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쇼크에도 웃는 600만 삼전 개미..."감산해도 당장 적자 탈출 어려워"

류은주 기자 2023. 4. 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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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실적회복 기대감에 주가 상승…구체적 감산규모 발표 촉각

(지디넷코리아=류은주 기자)삼성전자가 실적 쇼크를 기록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상승세를 탔다. 메모리 반도체 감산 공식화에 따른 재고 감소와 업황 회복 기대감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6만5천700원에 마감했다. 지난 7일 실적발표 이후 주가가 6만5천원으로 전일 대비 4.33% 상승한 데 이어 10일에도 주가가 소폭(1.08%) 오르며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6만5천원대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 6월 초 이후 거의 10개월 만이다. 14년 만에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주가가 상승한 배경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감산이 지목된다.

경기도 화성시 소재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V1 라인 전경. (사진=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올해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는데, 영업이익이 6천억원 대에 그치며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이날 삼성전자는 기존 자연 감산 외에 DDR4와 같이 충분한 재고가 확보된 제품 중심으로 인위적인 생산량 조절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결국 메모리 감산을 공식화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에 메모리 공급량 조절과 가격 방어에 성공하면 적자를 낸 DS 부문 실적이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된 것이다. 애널리스트들도 주가 상승에 트리거 역할을 할 수 있는 감산 결정에 반색하는 리포트를 잇따라 냈다.

고영민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감산 동참으로 고객사들로 하여금 추가적인 메모리 가격 하락 가능성이 낮을 것이란 판단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며 “고객사 내 심리 변곡점이 가격 반등의 핵심 요인이다”고 평가했다.

이어 “당초 소극적 감산을 통한 목표는 경쟁사와의 점유율 격차 확대였지만, 감산 강도 차이가 장기화될 경우 경쟁사 대비 재고 축적 속도가 가속화된다는 단점이 있다”며 “과잉 재고는 다음 업 사이클에서 이익 극대화 효과를 약화시킬 수 있었지만, 금번 발표로 삼성전자가 점유율 격차확대와 동시에 이익 극대화도 얻는 적정 시점의 결정”이라고 분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이번에 발표된 감산 결정이 D램을 포함한 중장기 전사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더해줄 것”이라며 “이번 글로벌 반도체 업체들의 실적 시즌 동안에는 하반기 업황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 모멘텀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 감산해도 2분기 적자 전망…하반기부터 실적 회복 기대

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 있다. 삼성전자의 감산 효과는 감산규모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속도로 재고가 줄어들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삼성전자는 구체적인 감산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화성캠퍼스의 D램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감산체제에 돌입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화성·평택캠퍼스에 총 6개의 D램 생산라인을 가동 중이다. 화성에선 DDR4 등 범용제품을, 평택에선 선단 공정과 DDR5·LPDDR5 등 최신 제품을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말 대비 15~20% 수준의 웨이퍼 투입량 감소를 기대하는 분석도 나온다. 위민복 대신증권 연구원은 "높은 시장점유율을 바탕으로 경쟁업체 대비 원가 우위를 보유하고 있어 감산 규모는 경쟁사 대비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사진=삼성전자)

김록호 하나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산 규모에 따라 2분기 및 3분기 가격 하락폭이 변동될 것”이라며 “2~3분기 가격 흐름이 실적 향상의 중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직접적이고 공격적인 감산 계획을 밝힌 것은, 삼성전자가 목표로 하는 가격 인상이 현재 생산 수준으로는 실현되기 어려운 것으로 자체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어정쩡한 감산 규모를 유지해 업황 회복이 지연되는 것보다, 단기적으로 감산 규모를 늘리는 것이 실질적 피해를 줄인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감산 배경에 대해 분석했다.

그는 감산을 하더라도 2분기 실적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반도체 외 다른 사업부문의 업황 전망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실적 회복 시점을 3분기 또는 4분기 이후로 보는 시각도 많다.

송명섭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 반도체 부문에서도 D램, 낸드 ASP(평균판매가격)의 추가 하락과 지속적인 재고자산평가손 발생에 따라 전분기 대비 적자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이어 "올해 D램 업계의 순수 생산 증가율이 사상 최초로 5~6% 가량 역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3분기 이후 고객들의 재고가 충분히 축소되고 4분기부터 반도체 수요가 살아날 경우 반도체 업황은 낮은 생산 증가율에 힘입어 회복세에 접어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반도체 적자는 줄겠지만, MX(모바일)·NW(네트워크) 사업부 실적이 둔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2분기 실적은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라며 “메모리 수요 전망도 기존보다 하향될 가능성이 커 업황이 얼마나 빨리 회복할 지는 삼성의 추가 감산 규모와 나머지 메모리 업체들의 공조가 얼마만큼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영건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감산 결정으로 메모리 재고 수준은 2분기 피크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으며, 연말까지 재고 소진 궤도 진입을 예상한다"며 "현재 보유 재고 수준 절대량이 많아 연중까지 유의미한 수준까지의 감소는 어려울 수 있기에 계약가격 인상은 4분기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류은주 기자(riswel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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