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 vs 카겜]⑥소송 전략 톺아보기

이혜선 2023. 4. 10.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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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효과' 엔씨, 출시 보름만에 강경대응
카카오게임즈, 여론 살피며 확전 피해

'아키에이지 워'의 표절 여부를 둘러싼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의 소송이 본격화됐다. 하지만 두 회사가 소송을 대하는 자세에는 미묘한 차이가 느껴진다. 엔씨소프트가 빠르고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데 비해 카카오게임즈는 조용한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엔씨소프트가 소송 사실을 언론에 알린 지 이틀 뒤인 지난 7일에서야 "저작권 침해 등 법률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절제된 톤의 공식입장을 냈다. 그 사이 엔씨소프트가 저작권 침해 사례를 구체적으로 나열한 자료를 공개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음에도 카카오게임즈는 "구체적으로 할 말이 없다"며 신중론을 고수했다.

엔씨의 속도전…웹젠 때와 달랐다

이번 소송은 지난달 21일 아키에이지 워가 출시된 지 보름 만에 제기됐다. 엔씨소프트가 2021년 6월 'R2M'을 서비스하는 웹젠을 상대로 비슷한 류의 소송을 제기했을 때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신속한 대응이다. R2M은 2020년 8월 출시한 게임으로, 엔씨소프트는 자사의 리니지M과 비슷한 게임이라 여겼음에도 10개월을 지켜본 뒤에야 소송에 나섰다.

엔씨소프트의 속전속결 전략은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효과' 때문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대부분의 게임은 출시 직후 상위권에 올랐다 순위가 하락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의 '오딘: 발할라 라이징' 등 상위권에서 장기흥행하는 게임들이 생겨나면서 리니지 독주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2021년 6월 출시한 오딘은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기준 5위권 안을 유지할 만큼 대중성을 확보한 게임이다. 엔씨소프트로선 아키에이지 워가 리니지를 대체하기 전 초반에 기세를 눌러야 한다는 내부 기류가 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당장 아키에이지 워를 중단시키지는 못해도 카카오게임즈가 해당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후속편을 제작하는 걸 선제 차단하는 효과를 노렸다는 얘기도 업계에선 흘러나온다.

'정중동' 카켐, 낙인효과 우려 절제된 대응

카카오게임즈는 대규모 필드전과 해상전, 빠른 속도감 등 게임 그 자체의 특성이 부각되기보다 소송 이슈가 회자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분위기다. 공식입장 자료를 낸 뒤에도 소송에 대한 언급은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아키에이지 워'는 출시 직후 양대 앱마켓에서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며 순조롭게 출발했다. 매출 순위 역시 현재까지 최상위권에 자리 잡고 있다. 잘나가고 있는 게임에 '짝퉁' 낙인이 찍혀 신규 이용자 유입이 차질을 빚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것이다.

소송 결과가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점을 감안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R2M' 소송의 경우 2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 1심 재판의 결론이 나오지 않고 있다. 향후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이어진다면 몇년은 더 흘러야 소송 결과가 확정될 전망이다. 통상 PC게임의 수명은 4~5년, 모바일게임의 수명이 1년을 넘기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법정 다툼을 벌이더라도 서비스를 이어나갈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선 엔씨소프트의 대응과 여론 등을 살피며 향후 행보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법적 다툼 속 합의 여지 남겨 

게임업계는 엔씨소프트가 이번 소송을 계기로 저작권 침해에 대한 대응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보고 있다. 아키에이지 워는 시작일 뿐 끝이 아니라는 것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이번 기회를 통해 게임의 저작권 기준을 명확히 해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장기적으로는 두 회사 간 합의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5일 소송 사실을 공개하면서 "카카오게임즈와 제작사인 엑스엘게임즈의 책임있는 자세와 입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카카오게임즈는 이틀 뒤 "아키에이지 워 이용자들을 위해 안정적인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양측이 한발씩 물러날 여지를 남겨둔 표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엔씨가 언급한 '책임있는 자세'와 카카오게임즈가 밝힌 '이용자를 위한 안정적 서비스'의 교집합은 결국 양측의 '합의'라는 말로 압축할 수 있다"며 "엔씨는 합당한 대가를, 카카오게임즈는 이용자라는 명분을 앞세운다면 가능성 없는 시나리오는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혜선 (hs.le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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