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분리 징수해도 수신료 납부 의무는 유지...논의 더 신중해야”

김명진 기자 2023. 4. 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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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이 ‘국민제안’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 토론에 부쳤던 ‘TV 수신료 분리 징수’ 안건에 대해 96.5%가 찬성한 가운데, 한국방송공사(KBS)는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니다”라며 “분리 징수를 하더라도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 여의도 KBS 본사. /뉴시스

KBS는 이날 ‘대통령실 국민제안 관련 한국방송공사 입장’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이같이 밝혔다. KBS는 “국민제안과 관련해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비판과 질책을 겸허하게 수용하고, 공영방송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스스로를 돌아보고 점검하겠다”면서도 “분리 징수에 대한 논의는 더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KBS는 “헌법재판소의 판결과 같이 텔레비전 수상기를 소지하신 국민들이 납부해주고 계신 수신료는 시청의 대가가 아니다”라며 “수신료는 공영방송 사업이라는 특정한 공익사업의 소요경비를 충당하기 위한 것으로 수상기 소유자에 대해 공평하게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에 해당한다”고 했다.

윤창현 언론노조 위원장이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국민제안 홈페이지에서 진행 중인 수신료 징수 방식 개선 국민제안에 대해 중복으로 찬반 투표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KBS는 “하지만, 이번 대통령실의 국민제안은 ▲수신료가 방송 시청 여부와 관계없이 부과되는 ‘특별부담금’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일관된 입장 ▲분리 징수를 하더라도 수신료 납부 의무가 유지된다는 점 ▲프랑스의 경우 주민세 폐지로 인해 함께 부과되던 수신료가 폐지되는 대신, 전체 수신료와 동일한 37억 유로(약 5조 3000억 원)를 정부가 조달하기로 한 점 등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중요한 사실관계들이 누락돼 있다”고 지적했다.

KBS는 그러면서 “이로 인해 국민제안 참여자들에게 오해와 혼돈을 줌으로써 정확한 여론 수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있다. 또한 국민제안 추천 시스템에서 동일인의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는 의문이 제기됐고, 정당 차원의 투표 독려가 이뤄지는 등 여론 수렴 절차의 공정성이 훼손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KBS는 “공영방송은 많은 국가들이 방송의 공공성 유지를 위해 채택하고 있는 중요한 사회적 제도”라며 “KBS는 국영방송에서 공영방송으로 전환된 이후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여러 기능들을 수행해 왔다”고 했다

KBS는 “이번 국민제안 결과를 계기로 보다 엄격한 시선으로 스스로를 재정비하고 시청자를 위한 공적 책무를 강화하는 진지한 성찰의 기회로 삼겠다”면서 대통령실을 향해 “공영미디어에 대한 추가적인 논의가 이어져 ‘공공 인프라’로서의 책임과 역할, 지원 방안에 관한 사회적 합의도 이뤄질 수 있도록 발전적인 방향의 정책을 입안해달라”고 했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9일부터 TV 소유자에게 KBS 수신료 월 2500원을 일률 부과하는 현행법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해 전날 조사를 마감했다. 응답자 중 분리 징수 찬성(추천)이 5만6226명(96.5%), 반대(비추천)가 2025명(3.5%)으로 분리 징수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2003년 10월 17일 오후 'KBS 시청거부운동본부' 회원들이 서울 종로2가 YMCA앞에서 KBS 수신료 납부 거부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조선일보 DB

KBS 수신료는 1994년부터 한국전력공사가 TV 수상기 보유 가정에서 월 전기료에 수신료 2500원을 더해 징수하고 있다.

2006년 ‘KBS 수신료 징수 위헌 소송 추진본부’는 이러한 ‘강제 징수’가 부당하다는 취지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그러나 헌재는 ‘방송법 제64조 등이 헌법 위반이 아니다’라며 각하했다. 방송법 제64조는 “텔레비전수상기를 소지한 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공사에 그 수상기를 등록하고 텔레비전방송수신료를 납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015년엔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이 KBS·한전을 상대로 “전기료·수신료를 분리 징수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통합 징수로 인한 국민 불편이 공영방송의 공익적 목적보다 크지 않다’며 KBS·한전의 손을 들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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