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 강자’ 일본기업 턱밑 추격...위상 높아지는 한국기업

강인선 기자(rkddls44@mk.co.kr) 2023. 4. 10. 16:0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기아 영업이익 5조 육박
도요타·폭스바겐 등 ‘턱밑 추격’
주가 상승률도 두자릿수 월등
이상엽 현대디자인센터장(왼쪽)과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가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국제오토쇼 행사장서 ‘세계 올해의 자동차’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국내 대표 완성차 기업인 현대차·기아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30%를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주요 완성차 기업인 폭스바겐·도요타·GM의 실적 성장치를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만 놓고 보면 현대차·기아는 도요타를 턱밑까지 추격했고, GM은 멀찌감치 따돌렸다. 국내 증시에서는 반도체 업황 악화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급감한 탓에 현대차·기아가 1분기 최고 영업이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 시대로의 빠른 전환, 공급망 관리 역량 등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경기침체로 인해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대차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663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290억원) 대비 38% 증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조1655억원으로, 1년전 같은 기간(1조6065억원) 대비 34% 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폭스바겐·도요타·GM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두드러지는 실적이라는 평가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팩트셋 집계 결과 도요타는 올해 1분기(회계연도 2023년4분기)에 5093억9900만엔(약 5조695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됐다. 전년 동기 4638억엔 대비 9.8% 증가한 수치다.

폭스바겐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83억2300만유로에서 50억7200만유로로 40% 감소할 전망이다. GM은 영업이익이 21억9600만달러에서 31억100만달러로 40% 늘어나 글로벌 완성차 기업으로서 체면을 차릴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완성차 기업들의 주가 상승률 역시 차이가 크다. 올해 들어 지난 10일까지 현대차 주가는 18%, 기아차는 32% 상승한 반면 폭스바겐은 3%, 도요타는 1%, GM은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완성차 업계는 국내 기업들의 주가와 실적 흐름이 글로벌 기업들과 다르게 나타나는 배경을 전기차 전환과,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경색에 대응하는 방식에 있다고 평가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실적이 글로벌 완성차 업체 대비 차별적으로 나타나는 이유는 전기차 전환에 내고 있는 속도가 빠른 편이기 때문”이라며 “전기차 개발을 위한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아이오닉5·아이오닉6·EV6·EV9 등을 지속 출시하는 것이 그러한 움직임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전기차 1위 기업인 테슬라의 경우 판매 대수는 많지 않지만 수조원의 영업이익을 내고 있는데 이는 전기차의 이익률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대차 그룹의 전기차 전환 전략은 세계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 모토 운트 슈포트(AMS)’는 현대차의 아이오닉5가 폭스바겐 ID.5와 폴스타2를 제치고 전기차 모델 비교 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 AMS는 독일 3대 자동차 전문지 중 하나다. 실내 공간과 다용도성을 평가하는 ‘바디’와, ‘파워트레인’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며 판매 가격과 수리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보는 경제성 항목에서도 폭스바겐의 브랜드들을 크게 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코로나19 이후 공급망 경색과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생산량과 판매량이 감소했는데 현대차와 기아는 이에 비교적 기민하게 대응했다는 평가다. 달러-원 환율이 우호적이었던 점도 실적이 좋았던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브랜드 가치가 오른 것도 북미 등 주요 시장에서 판매량 증가를 뒷받침한다는 평가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아 중고차의 잔존가치는 2018년 39.7%에서 2022년 55%로 급등했다”며 “순위로 보면 35개사 중 26위에서 2위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잔존가치란 일정 사용기간이 지나고 난 뒤 중고차로 차량을 되팔 때 가격으로 소비자가 신차를 매수할 때 중요한 지표가 된다. 정 연구원은 이어 “순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가운데 전기차 판매만으로 수익을 내는 업체는 테슬라와 기아뿐”이라며 “2030년 영업이익 목표인 16조원에 전기차의 수익성 기여가 더 크게 가정돼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조수홍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대해 “견조한 수요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가동률 상승 효과와 제품 경쟁력 개선 등이 경기 우려에도 긍정적인 실적 전망을 유지하는 이유”라면서 “제품 경쟁력 향상과 브랜드 인지도 개선이 글로벌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기차 전용 플랫폼의 성공적인 출시와 전기차 라인업 확대에 따라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위상이 강화되는 등 중장기 성장성도 양호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다만 경기 둔화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완성차 수요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이 염려된다. 국내 완성차 기업이 질적 성장을 이룬 것은 맞지만 업황 둔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2023년 세계 경제 성장 둔화로 경기 민감성이 높은 자동차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