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닝 시즌 시작, 먼저 나오는 은행주 실적에 긴장

美 기업들, 이번주 은행주부터 본격적인 실적 발표 돌입
은행주는 크기 가리지 않고 전망 부정적, 대출 축소 나올까 우려
IT 등 다른 기업도 불안...순이익 6.8% 감소 전망
전반적인 기대 낮아 조금이라도 준수한 실적 나오면 주가 튈 수도

지난달 16일 미국 뉴욕의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중개인이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시황 아래 서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들어 금리 인상 중단 기대에 소폭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 증시가 이번주부터 공개되는 기업들의 1·4분기 실적에 긴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위기를 겪었던 은행들의 실적이 예상을 밑돌아 대출 위축 가능성이 커지면 침체 공포가 커진다며 IT를 비롯한 다른 기업들도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위기설 은행 실적은 암울?
1·4분기 실적 공개가 시작되면서 가장 관심이 쏠리는 곳은 은행이다. 지난달 실리콘밸리뱅크(SVB),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유동성 위기에 몰렸던 퍼스트리퍼버블릭은행은 13일(이하 현지시간) 실적을 공개하며 JP모건, 씨티그룹, 웰스파고, PNC파이낸셜은 14일에 실적 발표에 나선다. 이외 17~21일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 모건스탠리 등 주요 은행들이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미 외환거래 플랫폼 포렉스닷컴은 5일 보고서를 통해 중소은행과 대형은행 모두 전망이 밝지 않다고 진단했다.

미 지역은행 종목들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 S&P지역은행 ETF(KRE)의 가격은 3월부터 이달 초까지 약 32% 떨어져 2020년 11월 수준으로 추락했다. 대형 은행주들을 추적하는 다우존스 미국은행지수 역시 3월 들어 약 21% 빠졌다.

미 경제지 포브스는 미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을 인용해 지난 3월 31일 기준으로 1·4분기 은행 등 금융 기업들의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1%, 3.2% 증가한다고 전망했다. 이어 은행 위기가 비교적 분기 후반에 발생했다고 지적했다.

같은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행들이 이번 발표에서 현금 확보를 위해 대출을 줄인다고 선언할 경우 산업 성장 및 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고 내다봤다. 미 자산운용사 프라임캐피털투자자문의 스콧 두바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우리는 대출 기준 강화가 경제 성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파악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노동부는 오는 12일에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발표하며 시장에서는 전년대비 5.1% 올라 2월(6%)보다는 상승률이 내려간다고 보고 있다.

■전체 순이익 6.8% 감소
WSJ는 은행주뿐 아니라 정보기술(IT)을 포함한 다른 주식들도 불안하다고 설명했다.

팩트셋은 6일 기준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에 상장된 기업들의 1·4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6.8% 감소한다고 예상했다. 이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32% 급감했던 지난 2020년 2·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이번에도 순이익이 감소한다면 2개 분기 연속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S&P 500 기업들의 1·4분기 매출 역시 1.8% 증가에 그쳐 지난 2020년 3·4분기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을 전망이다.

미 투자자문사 브라운어드바이저리의 에릭 고든 증권 대표는 "기업 순이익만 놓고 보면 우리는 이미 경기 침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경기에 민감한 IT 관련주에 주목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오는 18일,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은 25일에 실적을 공개하며 메타는 26일에 실적을 발표한다. 애플은 지난 25년 가운데 23년에 걸쳐(2017~2018년 제외) 1·4분기 실적을 4월에 발표했으나 올해는 5월 4일에 공개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발표 연기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미 CBIZ투자자문의 안나 래스번 CIO는 "IT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낮은 상황에서 이들의 주가가 오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실적이 공개되기 시작하면 일부에서는 현실을 파악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긍정론도 존재한다.

WSJ는 올해 S&P500 지수가 각종 악재에도 불구하고 6.9% 상승했다고 지적하고 미 증시 기업들이 하반기에 좋은 실적을 내면 올해 전체 순이익 증가율이 1.2%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했다.

미 펜뮤츄얼자산운용의 조지 치폴로니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번 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낮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어떤 기업이 예상을 깨고 준수한 실적을 보여준다면 짧은 기간 주가가 치솟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