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감청 美 기밀문서 유출, 러시아가 배후? 국가 보안 구멍?

미국 정부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미국 기밀 문건이 소셜미디어(SNS)에 유출된 것과 관련해 문서를 유출한 주체 파악에 나섰다. 일각에선 미국이 한국 등 우방국을 감청했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을 근거로 러시아가 배후에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왔으나, 문건의 주제가 광범위하다는 점에서 미국 내부에서 유출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9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일부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중국, 중동, 아프리카 등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주제의 폭이 넓다는 것을 볼 때 미국인이 문건을 유출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전 국방부 고위 관리인 마이클 멀로이는 “지금은 많은 문서가 미국의 손에 있기 때문에 미국 안에서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조직에 불만을 품은 직원이 문건을 유출했을 가능성부터 미국의 국가안보를 해치려는 의도를 가진 내부 세력 등 4~5가지 가설을 검토하고 있다. 물론 러시아도 문건 유출의 핵심 배후로 검토 중이다.

로이터는 익명의 정부 관계자를 통해 “유출된 문서에는 한 달 전에 작성된 내용이 담겨 있다”며 “국방부와 정보기관은 일부 정보가 내부적으로 얼마나 광범위하게 공유됐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위치한 미 국방부 청사 펜타곤. / 로이터

기밀 문건 유출은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6일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문건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한 정황을 분석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물론 중국과 중동 문제, 북한 핵 관련 진행 상황 등이 포함돼 있다.

특히 해당 문건에는 미국이 한국 국가안보실장 주재 회의를 도청한 듯한 정황이 담겨있다. NYT에 따르면 유출된 기밀 문건 중 하나에 지난 3월 초 한국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이 담겨있다. ‘우려에 빠진 한국, 우크라이나를 위한 탄약 지원 압박’이라는 문건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는 것을 고민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해 압박할 것을 우려했다”는 내용이 언급돼 있다.

또한 “한국의 국가안보실장은 미국의 목표가 우크라이나에 빨리 포탄을 주는 것인 만큼, 주요 무기 공급 통로를 통제하고 있는 폴란드에 포탄을 판매할 가능성을 제안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해당 문건 하단에는 최고 기밀을 뜻하는 ‘톱 스크릿’이 적혀있다.

문건은 프리젠테이션 파일 등을 출력한 종이를 촬영한 사진 형태로 SNS를 통해 퍼졌다. NYT는 “미 국방부가 온라인 채팅 플랫폼 디스코드 및 보안 메신저 텔레그램 등을 통해 미 정보당국이 작성한 기밀 문건이 유출된 사실을 이달 초 파악했다”고 전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민감하고 기밀인 자료가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촬영된 문서의 유효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펜타곤은 이 문제를 법무부에 회부했고, 법무부는 범죄 수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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