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보다 많은 언어 지원 … 구글 검색 이기고 싶어"
"구글 검색을 이기겠다."
8년 차를 맞은 한 국내 스타트업의 다부진 목표다. 주인공은 1990년생 김진우 대표가 이끄는 라이너다. 그저 젊은 창업가의 치기 어린 포부가 아니다. 라이너는 형광펜으로 밑줄을 긋듯 웹페이지에서 필요한 문장을 색깔로 강조하고 따로 모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전 세계 160여 개국에서 1000만명이 넘는 사용자(MAU)를 확보했다. 해외 이용자 비중은 95%에 달한다.
특히 트위터 창업자 비즈 스톤과 로셸 킹 넷플릭스 부사장이 서비스를 애용한다는 점이 알려지며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라이너는 많은 자료조사를 필요로 하거나 개발 관련 지식을 찾아보기 적합하게 만들어졌다"며 "이용자군에도 연구직이나 엔지니어 등이 포진해 있다"고 말했다.
라이너는 태생부터 글로벌 서비스였다. 닷컴 버블이 한창이던 미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김 대표는 일찌감치 창업에 뜻을 품었다.
연세대 컴퓨터과학과에서 학업을 마친 뒤 대학에서 만난 공동창업자와 '세계적인 임팩트를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갔다. 이전에 미술 작가를 위한 온라인 개인 전시관 사업 '아이노갤러리'를 운영하며 미술계에선 꽤 이름을 날렸지만 사회적 기여가 적다는 이유로 사업을 접었던 터였다.
김 대표는 "당시 꿈은 미술계를 혁신하고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는데 어느 순간 부유한 미술계의 대변자를 하고 있었다"며 "다만 사람들을 반응하게 하려면 어떤 것이 중요한지 배웠다"고 전했다.
2~3년간 아이노갤러리를 운영하며 번 돈 5000만원을 들고 현지에서 에어비앤비를 빌렸다. 한국에서 150개가 넘는 사업화 아이템을 구상해 간 뒤 미국에서 매주 하나씩 앱을 만들었다. 조각 투자부터 10초짜리 정보성 동영상 모음, 칭찬만 하는 SNS, 스마트폰에 남는 용량을 클라우드로 연결해 스토리지로 쓰는 서비스까지 아이디어가 다채로웠다.
그중에서도 라이너는 책에 밑줄을 그어가며 읽곤 했던 김 대표의 개인적 습관에서 출발했다. 김 대표는 "라이너는 처음부터 이용자가 많이 모이는 것을 보고 제품화하면 많은 사람들이 쓰겠다 싶었다"고 했다.
형광펜에 집중했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다. 오히려 시작에 가까웠다. 밑줄 너머의 차세대 웹(highlighted web)을 만들겠다는 최종 목표를 세웠다. 검색 창 뒷단의 '줄세우기 기술'에는 수십 년간 크게 고도화하는 동안 정작 검색 결과 화면은 발전이 없었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사람들이 한 땀 한 땀 고른 고품질의 정보 모음을 모두가 탐색할 수 있게 하면 이것이 진정한 검색 혁신이라고 생각했다. 김 대표는 "가령 라구 파스타를 만드는 법을 검색했으면 곧바로 레시피가 나와야 한다"며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이라이트한 레시피가 곧 가장 좋은 레시피라는 로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초개인화 대화형 검색 챗봇 '라이너 챗'이 탄생했다. 초거대 언어모델(LLM)인 GPT4 기반의 최신 정보에 라이너 자체 데이터베이스(DB)로 한 번 더 검증된 답변을 제공한다. 기존 포털 검색 결과에 라이너 이용자들이 밑줄 기능으로 특별히 강조한 빅데이터를 결합한 결과다.
기존 챗GPT의 한계로 지적되는 할루시네이션(거짓 정보 제공)을 최대한 극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셈이다. 지원하는 언어 역시 총 156개, 그중에서 정교하게 서비스하는 언어도 20개에 이른다.
특히 라이너는 서비스가 추천 알고리즘이 파악한 이용자별 관심사를 바탕으로 질문에 답변한다는 점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빙 챗'이나 구글의 '바드'와 같은 유사 서비스와 차별화된다고 보고 있다. 라이너를 설치한 상태에서 이용자가 콘텐츠에 보이는 반응으로 관심의 '강도'를 측정해 이를 검색과 추천 엔진에 반영하는 원리다. 김 대표는 "단순 방문은 관심도가 상대적으로 약하게, 오래 읽거나 밑줄을 그었거나 콘텐츠를 저장했다면 강도가 더 강하게 측정되는 식"이라며 "강도가 축적되면 사용자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라이너처럼 챗GPT 기술을 기민하게 서비스에 도입하는 국내 스타트업이 늘면서 기술 종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특정 생성형 AI 기술 개발사의 독주보다는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 대표는 "희망적으로 보면 메타가 매개변수를 줄여 효율을 높인 LLM을 선보였듯, 국내외 대기업의 모델 출시가 이어지면서 오픈소스 LLM의 질도 개선될 것"이라면서도 "'이 기술이 없으면 안 된다'는 최악의 경우는 방지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라이너 역시 대화형 검색뿐 아니라 하이라이트 기능 생태계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라이너는 향후 챗봇에 페르소나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서비스를 고도화한다는 목표다. 딱딱하게 주어진 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친밀한 동료처럼 말을 걸어와 이용자가 기술 자체를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장·단기 기억 기능도 탑재할 계획이다. 이전에 대화한 내용을 기억해 대화가 유기적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이용자를 더 깊게 이해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김 대표는 구글 검색을 얼마나 따라잡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사업적으로는 1% 되지 않았을까"라면서도 "만들어놓은 생태계가 가치 있게 쓰일 때가 온 만큼 기술적으로는 10%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우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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