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점투성이’ 조사결과 앞세운 대통령실…TV수신료 분리징수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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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티브이(TV)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떼어 별도로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에 대한 온라인 찬반 조사 결과 찬성 의견이 훨씬 높았다는 게 대통령실이 내세우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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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단체 “방송장악 시도” 반발 나서
대통령실이 티브이(TV) 수신료를 전기요금에서 떼어 별도로 징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수신료 분리징수 방안에 대한 온라인 찬반 조사 결과 찬성 의견이 훨씬 높았다는 게 대통령실이 내세우는 근거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등 언론단체는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은 온라인 조사 결과를 끌어와 수신료 분리징수를 꾀하는 것은 ‘방송장악 시도’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10일 “여론수렴 결과가 다 나왔으니 이를 정리해서 관련 절차를 검토해 추진방향이 나올 것”이라며 “공정언론으로 간다는 기본방향에서, 그와 관련한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이 지난달 9일부터 한 달간 국민제안 누리집의 ‘국민참여 토론’에서 국민을 대상으로 ‘티브이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에 관한 찬반 의견을 받은 결과, 현재 전기요금과 합산해 거두는 수신료 징수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찬성(추천) 의견이 96%(5만6226건)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실은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된 국민제안심사위원회에 그 결과를 보고한 뒤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에 전달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민제안 누리집의 찬반 및 댓글 의견 등록 시스템은 동일인의 중복 응답(어뷰징)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통령실이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국민제안 토론 글을 올린 직후 여당과 일부 보수 유튜버를 중심으로 조직적인 국민제안 토론 참여 독려가 이뤄졌다는 사실도 논란이 됐다.
언론노조는 이날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제안 절차는 공론장을 열고자 함이 아니라 한편의 여론 조작극이었다”며 “이 누리집은 동일인이 중복으로 참여하더라도 걸러낼 수 없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이는 국민제안 절차가 어느 때라도 정파적 의도에 근거해 조작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비판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은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으로 운을 띄우자 집권 여당은 당원협의회 의장들에게 국민제안에 적극 참여할 것을 요청했고, 보수 족벌 언론들은 기사와 칼럼을 동원해 국민제안에 참여한 국민의 대다수가 수신료 분리징수에 동의했다며 여론몰이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한국방송>(KBS)도 이날 대통령실의 국민제안 관련 입장문에서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비판과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겠다”면서도 “대통령실의 국민제안은 수신료가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과 프랑스의 경우 수신료가 폐지되는 대신, 전체 수신료와 동일한 37억유로(약 5조3천억원)를 정부가 조달하기로 한 점 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실관계들이 누락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국민제안 시스템에서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는 지적에 대해 “그런 사안이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국민제안 토론 글을 올린 배경 등과 관련해선 “방송사의 공정성 문제 등을 지적하는 분들도 많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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