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부담 줄인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사실상 확정

이재영 2023. 4. 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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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녹위, 기본계획안 심의·의결…내일 국무회의서 최종 확정
'산업계 탄소 감축량 줄이고 원전·CCUS·국제감축 확대' 유지
정출연·기업들 "2030년까지 CCUS 비용 30% 절감"
[연합뉴스TV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산업계 탄소 배출량 감축 부담을 덜어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사실상 확정됐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탄녹위)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올해 제3차 전체 회의를 열고 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안을 심의·의결했다.

기본계획안은 11일 국무회의를 거쳐 기본계획으로 최종 확정된다.

이번 기본계획은 지난해 3월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처음 수립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에 관한 최상위 법정 계획으로 탄녹위는 "윤석열 정부의 탄소중립·녹색성장 의지와 정책방향을 담은 청사진"이라고 밝혔다.

이날 의결된 기본계획안은 탄녹위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초안'과 큰 틀에서 달라진 바 없다.

전 정부 때 상향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유지하면서 산업계 탄소 배출량 감축 몫은 줄인 것이 골자다. NDC는 2030년 탄소 배출량을 4억3천660만t으로 2018년 탄소 총배출량(7억2천760만t) 대비 40% 감축하는 것이다.

산업 부문은 원래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4.5%를 줄여야 했다.

기본계획안은 산업 부문 감축률을 11.4%로 낮췄다. 석유화학업계를 중심으로 산업계 탄소 배출량 감축 역량의 한계와 비용부담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 정부 온실가스 감축목표 조정안 (서울=연합뉴스) 김민지 기자 = minfo@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큰 목표는 유지됐는데 산업계가 탄소 배출량을 덜 줄이게 되면서 발생한 '부족분'은 원자력발전, 국제감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기술(CCUS)로 보충한다.

원전은 안전과 폐기물 문제 해결, 국제감축은 상대국 동의와 국제 수주 경쟁에서 승리, CCUS는 추가적인 기술 개발과 상용화가 필요하다. 결국 정부가 산업계 부담을 줄여주려고 탄소중립 달성 불확실성을 높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CCUS는 포집 이산화탄소 활용 시 '배출 시점을 늦췄을 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문제도 있다. CCUS에서 활용을 제외한 CCS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저장할 장소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이날 기본계획안 의결과 함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등 8개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SK E&S·삼성엔지니어링·GS칼텍스·SK어스온·포스코인터내셔널 등 5개 기업이 참여한 'CCUS 산업·기술혁신 추진안'이 탄녹위를 통해 공개됐다.

CCUS로 2030년까지 기존 계획보다 90만t(이산화탄소 환산량) 늘어난 1천120만t의 탄소를 흡수하겠다는 기본계획안이 지나치게 도전적이라는 비판을 의식해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 기업을 동원해 '대책 아닌 대책'을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CCUS 산업·기술혁신 추진안에는 '정부의 대책이 아니다'라고 명시됐다.

한국 CCUS 기술력은 세계 최고인 미국에 견줘 5년 정도 뒤져있고 중국과 일본보다는 각각 4년과 2.3년 뒤처진 것으로 분석된다.

기술력은 상대적으로 낮은데 '탄소중립 기여도'는 높게 설정돼있다.

예컨대 중국은 206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CCUS 활용 탄소 감축량을 519Mt(메가톤)으로 잡아 탄소중립 기여도가 8.8%인데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CCUS 기여도가 8.0~12.3%로 설정돼있다.

추진안에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포집 비용을 현재보다 30% 줄이는 혁신 기술을 개발하고 동해와 서해에 각각 연간 포집 규모 120만t과 100만t의 설비를 실증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또 국내에 포집 이산화탄소 10억t을 저장할 저장소를 확보하고 국내기업이 지분을 가진 외국의 고갈 가스전을 저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선점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추진안엔 CCUS 사업 패키지를 한국형 수출모델로 키운다는 계획도 들어있다.

김상협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민간위원장이 지난달 21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관련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날 탄녹위는 "노동계와 청년·시민단체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공청회를 포함해 총 15차례 토론·간담회를 개최해 기본계획안에 각계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탄녹위가 말한 공청회 등은 환경·노동·시민단체 보이콧에 사실상 반쪽으로 진행됐다. 기본계획 초안이 첫 공청회 하루 전 공개되는 등 의견 수렴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을 비롯한 환경단체 회원들이 지난달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 앞에서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와 환경부의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 정부안' 첫 공청회에서 환경단체 회원들이 팻말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탄녹위에서 의결된 기본계획안에는 초안과 달라진 부분도 있다.

구체적으로 ▲ '기후변화 적응법' 제정 추진 ▲ 민관 합동 기후테크 육성 종합 전략 마련 ▲ 저탄소 연료(E-fuel 등) 개발로 무공해차 전환 가속 ▲ 페트병 등 최종제품 재생원료 사용 목표율 설정 ▲ 중앙·지방 간 역할분담·협력방안 마련 ▲ 재생에너지 보급 지역 계획 수립 ▲ 학교 내 신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등이 추가됐다.

청년과 미래세대가 참여하는 이행점검 체계를 구축한다는 내용도 새로 담겼다.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을 이행하는 데 총 89조9천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탄녹위는 기본계획 이행에 따라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0.01%, 고용은 연평균 0.22% 증가할 것이라고 한국환경연구원 연구 결과를 인용해 밝혔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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