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지키겠다” 새내기 소아과 의사들 다짐에 보호자 “진심으로 감사” 답장

김동환 2023. 4. 10.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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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어린이병원 1층 로비에 새내기 소아청소년과 의사 14인의 다짐 적힌 배너 놓여
“어린이들의 저희의 가장 큰 선생님… 후배들에게 배운 것 나누겠다” 메시지
“위기에도 기꺼이 소아청소년과 선택해 아이들을 성심썻 봐줘 진심 감사드린다”는 보호자 답장도 붙어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진료를 다짐하는 새내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다짐과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전한 어느 보호자의 답장이 최근 ‘위기론’이 나오는 국내 소아청소년과의 미래에 작게나마 한 줄기 희망을 전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최선의 진료를 다짐하는 새내기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의 다짐과 의료진에 감사의 뜻을 전한 어느 보호자의 답장이 최근 ‘위기론’이 나오는 국내 소아청소년과의 미래에 작게나마 한 줄기 희망을 전하고 있다.

10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의 1층 로비에서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갓 전문의가 된 소아청소년과 의사 14명의 뜻이 담긴 ‘환자와 보호자, 직원들께 드리는 감사의 글’ 배너가 눈에 띄었다.

지난 2월28일 설치된 배너는 “어린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보호자분들과 한마음 한뜻으로 고민하고 노력하는 동안 기쁨과 슬픔의 의미를 깊게 배웠다”는 서울대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새내기 전문의 14명의 소회로 시작한다.

이들은 “돌이켜보면 우리 어린이들이 저희의 가장 큰 선생님이었기에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표한다”며 “저희를 가르쳐주신 교수님들과 전임의 선생님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배너에는 지난 4년 수련의 기간 자신들을 챙겨준 간호사들과 응급 이송원, 미화원 등에 대한 감사의 뜻도 담겼다.

저출산 등 사회적 현상의 영향권에 속한 소아청소년과를 둘러싼 ‘위기’ 등 말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새내기 전문의들은 “늘 어린이들의 곁을 지키고 돌보며, 저희와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에게 배운 것을 나눌 것”이라고 다짐했다.
10일 낮 12시쯤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의 1층 로비에서는 전공의 수련을 마치고 갓 전문의가 된 소아청소년과 의사 14명의 뜻이 담긴 ‘환자와 보호자, 직원들께 드리는 감사의 글’ 배너가 눈에 띄었다.
 
의사들의 어린이와 보호자에 대한 메시지 정도로만 보일 수 있는 배너에 ‘이곳에서 아이를 치료 중입니다’라고 밝힌 어느 어머니의 메시지가 추가되면서 얘기는 조금 더 풍부해졌다.

자신을 ‘서울대에서 치료받는 아기의 엄마’라고 밝힌 어느 보호자는 최근 소아청소년과를 둘러싼 위기 속에서도 아이들을 돌보는 의료진에 감사하다면서, 별도로 붙인 쪽지를 통해 “선생님들께서 아이들을 치료하실 때 보통의 사명감으로는 쉽지 않을 거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고마워했다.

두아이의 엄마라는 이 보호자는 “선생님들의 노고를 이해하며 치료하실 때 성심껏 돕도록 하겠다”며 “우리 아이들, 우리 미래를 지켜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고도 인사했다.

어머니의 답장에 지난달 15일부터 어린이병원장을 맡게 된 최은화 교수의 메시지가 최근 추가로 등장했다. 치료 중인 자녀의 회복을 바란 최 교수의 메시지는 “쑥스럽지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는 것이 도리일 것 같아 우리 서울대어린이병원의 모든 의료진을 대신해 진심을 이 메모로 남긴다”는 말로 시작됐다. 최 교수는 “어린이병원에서 수련을 마친 제자들은 우리 병원과 타 기관에서 소아청소년과의사 소명을 이어가고 있다”며 “아픈 어린이 건강회복과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항상 연구하고 노력해 ‘최고의 진료’를 제공하도록 많이 응원해 달라”며, 메시지 붙인 어머니에게 의료진의 응원을 보낸다고도 말했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어린이병원 전경.
 
배너는 이 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인 신백섭 전임의가 함께 수련을 거쳐온 전임의들과 뜻을 모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 전임의는 이날 통화에서 “지난 4년간 전공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환자, 보호자, 부모님, 병원 직원분들께 감사한 일이 많았다”고 우선 배너 세우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어 “아이들을 치료하고 낫게 해주고자 여러 가지를 공부하고 그런 노력들이 모여 전공의 4년 동안 우리가 성장할 수 있었다”며, 배너에 적힌 ‘아이들이 가장 큰 선생님’이라는 표현의 의미를 설명했다.

소아청소년과를 둘러싼 위기론에는 “아이들만 보고 진료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며, 신 전임의는 정부의 소아청소년과 등 지원 강화로 의사들이 오로지 아이만 바라보고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서울대어린이병원 이야기는 보는 이의 가슴 한구석에 훈훈함을 전하지만, 소아청소년과 개원 의사 단체인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 지난달 기자회견을 떠올리면 마냥 훈훈해할 수만은 없는 현실이다.

단체가 기자회견에서 ‘소아청소년과 폐과’를 선언할 정도로 일선 현장의 위기감은 이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매우 큰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위기는 진료할 의사의 절대적인 숫자 부족과 저출산 등 사회 현상, 낮은 의료수가와 인기 진료과 ‘쏠림 현상’ 등과 맞닿아 있다.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2012년 1.3명에서 지난해 0.78명까지 떨어졌고, 비급여 시장의 활성화 속 건강보험 급여 진료가 대부분인 소아청소년과 병원 수익은 다른 진료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감소했다. 특히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가 집계한 2023년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자는 총 53명으로 208명의 25%에 불과해 지난해 기준 재활의학과(202.0%), 정형외과(186.9%), 성형외과(180.6%) 등과 비교하면 그 격차가 한눈에 들어올 정도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아픈 아이들을 고쳐 주는 일을 천직으로 여기고 살아왔지만 대한민국에서 소청과라는 전문과는 간판을 내릴 수밖에 없다”며 “이 나라에서 소청과 전문의는 더 이상 살 수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호소했고, 보건복지부는 단체의 ‘소청과 폐과 선언’에 대해 “국민들의 소아 의료 이용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긴급대책반을 구성해 상황을 점검해 나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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