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MBTI 보면 공부 스타일 보인다

한겨레 2023. 4. 10. 16:5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클립아트코리아

“고등학생인 아이가 시험을 1주일 앞두고도 공부 계획을 세우지 않고 그때그때 끌리는 과목만 공부를 해요. 과목별로 시간을 분배하고 부족한 과목에 좀더 시간을 할애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면 성적이 더 오를 수 있을 거 같은데, 해마다 다이어리를 사주고 잔소리를 해도 듣지 않아요. 공부머리가 없지는 않아서 계획만 잘 세워도 등급이 달라질 텐데 답답해 죽겠어요.”

이런 고민을 갖고 있다면 부모와 자녀의 엠비티아이(MBTI)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성격유형검사인 MBTI는 한 개인의 전체적인 성격의 생김새뿐만 아니라, 학습태도와 스타일, 양육철학과 스타일, 이에 따른 부모자녀 갈등에도 영향을 끼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MBTI와 부모자녀 갈등

MBTI는 4가지 선천적 선호경향에 따라 총 16가지의 유형으로 구분하는 성격검사다. 4가지 분류 척도는, 에너지의 방향(E/I), 정보를 수집하고 인식하는 방식(S/N),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을 내리는 방식(T/F), 실생활을 조직하는 행동양식(J/P)이다.

외향형(E)이냐 내향형(I)이냐는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을 기준으로 하며, 자신의 주된 관심사를 말한다. 외향적인 사람은 바깥 세상, 사람, 사건, 사물에 관심이 많고 내향적인 사람은 자기 내부의 정신세계에 관심이 많다. 외향적인 사람은 사람과 어울리는 동안 에너지를 얻지만 내향적인 사람들은 사람들과 어울릴수록 에너지가 소진되는 경향이 있다.

감각형(S)이냐 직관형(N)이냐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을 뜻한다. 감각형은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를 맡는 등 오감을 통해 구체적인 특징과 세부 정보를 파악하는 데 중점을 둔다. 직관형은 오감이 아닌 육감이나 직감을 통해 전체적인 연관성이나 패턴, 맥락을 파악하는 데 집중한다. 쉽게 말해 감각형은 나무 하나하나를 기억하는 반면, 직관형은 숲 전체의 모양을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사고형(T)이냐 감정형(F)이냐는 상황을 판단하는 방식의 차이다. 사고형은 사실 관계를 중심으로 논리, 이성적으로 ‘맞다’ ‘틀리다’를 중심으로 판단한다면, 감정형은 상황과 관련된 사람들의 관계와 감정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서 ‘좋다’ ‘나쁘다’를 판단한다.

판단형(J)이냐 인식형(P)이냐는 생활을 조직하는 행동 양식이 다르다. 판단형은 체계적으로 계획하고 계획대로 추진하는 것을 좋아한다. 인식형은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자율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을 좋아한다. 판단형인 사람은 어떤 일들이 계획대로 되지 않거나 상황이 계속 바뀌는 걸 견디기 힘들어하는 반면, 인식형은 주어진 틀대로 해야 하는 걸 답답해한다.

부모와 자녀가 MBTI가 다르고, 자신과 서로의 성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갈등이 클 수 있다. 외향형 부모는 내향형 자녀에게 ‘저래서 어떻게 사회생활을 잘 하겠어?’라며 걱정하고, 감각형 부모는 직관형 자녀에게 ‘너는 왜 돌아서면 다 까먹냐!’며 잔소리를 하고, 감정형 자녀는 사고형 부모로부터 상처를 많이 받고, 인식형 자녀는 판단형 부모의 끝없는 정리정돈 잔소리에 숨이 막힌다.

그럼에도 부모자녀 관계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치는 지표가 있긴 하다. MBTI 강사이자 상담심리 전문가인 엄혜선 나쓰담상담교육연구소 대표는 “4가지 지표 중 사고형(T)/감정형(F), 판단형(J)/인식형(P) 지표가 다르면 부모자녀 사이 갈등이 심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는 “부모가 사고형, 자녀가 감정형이면 부모는 자녀의 마음을 공감해주지 못하고 잘하고 잘못한 것을 기준으로 혼을 내게 되고 공감을 받는 게 중요한 자녀는 친구관계에 집착하거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누군가에게 애착형성을 하기 위해 애를 쓰게 된다. 또 부모가 판단형, 자녀가 인식형이면 부모는 계획성이 없고 방 정리가 안 되는 자녀에게 계속 잔소리를 하게 되고, 자유롭게 사는 게 편안한 자녀는 그런 잔소리 때문에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터넷에 떠도는 것처럼 부모로서 좋은 MBTI가 따로 있을까? 엄혜선 대표는 “16가지 성격 유형 중 절대적으로 좋거나 절대적으로 나쁜 MBTI는 없고 각각이 강점과 약점이 있기 때문에 부모가 자신과 자녀의 성격 유형을 잘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서로에게 없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파트너로 잘 지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이 사고형이면 자녀가 공감을 못 받아서 상처를 받을 수 있겠다는 것을 인식하면 되고, 자신이 판단형이면 아이의 유연성이 가진 장점을 봐주면서 계획성을 좀더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된다. 즉 “아이의 특성에 맞게 맞춤양육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또 “아무리 부모가 감정형 부모라고 해도 자신이 어렸을 때 받았던 양육방식이나 애착이 불안정해서 자기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면 자녀에게 공감을 잘 못해주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기 자신을 좋아하고 행복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성격 유형이 같다고 해서 마냥 사이가 좋은 것만도 아니다. 부모와 자녀가 똑같은 인식형이라고 해도 부모는 자녀에게 ‘좀 계획적으로 살라’고 잔소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같은 유형인데도 잔소리를 하는 게 ‘부모’라는 증거”라며 “그래서 MBTI를 맹신하기보다는 자신과 자녀를 이해하는 한 조각으로 삼고 겸손하게 접근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MBTI와 학습 스타일 차이

그렇다면, MBTI가 학습에는 어떤 영향을 끼칠까?

1000여명을 상대로 MBTI 학습 컨설팅을 한 결과를 집대성해 <엠비티아이(MBTI) 공부법>(하움출판사) 으로  펴낸 MBTI 학습 컨설턴트 박정훈씨는 “MBTI 유형에 따라 학습 열정, 학습 시간, 학습 전략을 비롯해 어휘력, 문해력, 기억력, 추론력, 계산력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한다.

<엠비티아이(MBTI) 공부법> 책 표지

그에 따르면, 감각형(S)이냐 직관형(N)이냐는 공부의 강한 분야에 영향을 끼친다. 감각형은 눈에 보이는 대상을 다루는 능력이 특화돼 있고 직관형은 거시적인 흐름과 개념 이해에 강하다. 감각형은 국어에 있어서 맞춤법, 띄어쓰기, 문법 등에 강하고 수학에서는 계산력이 좋다. 계산 실수나 부호 실수 등이 거의 없어서 식의 연산과 방정식 등 대수 파트에 강하다. 하지만 감각형은 단편적인 정보를 아우르는 추상화와 전체적인 맥락 파악 및 깊이 있는 문해력에 다소 약하다. 국어에서 추상적인 내용의 지문 독해, 수학의 함수와 기하, 확률, 물리학과 관련된 역학 및 전기 부분이 약하다. 직관형은 감각형과 반대라고 보면 된다. 맞춤법, 문법, 계산력, 기억력이 약한 대신 문해력과 추론력이 좋다.

사고형(T)이냐 감정형(F)이냐는 공부 동기와 멘탈 관리에 영향을 끼친다. 감정형은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등의 관계적 이유로 공부 동기를 가질 가능성이 높으며, 교우 관계나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서 친구와 사이가 틀어지면 공부에 집중을 못한다. 사고형은 주변의 지지나 격려에 동기가 부여되기보다는 본인이 공부를 했더니 실력이 올라야지 동기가 부여되며 주변에 안 좋은 일이 있어도 덜 영향을 받는다. 박정훈 컨설턴트는 “감정형 아이들에 대해선 멘탈 관리에 좀더 신경을 써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판단형(J)이냐 인식형(P)이냐는 학습시간과 습관, 전략에 영향을 미친다. 이른바 모범생인 아이들은 판단형이 많다.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성실하게 살아가고 공부 열정도 있고 공부 시간도 길다. 반면, 계획에만 집착하고 자신이 해왔던 공부 방식만 고수하기에 융통성이나 요령, 전략적인 부분이 약하다. 인식형은 계획 없이 그때그때 끌리는 대로 공부를 하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를 하지 못하고 공부 시간이 부족하다. 대신 공부를 할 때는 강한 몰입력과 집중력으로 매우 효율적인 공부를 한다. 이에 따라 그는 “판단형에게는 학습 멘토나 코칭이 필요하고 인식형에게는 꾸준히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과 상황을 만들어주는 훈육관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MBTI가 부모의 사교육 정도에도 영향을 끼친다. 그는 “부모가 ISTJ, ESTJ 유형이면 공부와 경쟁을 중시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가장 많이 시킨다”며 “드라마 <스카이 캐슬>의 염정아, 김정란, 정애리 등이 맡았던 배역이 모두 ESTJ 유형”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 경우 자녀가 반대 유형이면 사춘기 때 공격성과 반항이 폭발하거나 또는 학습된 무기력을 나타내는 등 심하게 사춘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상담을 통해 부모가 자녀 유형의 특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만 해도 자녀와의 사이가 좋아지는 걸 많이 목격했다”면서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을 이해해주고 지지해주면 금방 마음을 열고 변하기 때문에 부모가 변해야 자녀가 사춘기 때 학습결손 없이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아리 객원기자 ari@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