설비를 분석해 한국형 공조장치를 개발했다”고 말했다.
발사대에 도착한 후 누리호는 기립한다. 기립한 발사체에 추진제 및 가스류 등을 지상에서 공급하기 위한 구조물인 ‘엄빌리칼 타워’가 결합한다. 엄빌리칼 타워에 달린 공조 시스템으로 변경한다. 발사 직전 마지막 순간까지 공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필수 발사 조건이다. 장 대표는 “공기 속 입자나 온도, 습도 등을 지속해 계측하면서 이상이 생기면 이에 대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3차 발사에는 실용위성들이 실린다. 차세대 소형위성 2호를 포함해 지구 근처 플라즈마 현상을 관측할 한국천문연구원의 군집위성 ‘도요샛’, 국내 기업인 져스텍과 루미르, 카이로스페이스의 큐브 위성 등 위성 8개다. 모두 실제 활용 목적이 있다. 장 대표는 “3차 발사 때는 이전 발사 때 실렸던 것들보다 고가이자 고도의 위성이 들어간다”며 “먼지 등으로 인해 위성이 고장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항공우주부품 및 설비업체인 에너베스트는 1차 발사 때부터 누리호 개발 사업에 참여했다. 원래 화재 안전 계측계 사업에 참여했다가 공조시스템까지 참여 영역을 넓혔다. 장 대표는 “1차와 2차 발사 때 개발한 장치들이 큰 문제 없이 작동돼 안도감과 뿌듯함이 컸다”며 “에너베스트는 국내 유일의 우주발사체 공조시스템 개발 및 운용 기업”이라 말했다.
에너베스트는 3차 발사 이후에도 우주 산업에 참여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누리호 고도화 사업이나 차세대 발사체 개발 사업 등에 참여할 계획이다. 회사 재무 구조상 현재 우주산업의 비중은 40~50% 정도를 차지한다.
장 대표는 “항우연으로부터 관련 기술을 이전 받은 것을 기반 삼아 그간의 공조시스템 운용 노하우와 3차원(3D) 프린팅 등의 신기술 도입을 더해 우주산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라며 “국방부의 고체발사체나 이노스페이스와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의 국내 민간 발사체 개발이 이어지는 점에 기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으론 우려도 크다. 에너베스트는 2015년 창업해 2021년 기준 매출이 약 18억원, 직원 10명 이하의 중소기업이다. 장 대표는 “정부가 최근 우주산업 육성 정책을 피고 있지만 아직 중소기업과 같은 밑단에는 닿지 않고 있다”며 “중소기업에도 닿을 수 있는 금융 정책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 산업계가 세로가 아닌 가로로 성장하길 기대한다”며 “많은 산업체들이 우주 산업에 참여해 협업체계를 만들어 나가길 희망하는 것”이라 덧붙였다.
[대전=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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