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도 극찬한 제구력… 롯데 트랜스포머 대박, 항저우 亞게임도 보이나

김태우 기자 2023. 4. 10.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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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는 여러 코스를 모두 잘 이용해야 하지만, 필연적으로 타자 몸쪽에 공을 던지는 것을 까다로워하고, 때로는 두려워한다.

최고의 장점은 우완이 가장 까다롭게 생각할 수 있는 우타자 몸쪽 승부를 잘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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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사직 kt전에서 완벽한 제구력을 보여준 롯데 나균안 ⓒ롯데자이언츠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투수는 여러 코스를 모두 잘 이용해야 하지만, 필연적으로 타자 몸쪽에 공을 던지는 것을 까다로워하고, 때로는 두려워한다. 영리한 타자들은 이를 잘 이용한다. 좋은 투수와 그렇지 않은 투수가 몸쪽 승부로 갈린다는 건 절대적인 진리다.

그런 측면에서 놀라움을 주는 선수가 바로 롯데의 시즌 초반 선발 로테이션을 이끌고 있는 나균안(25)이다. 고교 시절 포수로 활약했고, 실제 지명도 포수(2017년 롯데 2차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받았던 나균안은 포수로서의 기대치를 채우지 못하고 투수로 전향했다. 1군 무대에 투수로 데뷔한 건 2021년이다. 그런데 데뷔 2년 만에 리그에서 가장 몸쪽 승부를 잘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반전이다.

나균안은 공이 빠른 편은 아니다. 패스트볼 평균 구속은 140㎞대 초‧중반에 형성된다. 그러나 안정적인 커맨드를 가지고 있다. 최고의 장점은 우완이 가장 까다롭게 생각할 수 있는 우타자 몸쪽 승부를 잘한다는 것이다. 우타자 깊숙한 곳을 찌르는 것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 있게 던진다. 타자들은 생각할 것이 많아진다. 몸쪽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뚝 떨어지는 포크볼을 쳐 내기는 쉽지 않다.

현역 시절 리그 최고의 투수 중 하나로 당대를 풍미했던 윤석민 ‘스포타임 베이스볼’ 위원은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kt전을 보며 나균안의 몸쪽 승부에 연신 호평을 내렸다. 이날 선발로 나간 나균안은 최근 물이 오른 kt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7이닝 동안 4피안타 1볼넷 8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에 귀중한 승리를 선물함과 동시에 시즌 2승째를 거뒀다. 2경기 연속 무실점에 퀄리티스타트, 그리고 올 시즌 현재까지 롯데의 2승을 모두 책임졌다.

윤석민 위원은 “포수 출신이라 아무래도 팔 스윙이 짧다. 몸쪽을 잘 던지면 타자들이 치는 타이밍을 앞으로 당길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포크볼은 못 친다. 포크볼을 보유하고 있는 나균안이 몸쪽 승부로 얻을 수 있는 이점”이라고 강조하면서 이렇게 몸쪽 승부를 잘 하는 선수를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누차 강조했다.

나균안의 이날 몸쪽 승부는 2022년보다 더 좋아졌다. KBO리그 9개 구단에 트래킹 데이터를 제공하는 ‘트랙맨’의 집계에 따르면 나균안의 2022년 우타 상대 몸쪽 승부 비율은 37.5%였다. 이 또한 낮은 편이 아니었는데 이날 kt전 우타 상대 몸쪽 승부 비율은 무려 51.7%에 이르렀다. 여기에 제구까지 잘 되니 kt 타자들이 포크볼에 수많은 헛스윙을 한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좌타 상대 몸쪽 승부도 2022년 28.1%에서 이날 33.3%로 높아졌다.

윤 위원은 “구속이 더 오르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구속이 1~2㎞ 더 오른다고 할 때, 맞는 비율을 따지면 10개 중 한 개 차이다. 물론 이것도 작은 차이는 아니지만 지금의 장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구속이 오르면 더 위협적인 투수가 되겠지만 9일 사직 kt전과 같은 커맨드만 있다면 그 자체로도 타자들을 상대하기는 충분할 것이라 본 것이다.

나균안은 올해 만 25세다. 공교롭게도 올해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출전 선수들의 연령 제한치가 만 25세다. 지난해 열릴 예정이었던 대회가 중국 내 사정으로 1년 밀리는 바람에 KBO 또한 연령을 1살 더 상향 조정했다. 나균안이 딱 여기에 걸린다. 지금과 같은 투구와 안정감이라면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할 이유도 없다. 트랜스포머의 대박 행진이 아시안게임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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