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중독으로 사채까지 쓴 아내… 이혼해도 제가 빚 갚아야 하나요”

남성 A씨, 몰래 상습 도박한 부인 B씨 행위 뒤늦게 인지해 주의주며 당부
부인은 대출에 사채까지 쓰며 도박 계속… 이혼 원하는 A씨 “부부라는 이유로 채무 떠안을까 걱정”
김은혜 변호사 “당사자가 채무 변제 책임지는 것이 원칙… 배우자는 연대 보증 등 하지 말아야”

YTN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 제공

 
부인의 상습적 도박 행위를 뒤늦게 인지한 남성이 배우자라는 이유만으로 채무 변제를 책임지는 것이 부담된다고 호소하는 내용이 공개됐다.

10일 YTN 라디오 프로그램 ‘조인섭 변호사의 상담소’에는 부인의 상습적 도박 행위로 인해 이혼을 희망하는 결혼 15년차 남성 A씨의 사연이 전해졌다.

A씨에 따르면, 그는 부인 B씨와 함께 중학생 아들을 키우며 큰 문제 없이 가정 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부인이 불법 온라인 카지노 도박을 해온 사실을 아들의 제보로 알게 됐다. 부인은 그동안 100만 원에서 최고 500만 원에 이르는 대출까지 받아가며 도박을 해오고 있었다. A씨는 부인이 사업을 위해 통장을 별도로 관리해왔기 때문에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A씨는 부인의 행위를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해 그녀에게 주의를 줬고, B씨 역시 도박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B씨는 도박을 끊지 못했다. 그녀는 생활비와 사업 자금이 필요하다며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도박 비용으로 탕진했고, 심지어 고금리 사채에 손을 벌리기도 했다. A씨 부부의 집에는 카드사와 은행이 발송한 채무독촉장이 날아왔고, 대부업체 관계자가 집으로 직접 찾아오기도 했다.

A씨는 아내의 채무를 갚아가며 그녀에게 도박을 중단하라고 화를 내거나 사정도 했지만, B씨는 오히려 ‘내가 돈을 버는데 스트레스를 도박으로 푸는 것이 뭐가 문제냐’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A씨는 “부인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어버렸다”면서 “이혼을 원하고 있는데, 부인이 나와의 동의 없이 진 빚도 내가 감당해야 하는지 궁금하다”라고 문의했다.

이 사연에 대해 김혜은 변호사는 “법으로 규정된 이혼 사유 중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 사유’에 해당된다”며 “B씨의 도박 중독 정도가 가정을 위협에 빠뜨릴 정도로 심각하고, 부부간 애정과 신뢰가 상실된 상황으로 보이는 만큼 이혼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판단했다.

배우자의 채무 변제에 대해 김 변호사는 “혼인 생활 유지를 위한 부부의 빚 부담은 원칙적으로는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는 것이 맞다”면서도 “배우자의 동의 없이 발생한 빚은 당사자가 혼자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다만 “만약 배우자가 채무 연대 보증을 섰거나 채권자들에게 ‘대신 갚겠다’고 약속했을 경우에는 빚을 함께 부담하게 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김 변호사는 채무 변제를 피하기 위해 위장 이혼을 했을 경우 채권자들로부터 소송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채권자들에게 재산을 빼앗기지 않을 목적으로 배우자로부터 모든 재산을 넘겨 받고 서류상으로만 이혼했을 경우 채권자들은 재산권을 침해받았다고 생각해 사해행위 취소 소송을 할 수 있다“며 “다만 합법적 절차에 따라 부부가 재산을 적절히 분할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정재우 온라인 뉴스 기자 wampc@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