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보안 스타트업, 내수 넘어 美 겨냥해야 성공"

나현준 기자(rhj7779@mk.co.kr) 2023. 4. 1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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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람 제닉 SSD랩스 대표
이스라엘 출신 보안 사업가
26억 규모 '토끼펀드' 조성
국내 보안 스타트업에 지원
"내수 머무르면 성장 곧 한계
사업 초반부터 美 진출하길"

"최근 200만달러(약 26억원) 규모 보안 스타트업 전용 펀드를 만들었다. 미국 시장에 가서 첫 고객을 미국 회사로 유치해야 한다는 것이 투자 조건이다. 그래야 스타트업이 살아남을 수 있다."

지난달 20일 서울 용산구 소재 사무실서 만난 아비람 제닉 SSD랩스 대표는 이같이 강조했다. 이스라엘인으로 한국 국적을 취득한 그는 2021년 LG전자에 자신의 회사인 사이벨럼(Cybellum·자동차 사이버보안 회사)을 약 2500억원에 판매한 보안업계 구루(Guru·지도자)다. 현재 보안업체인 SSD랩스를 운영 중인 제닉 대표는 아내가 한국인이어서 수년간 한국에 체류하며 국내 보안업계 대표들과도 친분이 두텁다. 제닉 대표는 "한국 업체가 이대로 가다간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한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가 이같이 말한 이유는 이스라엘과 같은 혁신이 한국 스타트업에는 없기 때문이다.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인구 1000만명도 안 되는 내수시장이 작기 때문에 처음부터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예가 많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유명 보안업체인 팰로앨토(기업가치 약 70조원)가 이스라엘 보안스타트업이 나스닥까지 상장한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2015년 3억달러에 마이크로소프트(MS)에 인수된 아달롬(Adallom), 그리고 최근에 보안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기업으로 기업가치 100조원(약 12조원)의 데카콘이 된 위즈아이오 역시 이스라엘 업체다.

반면 국내 사이버보안 업체는 대부분 영세해 평균 매출액이 68억원에 불과하고, 기업가치도 1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제닉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들은 기술력이 있음에도 내수시장에만 머물러서 문제"라며 "연 300달러만 내면 미국에서 사업자 등록을 할 수 있기에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이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 진출한 뒤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미국 고객사들은 줌(Zoom)을 통한 영상회의를 선호하기 때문에 이스라엘, 한국 등 타지에서도 충분히 미국 고객사에 대응할 수 있다"며 "첫 스타트업 단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그가 결성한 토끼펀드는 올해 '토끼의 해'를 맞이해 스타트업이 더 빠르게 성장하기를 바라는 의미로 명칭을 붙였다. 국내 보안업계 숙원은 전용 펀드가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었다. 정부가 비록 지난 3월 1조4000억원 규모 벤처 펀드를 조성하면서 10개 항목 중 하나로 사이버보안을 포함시켰지만 보안업계는 실제로 보안 펀드가 결성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이스라엘 출신 제닉 대표와 한국 몇몇 보안기업 대표들이 자체적으로 200만달러 규모 토끼펀드를 만든 것은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제닉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은 내수에만 머물다 보니 투자금을 받으면 제대로 된 서비스와 제품을 만들기보단 번듯한 사무실을 꾸리고 그럴듯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렇게 비즈니스를 하면 안 된다"며 "이스라엘 스타트업은 시차도 고려하지 않고 24시간 동안 미국 클라이언트 요청을 받고 수정하면서 제품 혁신에 집중한다. 한국 스타트업도 이 자세를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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