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밀 유출 Q&A] "해킹? 정보전?"…문건 유출 의미는

최재서 2023. 4. 10.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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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1건 이상은 조작 문서…"러 침공 후 최대 규모 미 정보 유출"
내부자 유출·러시아 배후 등 추측 무성…디스코드서 최초 확산
전황 구체적 내용 없어도 러에 유의미…동맹국 '도·감청' 파장
미국 버지니아주(州)의 국방부 건물 [AFP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재서 기자 = 유출인가 해킹인가, 진짜 정보인가 허위 정보인가, 러시아의 소행인가 미국의 작전인가….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에 대한 미 정부의 평가 등이 담긴 기밀 문건 유출 의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보도를 시작으로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다.

9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100여쪽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서들은 대부분 실제 기밀 문건으로 파악되고 있으나, 정보의 출처나 유출 경로에 대해선 전문가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문건에 전황과 관련해 눈에 띄게 새로운 정보는 담기지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지만,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의 정보가 포함돼 도·감청 논란도 커지고 있다.

기밀 유출 의혹에 대한 주요 내용들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 진짜 기밀 문건이 맞나.

▲ 미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유출된 문건 대부분은 실제 기밀 문건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건 중 최소 1건 이상은 조작된 것으로 보이나 누가 어떤 목적으로 내용을 수정했는지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BBC는 이번 사건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지난 14개월 동안 가장 큰 규모의 정보 유출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문서는 6개월 전에 생성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문건 전체로 보면 상당한 의의를 가진다고 BBC는 해석했다.

우크라이나군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누가, 어떻게 유출했나.

▲ 일단 유출된 문건 형식이 인쇄된 자료의 촬영본이라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해킹보다는 유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종이에 접힌 자국이 있고, 잡지 위에 아무렇게나 펼쳐 둔 모습이어서 자료를 주머니에 숨겼다가 안전한 장소에서 촬영했을 것이란 추정도 나온다.

현재로서는 소셜미디어 디스코드와 트위터, 포챈, 텔레그램 등이 확산 경로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3월께 디스코드에 처음 올라왔다는 추정이 많았으나, 영국 매체 벨링캣은 올해 1월부터 비슷한 문건을 목격했다는 디스코드 이용자의 주장을 보도하기도 했다.

전직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에 따르면 FBI는 이러한 정보에 대한 접근권한이 있고 유출 동기가 있는 이들을 우선으로 살펴볼 전망이다. 미 국방부 관료 출신 마이클 멀로이는 "유출된 많은 문건이 외부에 제공되지 않았다는 점에 비춰보면 미국 내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새로운 내용은 무엇이 있나.

▲ 문건의 상당 부분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정보들이다.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 등과 관련한 구체적인 전투계획도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일부 문건은 러시아군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문건에 따르면 현재 우크라이나군은 알려진 것보다 더 심각한 곤경에 처해 있다. 특히 방공시스템의 경우 탄약 보급이 강화되지 않으면 조만간 제 기능을 상실할 것이란 평가도 제기된다.

이 밖에 우크라이나의 군 훈련과 군 장비 현황 구체적으로 기록한 문서나 병력 증강 계획 등이 담겼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 공습을 지시했다는 신호정보(시긴트·SIGINT), 러시아 민간 용병대 와그너그룹의 세력 확장에 대한 우려 등도 담겼다. 시긴트란 통상 도청이나 감청을 통한 정보 수집에 사용되는 표현이다.

우크라이나 조종사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외에 어떤 국가들이 언급됐나.

▲ 유출 문건에는 캐나다와 중국, 이스라엘, 한국, 인도·태평양, 중동 등과 관련된 민감한 정보들도 포함돼 있다.

특히 한국의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인 김성한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등이 미국의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고심한 대화로 추정되는 내용도 포함돼 국내에서 파장이 일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프랑스와 미국, 영국, 라트비아의 특수작전 요원 100명 미만으로 구성된 소규모 파견대가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내용도 있으나 프랑스는 이를 즉각 부인했다.

'일급기밀'로 분류된 한 문서에는 지난 2월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 고위 지도자들이 "이스라엘 정부를 비난하는 행동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등 정부의 사법개혁에 반대하는 모사드 관리와 시민들을 지지한다는 사실을 신호정보로 파악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 역시 이를 '허위 정보'라고 일축했다.

문건에서는 수개월 전 러시아가 영국 정찰기를 격추할 뻔한 사건, 불가리아의 우크라이나 전투기 지원 가능성 관련 평가 등도 확인된다.

-- 정보전일 가능성은.

▲ 우크라이나 일각에서는 이번 문건 유출을 러시아의 허위 정보 유출 작전이라고 추정한다. 반면 일부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에 혼란을 주기 위한 서방의 정보작전이라는 정반대의 주장도 펼치고 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고문은 "문건에 허위 정보가 넘쳐난다"며 "러시아는 공포와 패닉, 불신, 의구심을 심어 우크라 사회에 영향을 미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사설 용병단 '와그너 그룹'과 연계된 텔레그램 채널 '그레이존'은 "우리(러시아) 사령부의 적군(우크라이나) 전략 파악을 오도하기 위한 서방 정보국의 공작일 가능성을 배제해선 안된다"고 적었다.

미 버지니아 랭리의 중앙정보국(CIA) 본부 [UPI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acui7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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