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인구 감소 막을 수 없나…결혼·출산 대책 내놨는데

장경영 2023. 4. 10.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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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그래픽=추덕영 한국경제신문 기자


정부가 ‘인구 문제는 안보 문제’라며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 꼴찌 수준인 0.78명을 기록하면서 인구 감소에 대한 위기감이 한껏 높아진 것이 이번 대책의 배경입니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국가의 존속이 위협받는다고 판단합니다.

지난 15년간 저출산 문제에 280조원이라는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 동안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0.8명 아래로 떨어진 것은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처음이자 유일합니다.

이런 위기상황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결혼을 기피하는 경향과 결혼 후 출산을 꺼리게 만드는 사회경제적 환경이 꼽힙니다. 한마디로 아이를 낳아 키우기가 힘든 사회라는 것이죠. 정부는 신혼부부가 출산을 미루는 가장 큰 이유인 주거 부담을 줄여주기로 했습니다. 2027년까지 신혼부부에게 주택 43만 가구를 공급하기로 했습니다. 육아를 위해 근로시간을 줄일 수 있는 제도를 보완하는 등 다른 정책도 내놨습니다.

주요 국가에서 인구 형태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변해왔는지 알아봅시다. 혼인율과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경제학적 관점에서는 결혼과 출산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도 이해해봅시다.

인구폭발 후 찾아오는 저출산
대책 성공한 프랑스, 속수무책인 한국

게티이미지뱅크


오랫동안 인구는 국력, 즉 어느 나라의 힘을 나타내는 지표로 여겨져왔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생산활동의 담당자이자, 내수를 지탱하는 소비자이며, 세금을 납부하는 주체이기 때문입니다. 또 나라를 지키는 병역 의무도 얼마나 많은 인구가 담당하느냐에 따라 국력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가 태어나면 그 나라의 인구가 늘고, 그 사람이 65세가 되면 고령자(노인)로 분류돼 고령자 비율이 높아집니다. 사망할 경우 반대로 인구가 감소하죠.

근대화로 인구폭발

인류 역사에서 인구가 가장 크게 늘어난 계기는 근대화였습니다. 18~19세기 봉건사회가 무너지고 자본주의 사회가 시작되면서 유럽 국가들에서 폭발적인 인구 증가가 나타납니다. 산업혁명으로 생산력이 엄청나게 높아지고 의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영양 및 위생 상태가 개선됐기 때문입니다. 유럽 국가들에 이어 근대화 과정을 거친 일본이 인구폭발을 경험했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한국을 비롯한 당시 개발도상국들서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폭발적인 인구 증가는 국가별로 시간 차이를 두고 인구 정체와 감소로 이어집니다. 인구학에서는 ‘인구 전환론’이라는 이론으로 이런 과정을 설명합니다. 많이 태어나고 많이 사망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의 인구 형태가 근대화 덕분에 많이 태어나지만 적게 사망하는 ‘다산소사(多産少死)’로 바뀌었다가 적게 태어나고 적게 사망하는 ‘소산소사(少産少死)’로 나아간다고 합니다.

합계출산율과 저출산

다산다사에서 다산소사로 변화하면서 인구폭발이 생기고, 경제 성장으로 사회가 풍요로워지면 소산소사로 바뀌면서 저출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여기서 저출산은 합계출산율이라는 개념으로 판단합니다. 한 여성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면 저출산이라고 합니다.

왜 2명이 아니고 2.1명이냐고요? 한 쌍의 부부가 자신들을 대체하려면 2명의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유아 사망 사고에 대비해 0.1명을 더 낳아야 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주요국의 인구 형태 전환

주요 국가에서 인구 형태의 전환이 어떻게 진행됐을까요. 근대화를 주도했던 프랑스, 독일, 영국, 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1750년부터 1850년까지 인구가 약 두 배로 불어나는 인구폭발을 경험했습니다. 이후 1930년 무렵 소산소사로 이행했고, 1970년대에는 저출산이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2000년대 들어 유럽 국가들의 출산율은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프랑스는 2021년 1.80명으로 인구대체수준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서구에 비해 단기간에 급격한 인구 형태 전환을 거쳤습니다. 1920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다산소사를 경험했고, 그 이후 소산소사로 접어들어 2008년부터는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한국, 세계 꼴찌 출산율

우리나라는 일본보다 늦게 인구 형태 전환이 이뤄졌습니다. 6·25전쟁 직후 1차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 출생자)와 2차 베이비붐 세대(1968~1974년 출생자)가 다산소사 시대를 만들었습니다. 뒤이어 소산소사 시대가 열렸고 1984년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인 저출산이 시작됐습니다. 2001년부터는 합계출산율 1.3명 이하의 초저출산이 지속되고 있고, 지난해엔 합계출산율이 0.78명까지 추락했습니다. 이는 세계 198개국 중 가장 낮은 수준(유엔인구기금의 세계 인구 현황 보고서 기준)입니다. 초저출산이 이어지면서 2020년 총인구가 518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이듬해부터 ‘인구 감소 시대’로 공식 진입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이번에 발표한 저출산 대책은 인구 감소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을 담고 있습니다. 이번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합계출산율이 높아져야 인구 감소를 막을 수 있습니다.

NIE 포인트

1. 근대화와 인구폭발에 대해 생각해보자.

2. 합계출산율과 저출산의 개념을 정리해보자.

3. 주요국 인구 형태의 전환을 설명해보자.

출산이 만드는 긍정적 외부효과에는
적절한 보상과 비용 지불이 이뤄져야 해요

게티이미지뱅크


출퇴근 시간 많은 사람으로 붐비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본 경험이 있나요?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할 땐 숨쉬기도 힘들 정도입니다. 이런 일을 겪으면 ‘인구가 줄어들면 좀 더 여유롭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너무 철없는 불만일 수 있습니다. 인구가 많은 것보다 적은 게 얼마나 큰 문제가 되는지 모르기 때문이죠.

인구 감소는 사회 전체적으로 여러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인구 감소 과정에서 고령자 비중이 커지기 때문에 특히 그렇습니다. 고령화는 복지비용 규모를 키우고, 정부는 그 돈을 충당하기 위해 세금을 더 걷거나 빚을 내야 합니다. 그러나 세금을 내는 것도, 빚을 갚아나가는 것도 모두 젊은 세대의 몫입니다. 어쨌거나 복지 비용을 메꾸는 데 많은 돈이 들어가니 정부 재정은 부실해지고, 나라 곳간이 비게 되니 도로, 터널, 상하수도, 학교 등 각종 사회 인프라를 새로 만들거나 보수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젊은 사람들은 세금과 빚 부담에 일할 의욕을 잃습니다. 당연히 출산율은 더 떨어지겠지요. 고령화는 심해지고, 재정과 생산성은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게 됩니다. 인구 감소는 결국 나라를 쇠락과 소멸의 길로 이끕니다.

결혼시장 탐색모형

이처럼 위협적인 인구 감소를 막으려면 출산이 필요합니다. 출산은 결혼을 통해 이뤄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먼저 결혼부터 살펴보죠. 결혼에 대해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한 최초의 학자는 19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게리 베커입니다. 그는 1973년 ‘결혼 이론(A Theory of Marriage)’이라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베커는 ‘결혼시장 참가자는 결혼을 통해 얻는 효용 수준이 미혼으로 남았을 때의 효용 수준보다 높다면 결혼을 선택한다’고 설명합니다.

베커 이후엔 ‘결혼시장 탐색모형’이 등장했습니다. 이 모형은 남성이 여성에게 청혼하고 여성은 남성의 청혼을 기다린다는 가정으로 시작합니다(현실에선 반대의 경우도 얼마든지 가능하지만요). 청혼을 받은 여성은 남성의 임금 수준을 살펴보고 자신이 생각하는 유보가치(reservation value)보다 낮으면 청혼을 거절합니다.

출산과 긍정적 외부효과

이제 출산에 대해 얘기해봅시다. 출산은 어머니의 숭고한 희생과 사랑으로 귀중한 새 생명이 탄생하는 것입니다. 생물학적으로는 자신의 유전자를 후손에 전달하는 수단이고요. 경제학적 관점에서 사회 전체로는 현세대의 생산 및 소비 인구를 다음 세대로 대체하는 일입니다. 개인 차원에서는 어떨까요. 경제적으로만 따지자면 출산은 투자행위입니다. 그것도 시간이 오래 걸리고 많은 비용이 수반되며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투자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출산은 개인 관점에서는 어려운 결정인데, 그런 결정이 만들어내는 결과인 새로운 사회 구성원의 탄생은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 외부효과’를 선사합니다. 그래서 출산에는 어떤 경제주체의 행위가 다른 경제주체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적절한 보상이나 비용 지불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긍정적 외부효과’의 개념이 딱 들어맞습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개인이 비용과 위험을 부담하는데 출산의 혜택은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리는 이런 상황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혜택을 보는 만큼 비용과 위험을 나눠 부담해야 합니다. 정부의 이번 정책에도 이런 시도가 포함돼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합니다. 결혼시장 참가자들이 상대방의 유보가치보다 높은 조건을 제시할 수 있도록 일자리 문제, 주택 문제 등이 더 개선돼야 합니다. 결혼한 뒤엔 출산을 통해 긍정적 외부효과를 만들어내면 적절한 보상이 뒤따른다는 믿음을 우리 사회가 예비 부모들에게 제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구 감소가 이끄는 축소와 소멸의 길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꿀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그리 길지 않습니다.

NIE 포인트

1. 인구 감소의 부작용을 정리해보자.

2. 결혼시장 탐색모형을 설명해보자.

3. 출산의 긍정적 외부효과를 생각해보자.

장경영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위원 longr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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