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톡] 의료계는 '전쟁 중(?)'… 곳곳서 '갈등'
'한의사 초음파 사용' 파기 환송심에 의료계 촉각
의료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간호사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를 규정한 간호법 제정안과 중범죄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료단체들이 총파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오는 13일 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될 경우 오는 25일 공동총파업을 결정할 예정이어서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대법원이 돌려보낸 파기환송심 첫 재판도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면서 의사와 한의사 간 갈등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법원이 위해성 등의 사안을 추가 검토할 예정인 가운데, 의료계는 앞선 결정이 뒤집힐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한방의 과잉진료 논란을 둘러싼 한의업계와 손해보험업계의 갈등도 거세지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 놓고 의료 직역단체 간 갈등 고조
간호법 제정안은 지난달 23일 본회의에서 본회의 부의 안건으로 가결돼 오는 13일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있다. 간호법 제정을 반대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 등 13개 보건의료단체는 총파업을 예고했고, 대한간호협회(간협) 등 간호계는 간호법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 시위를 진행 중이다. 이처럼 간호법 제정안을 두고 의료 직역단체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간호법 제정안은 간호 인력의 면허와 자격, 업무 범위, 권리와 책무, 양성과 수급 및 처우 개선 등에 관한 사항 등을 정한 법안이다. 간협은 1951년 제정된 의료법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간호 업무를 제대로 규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로 간호사의 업무 영역이 '간호'에 그치지 않고 취약계층 대상 방문건강관리, 가정간호, 만성질환 관리 등으로 확대됐는데 현재의 의료법은 이 같은 지역사회 기반의 간호 업무를 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의사와 간호조무사 등 타 직역단체들은 간호법이 간호사라는 특정 직역의 이익만을 위한 법이라며 반대한다. 특히 간호법을 반대하는 직역 단체들은 실질적인 조항이 없는 제정안이더라도 일단 통과하면 이후 시행령 개정을 통해 얼마든지 독소조항들이 추가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간협 측도 제정안의 미흡함을 들어 법안 통과 후 시행령 등 하위 법령 제정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간호법 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한 후 의료계 직역 간 갈등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의협 "사고한 과실에도 의사면허 박탈은 너무 가혹"
의료법 개정안(중범죄 의사면허취소법)은 살인·성범죄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최대 5년간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의협은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의료와 관련 없는 사소한 과실까지 면허취소의 범위로 확대한다면 의료인들은 환자를 위해 소신과 최선을 다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박명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한 라디오 프로 에서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사소한 과실에도 너무 가혹하다"며 "변호사협회와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하는데 변호사와 의사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일상생활에서 벌어질 수 있는 폭행, 교통사고 등 국민 누구라도 실수할 수 있는 것으로 금고형 이상을 받게 되면 (최대) 5년간 면허박탈을 할 수 있도록 기간을 강화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의사는 의료에 대한 것만 면허를 받았다"며 "의료법 관련 법령으로 처벌받는 것은 감수하겠지만 다른 법령에 의한 위법 사항으로 처벌받는 것은 부당하고 불합리하다"라고 덧붙였다.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당정은 11일 간담회를 통해 관련 단체 의견을 수렴하고 중재안을 제시할 예정이다.
◇다시 불붙기 시작한 '한의사 초음파 사용' 소송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무면허 의료행위로 처벌할 수 없다며 대법원이 돌려보낸 파기환송심의 첫 재판이 지난 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면서 의료계와 한의계 대립은 다시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앞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12월 한의사 A원장의 의료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80만 원을 선고한 원심 사건을 파기하고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피고인 한의사 A원장은 2010년 3월부터 2년 동안 68회나 초음파장비로 환자를 검사했다. 피고는 자궁내막암이었던 환자가 2기로 암이 악화할 때까지 진단하지 못했다. 1심과 항소심은 이를 의료법 위반 행위로 보고 벌금 80만 원을 선고했다.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 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 유죄 판결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의료법 위반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한의계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법원은 X선, 초음파 진단기기가 "의료법상 한의사의 면허 범위에서 벗어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려왔는데, 이번에 초음파 진단기기는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에 한의계는 "정의로운 판결"이라고 환영한 반면 의협은 이필수 회장이 삭발까지 단행하면서 "총력을 다해 저지하겠다"며 강력 반발했다.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의료계와 한의계의 갈등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다 적발되면 의사들은 소송으로 맞섰다. 소송 끝에 한의사의 사용이 허용된 게 극초단파 치료기, 온·냉 경락요법, 적외선 치료기, 안압측정기, 청력검사기 등 14개인데 이번에 초음파가 추가됐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시 사용에 대한 파기환송심 진행으로 의사와 한의사 간 직역 갈등이 재점화되고 있다.
◇ 한의사협-손보협 '한방 과잉진료' 공방
교통사고 환자에 대한 한방의 과잉진료 논란을 둘러싼 한의계와 손해보험업계의 갈등이 거세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30일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첩약 일수를 10일에서 5일로 줄이는 한방 진료수가 개선방침을 정하면서 양측이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는 일부 한의원이 필요 이상의 첩약을 환자에게 처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자동차보험금이 과도하게 지급되고 있다고 판단, 교통사고 경상환자 첩약 처방 일수를 줄이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의계가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반발하자 손보업계는 "국민과 교통사고 환자를 속이지 말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토부가 현재 10일인 교통사고 환자 첩약 1회 최대 처방 일수를 5일로 제한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교통사고 경상환자(12-14급) 위주의 한방 진료비가 수천억 원이나 급증했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한방 치료에 지급된 보험금은 꾸준히 늘어 2020년 1조 원을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1조 4636억 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대해 한의업계는 일반 병원 대신 한의원이나 한방병원을 찾는 교통사고 경상환자의 수가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한다.
손보업계는 대형 한방병원·한의원이 교통사고 경상환자를 이른바 '나이롱환자'로 만듦으로써 결과적으로 보험료 인상을 부추긴다고 비판해 왔다. 손보업계는 한방진료 중에서도 특히 약침과 첩약이 '보험금 먹는 하마'라고 보고 있다. 손보업계는 첩약 최대 처방일수를 5일로 줄이고, 필요시 5일씩 추가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한의업계는 5일로 줄여도 된다는 한의학적 근거를 제시하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특히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한의사의 진료권을 침해해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Copyright © 대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재명 운명의 날…친윤 "벌금 80만 원" vs 친한 "무죄라 해라" - 대전일보
- 장경태 "명태균, 휴대폰 안 버렸을 것…尹에 지켜달란 시그널" - 대전일보
- 충주 수영부서 집단성폭력 의혹…"형들에 사과받게 해달라" - 대전일보
- 미국 증시는 불장인데… 코스피, 2개월 만에 2500선 붕괴 - 대전일보
- 올해 말 종료 예정인 친환경차 '고속도로 통행료 감면', 2027년까지 연장 - 대전일보
- 대전 수험생, 수능날 지하철 무료 이용…응시생 격려 안내방송도 - 대전일보
- "이사하는데 작업자 술값까지?" 포장이사 플랫폼 피해 봇물 - 대전일보
- 안철수 "이재명, 재판부 겁박 무력시위 즉각 중단하라" - 대전일보
- 한총리 "차기 미국 정부, 상당한 정책 전환 전망…실효 대책 강구" - 대전일보
- 세종 보람·어진동 정원, 산림청 '정원드림 프로젝트' 우수상 - 대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