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소환된 ‘대통령실 졸속 이전’ 논란···“도청 가능성” 여야 모두 경고했다
국정원 출신 김병기 의원 구체적 지적
군 출신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동의”
미국 정보기관이 한국의 국가안보실 논의를 감청한 사실이 미국 기밀 문서로 드러나면서 대통령실 용산 졸속 이전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대통령실을 충분히 준비하지 않고 옮기면 도청 등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일찌감치 제기된 터다.
지난해 5월4일 국회에서 열린 이종섭 국방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는 대통령실을 용산으로 이전하면 도청에 취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야를 가리지 않고 나왔다. 맨 먼저 ‘도청’ 문제를 제기한 것은 국가정보원 출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었다.
김 의원은 대통령 집무실 공사 현장 사진을 보여준 뒤 이종섭 당시 후보자에게 “군인으로서 어떤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냐”고 질문했다. 김 의원은 “2005년 5월 미국 모스크바에 새 대사관 건물을 짓기 시작한 지 무려 15년 만에 완공했다. 왜 15년이나 걸렸는지 혹시 아느냐”고 재차 물었고, 이 후보자는 “보안 문제 때문에 그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보안 문제를 조금 더 설명하면 도청장치 때문이다. 도청”이라고 콕 집어 말했다. 그는 “(공사 과정에서) 기상천외한 도청장치가 끊임없이 발견됐다”며 “지금의 국방부에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하는데 저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시설보완이 완벽하게 된다고 보느냐”고 했다. 이어 “첩보전에는 우방이 없다. 제가 만약 외국의 정보기관원이라면 저기(국방부 대통령 집무실)에다가 도청장치를 설치하겠다. 저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순간 우리나라의 가장 중요한 모든 정보 그 정보기관의 손바닥 안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신원식 국민의힘 의원도 “대통령 집무실 관련돼서 보안 문제를 김병기 위원께서 말씀하셨는데 저도 동의한다”고 거들었다. 그는 “대통령실이 들어갈 곳은 인부 3명당 경호처에서 1명씩 나와서 따라붙어서 아주 면밀히 통제하고 있어서 걱정이 안 된다. 그런데 국방부에서 합참 신청사로 들어가는 부분은 아주 혼란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호처에서 하는 수준 정도로 인부당 기무사 요원을 붙여서 잘 체크했으면 한다”며 “후보자님도 장관이 되시면 현 시설에 대해서, 이전 시설에 대해서 아주 강도 높은 보안 진단을 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김진표 민주당 의원도 “단기간 내에 합참은 또 다른 데로 옮기고 국방부도 옮기고 하려니까 인부들이 체계 없이 막 들어와서 공사를 하고 여기저기 쏘다니고 아무도 그것을 감시할 수 없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장 안보에 취약한 도청 문제까지도 얘기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여야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이 후보자는 “집무실 이전의 정확한 논의 과정을 모르는 상황에서 직언을 드릴 위치는 아니라고 본다”며 즉답을 회피했다. 이 후보자가 “살펴보겠다”는 답을 반복하자 김병기 의원은 “‘살펴보겠다’ 이러지 말고, 바로 가서 건의해서 대도청검사부터 다시 해야 된다. 시설 분야에 대해, 정말 조금이라도 (도청) 의심이 발견되면 (공사를) 다 중단시키고 처음부터 다 다시 해야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민사회에서도 도청은 예견된 사태라는 비판이 나왔다. 최재혁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선임간사는 10일 “주권이 침해된 것으로 엄중하게 다뤄야 할 사안”이라며 “대통령실 이전도 그 원인 중 하나로 보이는 만큼 진상이 밝혀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이전하는 과정에서 보안에 필요한 제반 여건을 점검·보완·완비하지 못하고 나라의 가장 내밀한 부분을 그대로 노출한 안일과 무능의 결과”라며 “미 정보기관의 불법 감청, 주권 침해 행위에 대해 항의하고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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