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력 무궁무진한 생성형AI … 국내 스타트업에도 기회"
"인공지능(AI) 마켓 플레이스 선점 경쟁이 시작됐다. 기존 모든 정보기술(IT) 서비스가 AI 위에 올라갈 것이고,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빨리 선점하는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 수 있다."
최근 매일경제와 만난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는 생성형 AI 열풍 속 한국 스타트업들이 마주한 기회를 이같이 바라봤다. 그는 "AI 마켓 플레이스 경쟁에선 구글, 메타, MS 등 어느 한 곳이 모든 시장을 장악할 순 없을 것"이라면서 "시대가 빠르게 스위칭하는 가운데 빅테크가 못 쫓아오는 틈새시장, 즉 AI 애플리케이션 영역은 스타트업의 몫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와 손잡고 한발 앞서간 마이크로소프트(MS)를 중심으로 검색형 플랫폼 시대가 저물면서 명령형 플랫폼 선점 속도전이 벌어지고 있다. 오픈AI는 최근 챗GPT와 다른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챗GPT 플러그인'을 출시했다. 이에 맞서 구글, 메타 등은 API(응용 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공유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다시 짜고 있다. 더 많은 개발자를 먼저 자신들의 가두리 안에 들여오기 위해서다. 빠르게 늘고 있는 생성형 AI 서비스를 자사 생태계에 우선적으로 모으겠다는 게 빅테크의 의도다. 뾰족한 서비스로 펀더멘털 AI 기술을 보유한 빅테크 위에 올라탈 수 있다면 국내 스타트업에도 많은 기회가 열릴 것이라는 게 권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실제 사용자들에게 효용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빨리' 만들어 선점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오픈AI(챗GPT), 구글(바드), 메타(람다) 등 앞으로 열릴 모든 마켓 플레이스에 서비스를 넣어 이용자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권 대표는 "블록체인, 메타버스와 달리 AI야말로 진정한 웹3.0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존 모든 서비스에 AI를 붙일 수 있기 때문에 AI 분야에서는 별도의 '킬러앱'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의 AI 혁명은 1990년대 초 월드와이드웹 프로토콜을 처음 접했을 때만큼 큰 충격"이라며 "생성형 AI가 웹이 세상을 바꾼 만큼 많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컴퓨터의 역사를 보면 대형 컴퓨팅 위에서 모든 것이 돌아가다가 PC로 넘어갔고, 모바일의 등장과 함께 (모바일이) PC 앱을 대체했다"면서 "AI는 일종의 오퍼레이팅 시스템(운영체제·OS)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금부터는 AI에 특화한 앱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이라는 게 권 대표의 전망이다.
그는 "지금 단계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1차원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브랜딩을 선점하고 '퍼스트무버'로 뿌리를 내리면 길게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대표는 지난달부터 노태준 프라이머 파트너와 함께 국내 최초로 '생성형AI 해커톤'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 창업 생태계가 새롭게 태동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찾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된 프로젝트다. 반응은 뜨거웠다. 참가자가 984명에 달했고, 226개의 아이디어가 모였다. 전체 지원자 중 개발자 비율이 57%를 기록할 정도로 정보기술(IT) 현업에서 화제를 모았다.
권 대표와 노 파트너는 이번 해커톤을 통해 국내 창업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를 몰고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선 아직 생소한 '온라인 해커톤'의 성공 가능성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권 대표는 "생성형 AI 분야는 아이디어가 중요한데 아직 앱이 나올 만큼 토양이 굳지는 않은 상태"라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뿌리는 작업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해커톤이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노 파트너는 "이번 해커톤은 오프라인 공간에 일정 시간 동안 모여 팀 빌딩부터 아이디어 구현과 발표까지 진행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없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누구나 자유롭게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덕분에 다수의 해외 참가자들의 신청이 이어질 수 있었고, 다양한 산업 경험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글로벌 인재 교류의 장으로 자리 잡아 앞으로의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해커톤에서는 참가자 모집과 함께 아이디어 등록·상호평가·팀 빌딩이 온라인 공간에서 한 번에 이뤄졌다. 프라이머는 이번에 구축한 온라인 해커톤 시스템을 활용해 해커톤 대회를 개최하고자 하는 기관과 협력하고 다양한 주제의 해커톤 운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해커톤은 1차 심사를 통해 최종 라운드 진출 팀을 선정하고 4월 13일 오프라인 행사에서 최종 라운드 우승 팀과 입상 팀을 발표할 예정이다. 심사에는 권 대표와 노 파트너, 김재현 당근마켓 최고전략책임자(CSO),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조휘철 에인버(AInbr) 대표가 나선다.
권 대표는 5개 회사를 세운 국내에서는 희귀한 'n차(연쇄) 창업가'로, 창업 초기 회사를 대상으로 한 육성 프로그램을 국내 최초로 도입해 창업가들 사이에서는 '한국 스타트업의 아버지'로 불린다. 그는 1990년대 후반 국내 최초 결제시스템 이니시스와 보안회사 이니텍을 설립해 회사를 키워냈다. 두 회사를 모두 코스닥에 상장시켰고, 2008년 33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국내 스타트업 투자 회수금 중 최고 금액이었다.
엑시트(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그는 후배 창업가 양성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그가 2010년 설립한 프라이머는 국내 최초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육성기관)다. 프라이머가 2017년에 투자했던 스타트업 창업자 출신 노 파트너를 액팅파트너로 영입했다.
프라이머는 13년간 10개의 투자펀드를 결성해 운영하고 있다. 외부기관과 정부자금을 받지 않고 20명의 선배 창업가 자금으로 100% 출자한 민간 액셀러레이터다. 출자자 중 절반이 넘는 11명이 프라이머가 투자했던 스타트업의 창업자들로, 자금을 다시 투자했다.
[황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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