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판매 10배 늘려야"...고민 깊어지는 자동차 업계
2032년까지 신차의 67%를 전기차로 생산토록 하겠다는 미국의 계획에 자동차 업계에서 우려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기차 공급 목표가 지나치게 급진적이라 완성차 업체들이 이를 맞추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이어 미국에 설비투자를 강제하는 내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0일 뉴욕타임스(NYT)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오는 12일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 승용차와 소형 트럭 탄소배출 규제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규제안은 전기차 판매 규모와 비중을 명시하는 대신 2027~2032년 총판매 차량의 탄소 배출 한도를 엄격히 제한해 2032년 전체 차량의 3분의 2를 전기차로 채우는 것을 강제하는 내용을 담았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0.1마일/갤런당 150달러의 과징금을 판매 대수에 비례해 부과하도록 한다.
지난해 미국에서 판매된 신차는 약 1383만대고, 이 중 전기차는 80만1780대로 전체 판매량의 약 5.8% 규모를 차지하고 있다.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크게 늘었지만 EPA가 내놓는 규제안에 맞추려면 앞으로 10년 내에 전기차 판매량이 10배 넘게 늘어야 한다. 지난해 전세계에 공급된 전기차는 약 780만대로, 이 물량을 다 미국이 흡수하더라도 기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업계에서는 2032년에 이 기준을 맞출 수 있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한 설비 투자에 천문학적인 자금이 들어갈 뿐만 아니라 실제로 차를 만들어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 차량용 반도체 확보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공적으로 전동화 전환을 하고 있다는 현대차그룹의 목표도 EPA 규제안에는 한참 못미친다. 지난해 기준 현대차그룹이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은 약 145만대고, 이중 전기차는 5만8082대에 불과하다. 현대차그룹이 오는 2025년 가동을 준비하고 있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내 전기차 전용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의 연간 생산량도 약 30만대 수준이다.
현대차는 2030년 미국 시장에서 전체 자동차 판매의 58%를 전기차로 채울 계획이고 기아차는 2030년 북미 전기차 비중 47%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최근 발표했다. 이것도 1년 전 내세웠던 2030년 목표보다 33% 높아진 수준이다. EPA의 주문은 현대차그룹의 목표보다도 한참 더 급진적이다.
업계에서는 전기차만 판매하는 테슬라 같은 회사가 아니라면 EPA의 규제는 IRA에 이어 완성차 업체들에 새로운 족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환경규제를 가장 먼저 시작했던 유럽보다도 훨씬 급진적인 수치"라며 "EPA 규제가 현실화된다면 현대차그룹 뿐만 아니라 전동화 전환이 늦고 있는 완성차 업체들의 어려움은 심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전기차는 아직까지 충전 등 면에서 사용하기 불편한 점이 존재한다"며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이런 인프라까지 신경써야 하는 만큼 현대차그룹을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은 EPA 규제안을 놓고 고민을 할수밖에 없다"고 했다.
미국 언론은 EPA의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더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기 위해 공장과 조립라인을 개조하는 중이지만, 시간과 도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NYT도 "미국 정부가 발표할 예정인 목표치는 자동차 업체 입장에서도 심각한 도전이 될 것"이라며 "모든 주요 자동차 기업이 전기차 생산 설비에 투자했지만, 이 같은 규모에 부합할 수 있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은 중국에 이어 두번째로 큰 자동차 시장이라 완성차 업체들은 이 규제를 맞추기 위해 투자를 늘릴 수밖에 없다"며 "IRA에 이어 EPA 규제가 자동차 업체들에게 추가적인 미국 내 투자를 강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태성 기자 lts32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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