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연쇄 부도날라…악성 미분양 ‘시한폭탄’ 째깍째깍

조성신 매경닷컴 기자(robgud@mk.co.kr) 2023. 4. 1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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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준공후 미분양 아파트 판매 전단지 모습 [한주형 기자]
부동산시장 침체로 미분양 주택 수가 계속 늘고 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쌓이고 있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일 국토교통부의 2월 기준 주택 통계 자료 따르면 전국의 미분양 주택은 총 7만5438가구로 전월 대비 0.1%(79가구) 늘었다. 2012년 11월(7만6319가구) 이후 10년2개월 만에 최다 규모다. 다만 전달보다 0.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이는 분양 물량 자체가 크게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집을 다 짓고도 팔리지 않는 준공 후 미분양은 8554가구로 전월 대비 13.4%(1008가구) 증가했다. 대구의 후분양 단지에서 700가구가량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증가폭이 커졌는데, 이는 2021년 7월(8558가구) 이후 19개월 만에 최대치다.

준공 후 미분양이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이유는 국내 분양시장의 경우 ‘선분양 후시공 제도’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대부분 준공 전 분양이 전부 끝나는데 준공 후 미분양의 경우 최초 청약 이후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뒤에도 공사를 다 마칠 때까지 끝내 팔리지 못한 물량인 만큼, 향후 미계약,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미입주 등 연쇄적인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주택연구원(LHRI)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미분양 주택이 지난해 9월 이후 월평균 8500가구씩 증가하고 있어 수개월 내에 10만 가구에 도달할 것”이라며 “중소건설사의 PF대출금 상환지연 외, 부동산PF 신용보강을 제공한 증권사와 신탁사들의 자금 경색 심화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전국에서 미분양 주택이 가장 많은 대구에서는 총 600가구 가운데 무려 400여 가구가 준공 이후에도 분양 계약을 맺지 못한 단지도 나왔다.

악성 미분양이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중소·중견 건설사의 줄도산 우려는 커지고 있다. 최초 분양 계약자가 발생하지 않으면 준공 시점까지 공사비를 건설사가 납입해야 하기 때문에 준공 후 미분양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부실화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다. 미분양의 대부분이 지방에 몰려 있다는 점에서 지방·중소건설사들의 우려가 높다. 2월 기준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 8554가구 중 7071가구가 지방에 몰려 있다. 특히 대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952가구로 전월 대비 675가구 증가했다.

위기감이 확산하면서 업계에서는 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LHRI 자료를 보면 과거 미분양이 급증했던 2009년 LH는 정부 대책에 따라 총 7개 미분양 CR리츠(기업구조조정리츠)를 도입해 총 2163가구를 7045억원에 매입한 전례가 있다.

LHRI도 미분양 상황이 악화되면 지방 물량부터 매입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분양주택의 우선 매입대상은 비수도권지역 준공 후 미분양이 될 가능성이 높고, 매입 후 활용 등을 고려한 지역별·상품별 매입물량 배분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게 요지다.

다만 매입 시기에 대해서는 부동산 및 자금시장, 지방 중소건설사의 자금경색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도 건설사가 할인 판매 같은 자구책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악성 미분양’ 즉,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해서는 고금리와 경기 침체 우려에 부실 요소가 잠복해 있는 만큼 선제 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분양 주택의 증가세를 감안하면 오는 5월부터 주택 건설과 자금 시장에 위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 교수는 “금융권이나 사업체나 지금 언제까지 견딜 수 있을까에 대한 판단들을 지금 많이 하는 상황”이라면서 “어느 시점이 지나면 미분양 물량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내다봤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연구실장도 “지금의 추세가 계속되면 미분양 주택이 10만 가구를 넘어설 우려가 있다”며 “미분양 주택은 건설사 유동성 위기 등 연쇄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에 미분양 잠재리스크에 대한 철저한 사전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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