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점!” 윤석열 정부 노동 정책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매긴 점수
[윤석열 정부]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강조하는 가운데 정작 주요 피해 당사자로 꼽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일자리 정책에 “100점 만점에 15점”이라는 박한 평가를 내렸다. 정부 정책이 “사용자에 관대하고 노동자에 가혹하다”는 이유다.
‘직장갑질119 원청갑질특별위원회’와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 단체인 ‘비정규직이제그만 공동투쟁’은 10일 ‘투쟁 계획 발표 기자회견’을 열며, 비정규직이제그만에 소속된 노동자와 직장갑질119 오픈채팅방에 참여하는 비정규직·중소 사업체 노동자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임금·노동시간·원하청 관계에 있어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이 불안정 노동자에 미치는 영향과 불안을 가늠할 수 있는 조사결과다.
우선 응답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이 본인의 임금에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이 86.5%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물가 인상으로 사실상 임금이 줄었다는 노동자가 97.8%였다. 저임금 노동자의 실질임금 감소에 대한 체감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들이 바라는 임금 인상 액수를 평균해 보니 월 54만2747원이었다. 응답자 3분의 2 가량(66.9%)은 세전 월 300만원 미만을 받는 노동자들이었다.
김수억 ‘비정규직이제그만공동투쟁’ 공동소집권자는 “응답자는 대부분 월급 300만원 미만 노동자들인데 바라는대로 월급이 54만원 오른다고 해도, 3천 만원 안팎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삶도, 앞으로 삶에 대한 기대도 척박한 비정규직 현실이 조사결과에서 드러난다”고 말했다.
노동시간과 관련해 ‘초과 근로를 하고 있다’는 응답은 55.2%였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저임금 뿐 아니라 노동현장에 만연한 장시간 업무의 현실을 드러내는 수치다. 이들 가운데 23.5%의 노동자는 ‘초과근로수당조차 받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1년 근무 때 최소 15일이 주어지는 연차휴가를 지난해 6일 미만 사용했다는 응답도 셋에 하나꼴(36.8%)이었다. ‘대통령이 언급한 주 60시간 근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91.3%에 이른 이유이기도 하다.
하청·비정규직 노동자로 겪은 원청의 부당한 대우는 97.1%의 응답자가 “경험하거나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할 정도로 일반적이었다. 기본급·상여금·성과금 등 임금을 차별한다(94.7%)는 답(복수응답)은 압도적으로 많았고, 뒤어이 ‘위험하거나 힘든 일을 하청회사 노동자에게 전가한다’(87.1%), ‘원청회사가 노동자의 업무수행을 직접 지휘, 감독한다’(81.2%)는 응답도 높았다. 이들은 자유응답에서 “불량난 거 덤터기 씌우기”, “하청업체를 통해 자유롭게 직원해고 지시”, “원청직원 휴무를 우선하느라 하청직원은 휴무를 못 쓰는”, “원청보다 힘든 일을 하고 있는 것” 등 자신이 겪은 ‘원청 갑질’을 털어놨다.
이같은 사정 탓에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결정권이 원청 회사에 있다”는 응답은 82.1%에 이른 반면,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고 있는 “하청회사가 근로조건을 결정한다”는 응답은 10.1%에 그쳤다.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자’를 사용자로 규정해 원청 책임을 강화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에는 79%가 ‘동의한다’고 응답했다.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노동개혁’이 필요한 이유로 설명하고 있지만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평가는 100점 만점에 15점에 그쳤다. 정부 노동정책이 ‘사용자에 관대하고 노동자에 가혹하다’는 응답이 응답자의 91.2%에 이르렀다.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책임자로 ‘정부’를 꼽은 이들이 67.7%, ‘재벌·대기업’을 꼽은 이들이 23.5%였다. ‘노동조합’을 꼽은 응답자는 0.7%에 그쳤다.
‘비정규직이제그만’은 오는 11일부터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을 시작으로 비정규직 임금 인상과 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내걸고 전국 순회 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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