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돛달고 AI반도체 급성장…“한국은 메모리반도체 중심, 체질개선해야”
2030년 155조5000억원 시장, 5배 성장
대화형 인공지능(AI) 챗GPT를 중심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이 주목을 받으며 추론·학습 성능이 뛰어난 AI반도체 개발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발전 가능성이 큰 초기 시장 단계인 AI 반도체에 대한 실효성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한국의 설계 기술이 여전히 메모리반도체 중심에 집중돼 있어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7일 ‘2023 인공지능 반도체’ 보고서에서 국내 AI반도체 기술이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기반에 머물고 있으며 서구 국가들이 주도하는 시스템반도체 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만큼, 메모리반도체 대기업 중심의 국내 산업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7년 뒤 시장 규모 155조5000억원… 글로벌 기업이 움직인다
AI 반도체는 대규모 기계학습 모델로 진화하는 AI 기술에 맞춰 연산력을 높인 반도체를 의미한다. 기존 범용 프로세서인 중앙처리장치(CPU)로는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없어 AI에 특화된 차세대 반도체가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는 GPU(그래픽처리장치)와 FPGA(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 내부 회로를 바꿀 수 있는 반도체), ASIC(주문형 반도체)가 AI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AI 반도체는 활용 목적에 따라 데이터센터(클라우드·서버)와 엣지컴퓨팅(모바일·자율주행)으로 나뉜다. 데이터센터용 반도체는 CPU와 GPU를 조합하는 형태로 개발됐는데, 아마존 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의 AI 가속기 97%를 미국 엔비디아가 점유하고 있다. 엣지컴퓨팅 분야도 테슬라와 애플, 구글, 퀄컴 등이 ASIC 기반의 AI 반도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 AI 반도체에 주목하면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IT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AI 반도체 시장 규모가 2020년 230억달러(약 30조3300억원)에서 2025년 700억달러(92조3300억원)로 204%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나아가 2030년에는 1179억달러(155조5100억원)로 시장 규모가 커져서 시스템반도체 시장의 31%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반도체 개발은 메모리 소자 내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하는 PIM(프로세싱인메모리) 반도체와 인간의 신경망 구조를 모사해 개별 칩을 병렬로 연결한 ‘뉴로모픽 반도체’로 나눠 활발한 연구가 수행 중이다.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PIM 반도체인 ‘HBM-PIM’과 ‘GDDR6-AiM’을 개발하고 있다.
◇산업·안보 중요성 증가… 바삐 움직이는 각국 정부
보고서는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주요국이 ‘자국중심주의’를 내세워 AI 반도체 공급망 확보와 첨단기술 선점을 위한 대대적인 지원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대규모 AI 모델을 위한 600Gbps 속도 이상의 AI 반도체는 미 상무부의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하고, 중국 기업의 설계자산(IP)으로 만들어진 반도체는 중국 외에서 생산하지 못하도록 규제했다.
대만은 반도체 제조 역량을 기반으로 AI 반도체 핵심 장비·소재 기술을 내재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유럽도 AI 반도체 설계기술 확보를 위해 100억유로(15조8300억원)를 투입했다. 반도체 제조공장이 노후화된 일본은 자국 내 첨단반도체 생산을 위해 글로벌 파운드리를 유치했다.
한국 정부는 AI 반도체 연구개발을 위한 ‘K-클라우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산 AI 반도체 고도화와 AI 반도체 설계자산 개발, 데이터센터·AI 서비스 실증으로 첨단반도체 역량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AI 반도체 분야에 대한 정부 연구개발사업 투자액은 6976억원 규모로, 연평균 74.2% 확대됐다.
보고서는 AI 반도체가 시스템반도체 분야와 연관성이 높은 만큼, 메모리반도체 대기업 중심의 국내 산업구조의 재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시스템반도체와 관련된 정부 지원책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현재 한국 기업의 시스템반도체 점유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개발 중인 PIM도 시스템반도체 요소가 적용됐지만, 메모리반도체 중심 기술이다. 뉴로모픽 반도체는 여전히 초기 개발 단계인 점도 부족한 점으로 꼽혔다.
중장기적인 기술개발을 위해 설계 분야에 대한 집중 투자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 반도체 시장에서 주목받는 ASIC 기반 AI 반도체는 영국 기업 ARM의 반도체 설계도에 대한 의존성이 높다. 이에 공개형 반도체 설계 ‘RISC-V(리스크-파이브)’를 이용한 교육·훈련, 기업 지원, 과제·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채명식 부연구위원은 “현재 한국은 시스템반도체 설계 지식재산권(IP) 대부분을 외국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시스템반도체에서 설계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에 팹리스(반도체 설계)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부연구위원은 “반도체 산업에서 공공성을 강요하기 어려운 부분은 있지만, 국내 팹리스의 의견을 수렴해 공공 파운드리 활용 방안을 고민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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