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는데 왜 내나" 비판여론에...KBS 수신료 '분리 징수' 급물살
"TV 수상기 없는데 수신료 강제로 내야하나"
'월 2500원'씩 전기요금에 포함해 징수되던 KBS 수신료의 분리 징수 논의가 본격화할 조짐이다.
KBS 수신료 강제 징수 논란은 해묵은 이슈다. TV가 없는 가정도 많은데다 KBS를 시청하지 않는 가정에서도 수신료를 전기요금에 끼워 징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비판이다. 2006년 수신료 '강제 징수'는 위헌이라는 한 시민단체의 헌법소원 청구에 헌재는 "위헌이 아니다"며 각하했고, 2016년 또 다른 시민단체가 제기한 '수신료 분리고지 거부처분 취소소송'도 원고 패소 판결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방송 편향성 논란으로 KBS 수신료 납부에 대한 저항이 거셌지만 당시 청와대는 앞선 판례를 제시하며 통합 징수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최근 유튜브, 넷플릭스, 티빙 등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확산되면서 KBS 수신료 징수에 대한 비판 여론은 더 거세졌다. IPTV, OTT 등 유료 방송 플랫폼을 통해 TV를 보는 국민들은 결과적으로 요금부담을 이중으로 지는 측면이 있어서다. 해외에서도 이같은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영국 BBC는 2028년을 목표로 수신료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며, 프랑스와 일본의 대표 공영방송인 FTV, NHK도 수신료 폐지 논의를 시작했다.
KBS의 방만 경영을 쇄신하기 위해서라도 분리 징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헌율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자동적으로 수신료가 들어오다보니 그간 KBS가 콘텐츠나 경영적인 측면에서 안일한 면이 없지 않았다"며 "스스로 정체성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있어야 할 때인데, 이런 위기의식을 위해서라도 KBS의 수신료 분리 징수가 원칙적으로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방송의 공영성을 지키기위해 KBS 수신료 납부를 현행대로 유지해야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일부에서 뉴스의 편향성 논란이 제기되지만 이와 무관하게 KBS 전체의 공영적 기능과 역할을 넓게보고 수신료 징수 논의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실제 KBS는 제작비 대비 시청률이 높지 않은 대하사극이나 국악, 다큐멘터리, 시사 프로그램도 다수 제작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교수는 "수신료 등을 떠나 KBS가 방송 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익적 측면도 봐야한다"며 "과거처럼 분리 징수가 되면 비용문제 등으로 KBS가 상업광고를 대폭 늘리는 등 본연의 공영성이 점차 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KBS는 입장문을 내고 "시청자 가 보내주신 비판과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면서도 "전력회사를 통한 수신료의 납부 징수는 이탈리아 등 여러 국가들이 효율성을 고려해 채택한 방식이며 (분리 징수 논의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승한 기자 winone@mt.co.kr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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