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골프 침공에서 PGA투어 구한 영웅 존 람, “세베가 하늘에서 날 이끌었다”

김경호 기자 2023. 4. 10.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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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람이 10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GC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우승한 뒤 그린 재킷을 입고 우승연설을 하던중 하늘을 향해 손키스를 하며 스페인 골프영웅 세베 바예스테로스에게 경의를 표시하고 있다. 오거스타|AP 연합뉴스



‘람, 우승해줘서 고마워요. 당신이 우리를 구했어요.’

존 람(스페인)의 생애 첫 마스터스 우승은 혼자 만의 기쁨이 아니었다. 라이벌투어 LIV골프에 메이저 타이틀을 뺏기지 않으려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의 승리였고, LIV골프의 그늘을 원치 않았던 오거스타 내셔널GC의 행복이기도 했다. 대회전 LIV 수장 그레그 노먼(호주)은 “우리 선수가 우승하면 모두 모여 18번홀에서 샴페인을 터뜨릴 것”이라고 그에게 초청장을 보내지 않은 주최측을 상대로 복수를 예고해 긴장감을 키웠다.

일간지 USA투데이는 “남자골프의 모든 지도자들과 선수들, 특히 오거스타 내셔널은 지금 람에게 ‘우리를 구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람은 10일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GC(파72·7545야드)에서 열린 제87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800만 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치고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 LIV골프 소속인 공동 2위 브룩스 켑카와 필 미컬슨(이상 8언더파 280타·미국)을 4타차로 제치고 우승상금 324만 달러(약 42억 7000만원)를 차지했다.

2017년 이후 7번째 도전에서 우승한 람은 올해 4승 및 PGA투어 11승을 거뒀고, 2021 US오픈에 이어 두 번째 메이저 타이틀을 차지했다. 람은 유럽선수 최초로 US오픈과 마스터스를 제패하며 스코티 셰플러(미국)를 제치고 다시 세계 1위에 올랐다.

3라운드 잔여경기를 포함해 하루 30홀을 치르는 강행군 속에서 4타차 열세를 4타차 우승으로 뒤집은 짜릿한 승리였다. 잔여경기 12홀에서 선두 켑카와의 간격을 2타차로 좁힌 람은 최종라운드 초반 켑카가 난조에 빠진 사이 6번홀에서 1타차 선두로 올라섰다. 8번홀(파5) 버디로 2타차로 벌린 람은 13번(파5), 14번홀(파4)에서 연속버디를 잡고 4타차로 달아나 쐐기를 박았다.

메이저 4승에 첫 마스터스 우승을 더하고자 했던 켑카는 견고했던 1, 2라운드와 달리 티샷 난조로 이날 하루 5타를 잃고 쓰라린 대역전패를 당했다.

람은 마치 반군들을 홀로 대적하는 외로운 장수 같았다. 켑카가 한때 합계 7언더파로 내려갔을 때도 2위에는 8언더파로 먼저 경기를 마친 미컬슨이 자리잡고 있었다. LIV골프 소속 패트릭 리드(미국)도 7언더파로 맹렬히 추격해왔다.

숨막히는 압박감 속에서 승리를 지킨 람은 세베 바예스테로스(1980·1983),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1994·1999), 세르히오 가르시아(2017)에 이어 스페인 선수 4번째 마스터스 챔피언이 됐다.

람은 그린재킷을 입고 나선 우승연설에서 “1997년 세베가 라이더컵에서 유럽의 승리를 이끌었을 때 아버지가 저를 골프장으로 데려가셨다”며 “오늘 그가 하늘에서 지켜보며 나를 이끌어준 것으로 안다. 이 우승을 그에게 바친다”고 말했다. 2011년 54세에 뇌종양으로 사망한 바예스테로스의 두 번째 우승 40주년 기념일이자, 생일에 뜻깊은 우승을 거둔 람은 “부활절을 축하하고,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이라고 기원했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는 23회 연속 컷통과 뒤 부상으로 3라운드 잔여경기 전에 기권했다. 1970년생 미컬슨은 마스터스 톱5에 든 역대 최고령 선수가 됐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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