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도청 의혹에 與 "사실확인 먼저" vs 野 "명백한 주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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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10.

미국 CIA(중앙정보국)이 대통령실 고위 당국자들의 내부 논의를 도·감청했다는 의혹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이 "명백한 주권침해"라며 우리 정부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사실 확인이 우선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0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일국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는 것도 황당무계하지만 동맹국 대통령 집무실을 도청한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 어려운 일"이라며 "객관적 내용을 정확히 확인해 가면서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보도가 사실이라면 70년 동맹국 사이에 결코 용납될 수 없는 행위로서 양국 신뢰를 정면으로 깨뜨리는 주권 침해이자 외교 반칙"이라며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 신뢰는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남의 다리를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대한민국 정부에 요구한다"며 "미국 정부에 기밀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서 우리 국민께 한 점 숨김없이 명명백백히 밝혀야 한다"고 했다.

또한 국회 국방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정보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외적으론 우리 대한민국에 대한 미국의 명백한 주권 침해이면서 국내로서는 특대형 보안사고"라며 "즉각 관련 상임위원회를 열어 철저한 진상조사와 사실 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국민의힘에 상임위 개최 합의를 요청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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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지도부는 신중론…일각선 "미국에 사과 요구해야"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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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10.

도청 의혹에 대해 여당 지도부는 신중론을 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우선 사실 확인이 필요한데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도·감청 있었는지 등에 대한 자체조사가 선행 돼야 한다"면서 "이 사안이 불거지게 되면 누가 이익되는지를 잘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3국 개입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내용을 잘 살핀 다음에 대응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다"라고 말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입장문을 통해 "미국 언론 보도 하나로 이를 기정사실로 하고 섣불리 정쟁 몰이를 해선 안 된다"면서 "한·미 양국이 벌어지면 가장 득 보는 나라는 북한·중국·러시아 등 자유민주주의와 대척점에 선 국가들"이라고 밝혔다.

지도부의 신중한 입장과 별개로 미국 측에 사과를 요구해야 한다는 주장도 당내에서 나왔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 "미국 정부에 강력하게 항의해야 한다"며 "오히려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가 조금 더 우위에 설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홍석준 의원도 라디오에 출연해 "우리 주권침해이기 때문에 강력한 항의를 해야 한다. 재발방지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박정희 대통령 때도 (도청을) 해서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고 했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글을 통해 우리 정부가 단호하게 미국 정부에 항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과 우리 정부는 당장 미국 정부에 강력히 항의하고 '뉴욕타임즈' 등이 보도한 미국 기밀문건에 대한 모든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면서 "미국 정부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이 한국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도·감청한 기밀 문건이 최근 유출됐다. 한국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한 내부 대화가 자세히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차현아 기자 chacha@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